EU, 獨 최대 가스기업 국유화 조건부 승인…“우크라戰에 파산 직전”

독일 최대 가스기업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대란으로 파산 위기에 놓였다가 조건부 국유화로 생존에 성공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일(현지 시각) 독일 최대 가스판매업체 유니퍼의 국유화를 조건부 승인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집행위는 “(이번 승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로 인한 가스 공급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회사의 재무 상황과 유동성을 회복시키고, 경제적 왜곡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유지하는 게 주목적”이라며 “지원 규모가 유니퍼의 생존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최소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자본 상황을 에너지 위기 이전으로 회복시키는 정도”라고 밝혔다.

국유화의 조건으로 유니퍼는 독일 다텔른IV 발전소와 헝가리 괴뉴 발전소 등 사업을 정리하고, 가스 저장량과 수송량 일부를 경쟁사에 할당해야 한다. 독일 정부도 오는 2028년 말까지 유니퍼 지분을 25%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2023년 이전에는 믿을만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유니퍼는 올해 1∼9월 400억 유로(약 54조8000억원)의 순손실로 독일 기업 역사상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독일 정부는 유니퍼의 파산이 유럽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국유화 추진을 선언했고, 이달 20일 압도적 표 차로 주주들의 찬성을 끌어냈다.

독일은 당초 유니퍼에 80억 유로(약 10조9000억원)를 수혈하기로 합의했으나, 유니퍼는 지난달 250억 유로(약34조2000억원)가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니퍼에 대한 독일 정부의 자금 지원 규모는 345억 유로이며, 2000억 유로 규모의 에너지 지원 기금에서 자금이 조달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EU 집행위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옛 자회사 세페의 국유화도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