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 빼고 개연성 더한 '영웅', 영리한 취사선택 [씨네뷰]

황서연 기자 2022. 12. 2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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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도, 신파도 없다.

그저 인간 안중근의 삶을 담담하게 조명했을 뿐임에도 가슴 한 켠 감동이 차오른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정성화)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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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웅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국뽕'도, 신파도 없다. 그저 인간 안중근의 삶을 담담하게 조명했을 뿐임에도 가슴 한 켠 감동이 차오른다. 뮤지컬 무대 위에서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겨온 '영웅'의 이야기다.

'영웅'(감독 윤제균)은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정성화)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거사의 순간을 지나 안중근이 재판을 받고 사형을 당하기 전 6개월 간의 이야기에도 충분히 초점을 맞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아냈다.

'영웅'은 지난 2019년 촬영을 마쳤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예정보다 3년가량 늦게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이를 전화위복 삼아 충분한 후반 작업 기간을 바탕으로 높은 완성도를 담보했다. 뮤지컬을 봤던 관객들에게는 반갑고, 이 작품이 처음인 관객들도 무리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 탄생했다.

14년 간 공연, 방송 등을 통해 노출된 '장부가' '누가 죄인인가' 등 유명 넘버들의 감동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왔다는 점은 '영웅'의 최대 강점이다. 화면 속 배우의 고조된 감정과 정제된 스튜디오 후시 음향이 겉돌면서 생기는 이질감은 뮤지컬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다. '영웅'은 비용과 노력이 배로 드는 현장 녹음을 고집한 덕에 일부 단체 합창 장면을 제외하면 70% 이상의 장면에서 라이브 음향을 담았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여러 장면을 펼쳐내는 공연 특유의 연출법을 영화적 문법으로 새롭게 풀어나간 지점들도 눈에 띈다. 자작나무 숲 세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던 단지 동맹 신은 로케이션을 통해 실제 눈 덮인 광활한 숲을 배경으로 촬영돼 현장감을 담아냈고, 러시아를 배경으로 활동했던 독립군들의 모습을 라트비아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이국적으로 담아냈다.

뮤지컬 무대에서는 수직으로 높게 뻗은 철근 구조물에서 펼쳐지던 추격신은 실제 건물의 지붕을 뛰어다니는 안중근, 망루에서 동지들을 위해 저격 실력을 뽐내는 조도선(배정남)의 모습 등을 역동적으로 배치해 따라가며 재해석했고, 실제 기차 모형 세트를 무대 위로 올려 주목받았던 이토 히로부미(김승락)와 설희(김고은)의 기차 신은 달리는 기차의 속도감을 통해 구현해 냈다.

영화 영웅


이러한 연출적 장점은 극의 개연성을 높인 영리한 각색 위에서 빛을 발한다. 뮤지컬 버전에서 문제로 꼽혀오던 이토 히로부미의 서사를 모두 걷어내 미화 논란을 피했고, 안중근의 거사 과정과 거사 이후의 시간들을 그려내는데 오롯이 집중했다. 이토 히로부미와 독립군 스파이 설희 사이에 감정이 오가는 장면들도 모두 삭제해 설희 캐릭터의 개연성을 높였다. 또한 뮤지컬에서는 중국인 남매로 그려졌던 안중근의 친구 왕웨이, 링링을 독립군인 마두식(조우진) 마진주(박진주) 남매로 바꾸고, 안중근을 짝사랑하던 링링의 러브라인도 수정해 오리지널 마진주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그리고 이 모든 장점을 구현해 낸 원동력은 바로 배우 정성화다. 2009년 뮤지컬 '영웅' 초연 무대부터 14년 간 꾸준히 안중근 역을 연기해 온 그는 오랜 세월 체화된 연기와 무대 위에서의 노하우, 폭발적인 가창력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구축해 낸다. 정성화 외에 안중근을 연기할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그간 여러 음악 영화들이 국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라라랜드' '레미제라블' 등도 크게 흥행하며 뮤지컬 영화의 가능성을 점치게 했지만, 정작 국내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의 흥행은 전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웅'의 등장이 뮤지컬 영화 불모지인 한국을 개척하는 시발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CJ ENM]

영웅 | 정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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