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실축하자 ‘고릴라 이모티콘’... 佛축구협회가 경고한 이유

문지연 기자 2022. 12. 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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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프랑스의 킹슬리 코망이 2번 키커로 나와 실축한 뒤 낙담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마무리됐지만, 온라인상에서는 그 열기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는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프랑스 선수들을 비난한 인종차별적 발언도 쏟아지고 있는데, 프랑스축구협회(FFF)는 이를 규탄하며 법적대응을 시사했다.

FFF는 20일(현지시각) 공식 트위터 계정에 “월드컵 결승전이 끝난 후 몇몇 프랑스 선수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인종차별적이고 혐오스러운 발언의 대상이 됐다”며 “우리는 그런 행위를 비난하고 가해자들을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언급된 프랑스 선수는 킹슬리 코망(26·바이에른 뮌헨)과 오렐리앙 추아메니(22·레알 마드리드)다. 두 사람은 한국 시각으로 지난 19일 새벽 치러진 아르헨티나와의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각각 2번과 3번 키커로 나섰다. 그러나 코망은 상대편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선방에 막혔고, 추아메니의 슛은 골문 왼편으로 빗나갔다.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오렐리앙 추아메니의 슛이 골문 왼쪽으로 벗어나는 모습. /로이터 뉴스1

이들의 실축으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는 아르헨티나에 우승을 내줘야 했다. 골망을 흔들지 못한 코망과 추아메니는 낙담하며 고개를 떨궜지만, 둘의 고통은 경기 후에도 계속됐다. 패배에 분노한 일부 팬들의 화풀이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인스타그램 계정은 곧바로 댓글 테러의 현장이 됐다. 네티즌들은 두 선수가 흑인인 것을 겨냥해 고릴라, 원숭이, 대변 이모티콘 등으로 도배했다. 도를 넘은 악성 글도 등장했다.

분위기가 악화하자 선수들의 소속 구단에서도 이를 규탄하는 입장을 냈다. 코망의 팀 바이에른 뮌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코망을 향한 인종차별적 표현을 강력히 비난한다”며 “인종차별주의는 스포츠를 포함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레알 마드리드도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추아메니 사진을 올린 뒤 “당신이 자랑스럽다”는 응원을 남겼다.

한편 BFM 방송 등 프랑스 언론은 FFF가 이번 일에 대응하는 모습이 과거와 사뭇 다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유럽축구선수권대회 16강에서 탈락한 뒤 빚어진 소동을 비교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프랑스는 스위스와 맞붙은 경기에서 킬리앙 음바페(24·파리 생제르맹)의 승부차기 실축으로 패했는데, 이후 음바페 역시 인종차별적 모욕에 시달려야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결승전 해트트릭으로 득점왕을 차지한 축구 천재지만, 음바페는 당시 경험에 큰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FFF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음바페는 프랑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일부 매체는 FFF가 이때의 일을 거울 삼아 강력대응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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