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승 732⅔이닝 에이스와 이별 준비…ML 풀타임 선발로 아쉬움 채운다
[OSEN=조형래 기자] NC 다이노스는 결국 4년 동안 함께했던 에이스와 이별 준비에 들어가는 듯 하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선발을 소화한 선수와 함께하기로 했다. 아쉬움은 어쩔 수 없지만 기대감도 동시에 갖게 하고 있다.
NC는 20일 2023시즌 새 외국인 투수로 에릭 페디(29) 영입을 확정했다. 계약조건은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로 총액 100만 달러다.
페디는 193cm, 92kg의 신체조건을 갖춘 우완 오버핸드형 투수다. 평균 149km(최고 153km)의 직구와 함께 투심, 커터, 커브, 체인지업을 섞어 던진다. 안정된 제구와 다양한 구종을 바탕으로 한 땅볼 유도 능력이 장점이다.
네바다 주립대학교 출신의 페디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됐다. 2017년 빅리그에 데뷔해 메이저리그 통산 102경기(선발 88경기) 출장 454⅓이닝 21승 33패 평균자책점 5.41을 기록했다. 2019년 워싱턴의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에도 팀의 5선발로 활약한 투수다.
특히 올해도 5선발로 활약한 현역 메이저리거였다. 올해도 워싱턴 소속으로 27경기 6승13패 평균자책점 5.81(127이닝 82자책점) 94탈삼진 58볼넷 WHIP(이닝 당 출루 허용) 1.63의 성적을 남겼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89경기(선발 71경기) 출장 390⅓이닝 23승 19패 평균자책점 3.69의 성적을 거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평범한 구위일 수도 있지만 KBO리그에서는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구위다. 올해는 대부분의 패스트볼 계열의 공을 모두 싱커로 던졌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올해 페디는 싱커 40.1%, 커브 28.7%, 커터 27.6%, 체인지업 3.6%의 비중으로 공을 던졌다.
NC 임선남 단장은 “강력한 구위의 투심 패스트볼과 함께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로, 그라운드볼 유도 능력이 우수하다.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투수답게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도 갖췄다. 구단 선발진의 핵심 멤버로 활약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페디의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구단은 페디가 팀의 1선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도 그런 커리어를 꾸려왔다. 이제는 지난 4년 동안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왔던 드류 루친스키(34)를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
루친스키는 2019년 NC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무대에 데뷔해 4시즌 통산 121경기 732⅔이닝 53승36패 191볼넷 657탈삼진 평균자책점 3.06의 성적을 기록했다. 장수 외국인 선수로 4년 동안 리그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올해는 4시즌 중 가장 빼어난 시즌을 보냈다. 31경기 193⅔이닝 10승12패 34볼넷 194탈삼진 평균자책점 2.91의 기록을 남겼다. 간신히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지만 이닝, 탈삼진, 평균자책점 모두 커리어 하이였다.
루친스키는 KBO리그에서 나날이 발전했다. 2019년 데뷔 초까지만 하더라도 퇴출 얘기도 나올 정도로 불안했다. 그러나 곧바로 구단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받아들이며 변화를 꾀했고 리그 최고의 투수 반열까지 올라섰다.
이러한 발전 모습을 메이저리그도 꾸준히 주목하고 있었다. 11월 초,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루친스키를 주목할 만한 FA 투수로 꼽으면서 최대 3년 22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MLB트레이드루머스 역시 루친스키의 계약 규모를 2년 900만 달러로 정했다. MLB네트워크의 존 모로시 기자는 “루친스키가 복수의 메이저리그 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NC는 루친스키를 잡아야 했다. 양의지, 노진혁, 원종현 등 주력 FA 선수들을 뺏기며 전력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검증된 에이스마저 놓친다면 전력의 변수가 커지는 셈이었다.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실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루친스키의 잔류 여부는 NC의 손을 떠났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결별의 분위기다.
아쉬움이 큰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빠르게 대체 자원을 찾았다. 페디를 영입한 것은 결국 루친스키의 자리를 대신하겠다는 것. 싱커, 커터, 커브 등 투구 레퍼토리는 루친스키와 비슷하다. 루친스키가 한국에서 구위를 끌어올린 것처럼 페디 역시도 구위 상승으로 에이스급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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