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하면 영전?…‘밀정 의혹’ 김순호 파격 승진에 동요하는 경찰
김 국장 “소임 다해” 자평 속 야권·일선 경찰 반발 목소리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경찰 내 '서열 2위' 인사를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밀정' 의혹 속 초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을 맡거나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 인사검증팀 위원으로 파견됐던 인물이 나란히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면서다. 두 사람 모두 6개월 만에 파격적 승진을 했는데,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다. 야권과 경찰 내부에서는 '정권 줄세우기' 비판 속 반발 움직임이 감지된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김순호(59) 행정안전부 경찰국 초대 국장과 조지호(54)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 등 치안감 2명의 치안정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치안정감은 경찰 서열상 경찰청장(치안총감) 다음이다. 두 사람 모두 치안감 승진 불과 6개월 만에 또 한번 직급을 바꿔 달았다.
김 국장은 광주 출생으로 광주고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특채로 경장에 임용됐다. 2011년 총경, 2017년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 6월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으로 발령받았고, 이로부터 한달 뒤 7월 경찰국 초대 국장으로 임명됐다.
김 국장과 동반 승진한 조 국장은 경북 청송 출생으로 경찰대 출신이다. 강원 속초경찰서장, 서울 서초경찰서장을 거쳐 2019년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파견 근무했다.
김순호 "제 소임 다해"…野 "충성만 하면 영전"
김 국장은 이른바 '프락치 의혹' 속에서도 파격 승진을 했다. 그만큼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신임이 두텁다는 뜻이다. 야당의 거센 교체 요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김 국장에게 더 힘을 실어주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김 국장은 1989년 노동운동단체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동료들을 밀고하고 그 대가로 경찰에 대공요원으로 특채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녹화사업(사상전향 공작) 대상자로서 밀정 노릇을 하며 대학 서클 동향을 적극 보고했다는 의혹도 있다. 당시 인노회 소속 노동자들은 김 국장의 특채 경위와 구체적 행적 공개 및 사퇴를 요구했지만, 정부나 김 국장 모두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김 국장은 20일 치안정감 승진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밀정 의혹과 관련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진실화해위의 조사는 앞서 김 국장이 자신은 '대학 시절 녹화사업(대학생 강제징집 사상공작) 피해자'라며 직접 조사를 요청한 사안으로, 경찰 특채 과정 의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초고속 승진에 대해서는 경찰국장으로서의 소임을 다 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김 국장은 "어제(19일) 발표한 경찰관의 공안직 수준 기본급 조정, 복수직급제, 순경 출신 고위직 진출 기회 확대 기반 마련에 경찰국이 일조했다. 경찰국은 꼭 필요한 순도 100%의 선한 조직"이라며 "제 소임을 다 했다"고 강조했다.
경찰 내부에선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밀정 의혹에 이태원 참사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나 인수위 참여 인사를 콕 집어 초고속 승진시킨 것은 부적절 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경찰직장협의회에서는 성명서 논의 등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 일선 경찰관은 "정부에 충성만 하면 어떤 의혹이 있든 상관없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노골적인 경찰 길들이기, 줄 세우기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특별수사본부의 '이태원 참사' 수사 마무리 후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인사로 야권 반발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밀정 의혹이 있어도 충성만 하면 앞뒤 안 가리고 영전시키는 것이느냐"며 "공직사회에 문제가 있어도 충성하면 확실히 챙겨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재벌집 막내아들》 열풍 이끈 3가지 키워드 - 시사저널
- 13년의 기다림…《아바타》가 돌아온다 - 시사저널
- “마블리 코믹스로 돌아왔습니다” - 시사저널
- 러-우크라 전쟁, 종전은 아니라도 휴전 가능성은 있다 - 시사저널
- 3년만에 ‘월세 12배’ 롯데타워 입성한 “빗썸 브로커” 中 청년의 수상한 행적 - 시사저널
- ‘윤핵관 저격수’ 이준석이 돌아온다? - 시사저널
- [단독] “모든 것은 목사의 것” 신도 딸 수차례 성폭행한 ‘인면수심’ 목사 - 시사저널
- 팔리지 않는 아파트, 그 씁쓸한 추억 - 시사저널
- 이어지는 연말 술모임…숙취 더 악화시키는 해장법 3 - 시사저널
- ‘10초’ 만에 조기사망 위험 예측하는 방법 있다?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