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얼라인파트너스, 내년 주총서 표 대결 재현할까
감사선임과 달리 사외이사 선임은 '3%룰' 적용 안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에스엠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을 요구한 가운데, 양측이 내년 주주총회에서 또다시 표 대결을 펼칠지 주목된다.
앞서 올해 초 주총에서 양측은 감사선임을 두고 지분 모으기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이전 사례와 가장 큰 차이점은 이른바 '3%룰' 적용 여부다. 감사를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소유한 주식의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감사나 감사위원을 겸임하지 않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땐 해당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난 주총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한 사례를 감안했을 때,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이 주총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양측의 우호지분 확보 경쟁이 베일에 싸여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사회 교체 카드 꺼내든 얼라인파트너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14일 에스엠에 비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주요 기관투자자 참여하에 에스엠 이사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라는 주문이다.
에스엠 이사회는 이성수·탁영준 에스엠 공동대표와 박준영 에스엠 비주얼앤아트센터장 등 사내이사 3명과 지창훈 전 대한항공 전 총괄사장 등 사외이사 1명으로 꾸려져 있다. 이중 이성수 대표는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처조카이며 지창훈 사외이사는 이 총괄프로듀서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모두 내년 3월 임기 만료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과 논의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에스엠은 정관상 이사 숫자에 대한 상한은 따로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법상 요건을 갖춘 후보의 선임 안건을 거부할 수 없다.
얼라인파트너스를 이끄는 이창환 대표는 "회사와 주주가 협의해 전문성 있고 독립적인 인사로 이사회를 구성하자는 목적"이라며 "사내이사 후보는 추천하지 않을 것이고 에스엠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얼라인파트너스의 기대와 달리 양측이 합의하지 못한다면, 내년 3월 열리는 주총에서 표 대결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 사외이사 선임안건은 일반결의 사항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출석주주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감사 선임과 다르게 사외이사 선임에는 '3%룰'이 적용되지 않아 얼라인파트너스 입장에서 올해 주총때보다 더 많은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 상법상 상장사가 감사를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은 발행주식 총수의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표 대결로 넘어가면 불확실성
증권가에선 얼라인파트너스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에스엠 주가는 물론 추진 중인 인수합병(M&A)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에스엠의 2023년 예상 PER은 21배로 엔터테인먼트 4사 평균의 30배 대비 낮은 수준이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투명성이 추가 개선된다면 작은 우려 요인까지 모두 온전히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경쟁사와의 밸류에이션 갭 메꾸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조심스레 얼라인파트너스의 승리를 관측하고 있다. 근거는 올해 정기주총에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제안으로 올린 곽준호 감사 선임안이 통과됐을때의 표심이다. 당시 얼라인파트너스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0.91%에 불과했지만, 다른 주주들로부터 발행주식수의 약 30%에 달하는 의결권을 위임받았다.
사외이사 선임은 '3%룰' 적용을 받지 않더라도 올해 주총에서 확인한 표심은 물론 라이크기획 계약 조기종료 등으로 명분이 더해진 만큼 얼라인파트너스를 지지하는 주주들이 내년에도 적지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엔터업종 애널리스트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올해 주총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이사회 진입을 노린 것은 예측할 수 있었던 바"라며 "지난번 압도적인 표차로 감사 선임을 통과시킨 만큼 이번에도 얼라인파트너스 측의 주주제안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이 '눈치 보기'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에스엠 측의 백기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이 주총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여전히 에스엠 지배구조에 대한 의심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가 합리적이라고 평가한다"면서도 "에스엠 측에서도 백기사를 확보해 방어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표 대결로 이어졌을 때 얼라인파트너스 측이 유리할 것이라고 넘겨짚긴 어렵다"고 말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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