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LG와 염경엽 감독의 ‘미션 파서블’

안승호 기자 2022. 12. 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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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LG 감독. 정지윤 선임기자



염경엽 LG 감독이 넥센 히어로즈 지휘봉을 쥐고 있던 2016년 2월이었다. 팀 핵심선수들이 이탈하던 중이었다. 이미 앞선 시즌 강정호가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에 입단한 데 이어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에 입단했고, 유한준마저도 FA(자유계약선수)로 KT로 이적한 시즌이었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팀훈련을 지휘하던 염 감독은 새 시즌 ‘타격의 팀에서 ‘기동력의 팀‘으로 ‘팀컬러’의 변화를 선언했다. 흥미로운 점은 1군에서 함께 할 야수들에게 일찌감치 도루 할당량을 부여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염 감독이 선수별로 설정한 도루 가능 숫자는 구체적이었다. 서건창(35개), 고종욱(35개), 김하성(30개), 임병욱(40개), 이택근(20개), 유재신(15개) 등이 도루 기대 숫자를 배당받은 가운데 이들의 도루 기대 숫자만 해도 175개에 이르렀다. 전체 팀도루가 200개에 근접할 것이란 계산이 따랐다.

결과부터 보자면 그해 히어로즈는 팀도루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팀도루 154개로 전체 1위에 올랐다. 도루수에 가장 기대가 컸던 서건창이 26개를 기록했고, 고종욱과 김하성이 각각 도루 28개씩을 올리며 시즌을 마감했다. 히어로즈가 직전 시즌 팀도루 8위(100개)의 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팀의 방향성 만큼은 제대로 갖고 간 것이었다.

대부분 프로야구 감독들은 새 시즌 선수별 역할 및 기대치를 어느 정도 잡아놓고도, 개막 직전까지는 가급적 경쟁을 유도하며 긴장감을 이어가려고 한다. 염 감독은 이와 달리 시즌 준비 과정에서부터 1군 엔트리에 오갈 수 있는 선수 약 40명의 ‘배역’을 모두 잡아놓고 공개도 한다. 또 관련 내용을 두고 선수와 직접 면담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덕분에 염 감독이 지휘하는 팀의 타순과 선발로테이션 및 불펜 우선 순위 등은 일반팬들에게도 가장 일찍 드러나는 편이다.

염 감독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각각의 선수들 개개인에게 ‘미션 파서블(Mission Possible)’로 부를 만한 ‘수행 가능한 임무’를 부여해 미리 준비시키는 취지이기도 하다. 혹여 기대치 낮은 선수는 실망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감독의 관심이기에 또 다른 방법의 ‘소통’이 될 수도 있다.

염 감독은 이미 LG에서도 내년 시즌 선수별 역할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박해민과 서건창으로 테이블세터진을 구성하고 김현수 또는 외국인타자를 4번에 넣고, 홍창기를 3번 또는 5번으로 돌리는 것을 포함해 “라인업 구상이 끝났다”고 전했다. 또 상무 지원을 취소한 이재원에게는 1루수로 시즌 준비를 시키고 있다.

오프시즌이 다 지나고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즈음에는 그 내용이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별 기대값을 배경으로 부문별 팀 기록의 기대 숫자에 이어 시즌 전체의 기대 승수까지 함께 나오는 수순이다.

시끄럽게 마무리된 LG의 2022시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LG 지휘봉을 잡은 염 감독이었다. 염 감독 스스로 설정한 2023시즌의 ‘미션 파서블’은 한국시리즈 진출과 통합 우승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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