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판 ‘검사 프린세스’ 파 공주 의식불명... 왕위 계승 안갯속
태국 왕실의 장녀 팟차라끼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44) 공주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지 일주일째다. ‘파(PA)’ 공주로도 불리는 그는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의 첫째 딸이자 검사 출신이다.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다른 왕실 자녀들과 달리, 적극적인 소통으로 태국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공주의 건강 악화 소식에 실의에 빠진 태국 국민들은 기도회를 열고 쾌유를 빌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파 공주는 지난 14일 오후 6시20분쯤 나콘라차시마주에서 열린 육군 주최 군견 대회에 참가했다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공주는 헬기를 통해 방콕의 병원으로 즉시 이송됐다.
파 공주는 약물 치료와 의료장비에 의존하고 있으며,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왕실은 “파 공주가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 각지에선 파 공주의 건강 회복을 바라는 기도회가 진행되고 있다. 공공장소에 마련된 파 공주의 초상화 앞에 헌화를 하고 기도하는 방식이다. 태국 종교단체도 일제히 쾌유 기원 기도회를 진행 중이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도 20일 정부 청사에서 기도 의식을 진행했다.
파 공주는 와찌랄롱꼰 국왕과 첫째 부인 소암사윌리 키티야카라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 코넬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태국에서 검사로 임용돼 ‘검사 프린세스’로도 불렸다. 복무 기간에는 마약 밀매범 단속에 집중했다. 주 유엔을 비롯해 주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슬로바키아 태국 대사를 맡았다. 농촌지역 빈곤층과 이재민 구호에 힘썼으며, 여성 수감자의 처우 개선에도 관심을 가졌다.
이런 소탈한 행보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파 공주가 태국 최초의 여왕이 될 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태국은 1974년 헌법 개정을 통해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을 경우 공주도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왕실은 2016년 국왕 즉위 이래 공식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파 공주가 갑작스럽게 쓰러지면서 왕권 승계는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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