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판 ‘검사 프린세스’ 파 공주 의식불명... 왕위 계승 안갯속

최혜승 기자 2022. 12. 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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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일(현지시각) 태국 왕실의 팟차라끼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 공주의 모습. / 로이터 뉴스1

태국 왕실의 장녀 팟차라끼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44) 공주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지 일주일째다. ‘파(PA)’ 공주로도 불리는 그는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의 첫째 딸이자 검사 출신이다.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다른 왕실 자녀들과 달리, 적극적인 소통으로 태국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공주의 건강 악화 소식에 실의에 빠진 태국 국민들은 기도회를 열고 쾌유를 빌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파 공주는 지난 14일 오후 6시20분쯤 나콘라차시마주에서 열린 육군 주최 군견 대회에 참가했다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공주는 헬기를 통해 방콕의 병원으로 즉시 이송됐다.

파 공주는 약물 치료와 의료장비에 의존하고 있으며,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왕실은 “파 공주가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 각지에선 파 공주의 건강 회복을 바라는 기도회가 진행되고 있다. 공공장소에 마련된 파 공주의 초상화 앞에 헌화를 하고 기도하는 방식이다. 태국 종교단체도 일제히 쾌유 기원 기도회를 진행 중이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도 20일 정부 청사에서 기도 의식을 진행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태국 공직자들과 미얀마 카렌족이 방콕 쭐라롱껀대학병원에 마련된 파 공주 초상화 앞에서 회복을 기원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파 공주는 와찌랄롱꼰 국왕과 첫째 부인 소암사윌리 키티야카라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 코넬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태국에서 검사로 임용돼 ‘검사 프린세스’로도 불렸다. 복무 기간에는 마약 밀매범 단속에 집중했다. 주 유엔을 비롯해 주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슬로바키아 태국 대사를 맡았다. 농촌지역 빈곤층과 이재민 구호에 힘썼으며, 여성 수감자의 처우 개선에도 관심을 가졌다.

이런 소탈한 행보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파 공주가 태국 최초의 여왕이 될 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태국은 1974년 헌법 개정을 통해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을 경우 공주도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왕실은 2016년 국왕 즉위 이래 공식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파 공주가 갑작스럽게 쓰러지면서 왕권 승계는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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