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성, 4·3 이후 재건·발전에 헌신…"가치 평가절하"

고성식 2022. 12. 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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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4·3 이후 마을 재건과 지역 발전에 제주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헌신했지만 여성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4·3 이후(1950∼1970년대) 제주 여성의 노동과 삶을 살펴보고 경제적, 사회적 주체로서 여성의 역할과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근현대 제주여성구술사 1 - 4·3 이후 제주 여성의 노동과 삶'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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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성가족연구원 구술사, 경제발전주의·가부장제 중첩 작용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4·3 이후 마을 재건과 지역 발전에 제주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헌신했지만 여성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근현대 제주여성구술사 보고서 표지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4·3 이후(1950∼1970년대) 제주 여성의 노동과 삶을 살펴보고 경제적, 사회적 주체로서 여성의 역할과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근현대 제주여성구술사 1 - 4·3 이후 제주 여성의 노동과 삶'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1일 밝혔다.

보고서는 70여년 전 4·3 당시 아동·청소년기에서 지역 개발 시기에 주요 노동 주체로 성장한 12명의 여성 구술자를 면접한 내용을 담았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4·3 재건기와 지역 개발 시기 제주 여성들은 주요 노동력으로 국가와 가족, 마을 재건과 성장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제주 여성들은 4·3 당시와 그 직후 어린 시절부터 생계 부양에 헌신했고 마을 재건, 공동체 재건에 노력을 쏟았다.

또 산업화 이행 시대에는 전통적 노동 및 비공식적인 노동 시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며 가계 재산을 늘렸고 후세대의 교육과 성장에 기여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반공주의와 경제 발전주의, 가부장주의가 중첩적으로 작용하면서 여성들의 역할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으며 마을과 노동시장의 권력관계에서도 여성이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제주 여성들은 4·3 시기에는 가족 구성원과의 재산 분배, 교육을 받을 권리에서 배제됐고 지역 개발 시기에는 여성 노동의 가치 절하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를 경험해야 했다.

강경숙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연구책임자)은 "제주 여성들은 크게 바라는 것 없이 자신의 현재 삶에 만족하고 욕심 없이 삶을 살아오면서도 헌신적 삶을 살았다"며 "이러한 제주 여성의 삶의 태도는 어려운 시대를 지나오면서 형성된 삶의 지혜로, 자신에게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어 줬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여성들이 지키고자 했던 이 같은 삶의 가치를 나눠 함께 실천하는 길이 곧 제주 여성들의 역사이자, 4·3이 말하는 교훈"이라고 말했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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