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대장, 아르헨티나식 ‘늑대축구’, 한국 축구 지향점이 아닐까[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2. 12. 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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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가 2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동료들과 함께 월드컵 우승 기념 카퍼레이드에서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무리가 함께 사냥한다. 분업도, 협업도 잘 된다. 작전도 짜고 편대도 이룬다. 지구력이 뛰어나다. 사회는 무척 평등하고 소통도 잘 된다. 새끼 돌보기, 경로우대도 확실하다. 단체 행동은 리더 지시에 따라서 일사불란하다. 리더는 약간 뒤에서 지시하다가 일격이 필요한 때 나서 사냥감 숨통을 직접 끊는다. 조직원들은 리더에 잘 보이기 위해 힘든 일을 도맡는다. 5~6일 굶어도 생존할 만큼 강인하다. 거의 쉬지 않는 동물이다. 잠도 가수면 상태로 자면서 사주경계한다. 개는 길들일 수 있지만, 이 동물은 길들일 수 없다. 이 동물은 늑대다.

아르헨티나 축구는 늑대를 닮았다. 몸집이 별로 크지 않지만 쉼 없이 뛰고 쉼 없이 싸운다. 11명이 보여주는 팀 플레이는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그물처럼 촘촘하다. 공격도 함께, 수비도 함께 한다. 공을 향해 달려드는 장면을 보면 거칠면서도 강인하고 순수하다. 리더는 리오넬 메시다. 메시는 팀 내에서 가장 현명하고 가장 똑똑하다. 공격수로 때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며 팀 전체를 조율한다. 한방이 필요할 때는 어김없이 골, 어시스트로 승부를 결정한다. 메시는 군림하는 리더가 아니다. 조직원을 챙기면서 함께 뛰고 함께 웃고 함께 운다. 조직원들은 카타르월드컵 기간 “메시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며 충성을 맹세했다.

카타르월드컵 직전 ESPN은 월드컵이 세계 축구를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해 다뤘다. 과거 킥앤드러시 축구부터 바르셀로나, 스페인이 보여준 점유율 축구를 차례로 소개했다. 1992년 수비수가 발로 준 패스를 골키퍼가 손으로 잡지 못하게 한 것은 축구를 확 바꾼 계기가 됐다. 패스 거리가 짧아지면서 정확도가 높아졌다. 짧은 거리 슈팅이 늘어나면서 득점 가능성도 커졌다. 볼을 빼앗는 위치도 상대 진영 쪽으로 약간 올라갔다. 이처럼 현대 축구는 과거보다 공격적이면서도 정확하게 변신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드러난 최신 트렌드는 전방 압박과 빠른 속도, 강한 체력이다. 강호들조차 상대 진영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한다. 약체들도 그냥 뒤로 내려앉기보다는 전진하면서 맞선다. 상대 진영에서 볼이 놀면 불안해지는 것은 상대다. 상대 진영에서 볼을 빼앗으면 골을 넣을 가능성도 커진다. 전방 압박이 뚫리면 엄청나게 빨리 자기 진영으로 내려간다. 자기 진영에서 볼을 빼앗으면 직접적인 전진패스로 플레이 속도를 끌어올린다. 강한 전방 압박, 빠른 플레이, 강한 체력 없이는 이기기 힘들다는 뜻이다.

아르헨티나 축구는 전방 압박, 빠른 공수 전환을 선도적으로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프로축구도 그렇고 아르헨티나 출신 지도자들도 그런 축구를 선호한다. 남미 10개국 대표팀 감독 중 7명이 아르헨티나 사람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전성기를 이끈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세계적인 전략가로 통하는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도 아르헨티나인이다. 우나이 에메리, 루이스 엔리케, 호셉 과르디올라 등 유럽 명장들도 아르헨티나 지도자로부터 배웠다.

한국은 유럽에 비해 체구가 작은 편이다. 체력은 세계 수준에 육박했다. 동료에 대한 헌신과 희생정신도 좋다. 한국이 지향해야 하는 축구가 아르헨티나식 늑대 축구가 아닐까.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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