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2023년 신임 여성 CEO 키워드
2022년 연말 인사 시즌에는 여성 임원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어느 때보다 험난한 경영환경을 눈앞에 두고 기업들이 여성 임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매해 연말 재계는 긴장 모드에 돌입한다. 해마다 돌아오는 인사 시즌이지만 비정규직인 임원들의 긴장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위로 오르거나 집에 가거나 둘 중 하나. 무역 시장의 블록화, 끝 모르는 금리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 아래 이뤄지는 이번 인사를 분석해보면 각 기업이 2023년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를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여성 임원들의 향방은 취업 준비생들의 진로 선택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다.
2022년 연말 인사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건 단연 여성 인사들의 약진이다. 5대 그룹(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중 현대차를 제외한 4개 그룹에서 여성 사장이 탄생했다. 주요 기업들의 인사와 함께 여성 임원의 탄생 배경을 알아봤다.
주요 대기업에서 탄생한 최초 여성 대표들
이영희 사장은 유니레버코리아, SC존슨코리아, 로레알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했다. 2007년 삼성전자에 상무로 입사했고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를 세계적인 스마트폰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2013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롯데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건설 부문의 재무 부담, 롯데케미칼의 실적 악화, 유통 계열사 매출 부진, 홈쇼핑 송출 중단 등 연이은 악재 여파로 다른 그룹사들보다 늦은 12월 15일 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도 높은 쇄신을 내세운 가운데 김혜주(52) 신한은행 상무가 롯데멤버스 대표이사로 보임됐다.
여성 인사 약진, 자본시장법 개정 영향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여성 임원이 늘어난 배경에 대해 "자본시장법 개정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2020년 통과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제165조의 20)은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를 하나의 성(性)만으로 구성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도적 강제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여성 임원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는 "통계적으로 여성 임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사외이사를 두는 등 실질적인 개선은 아직 미진한 상태"라고 분석했다.하지만 이런 여성 최고위 임원 증가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명제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취업인구 중 여성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박주근 대표는 "여성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중간 관리직, 신입 사원의 여성 비율이 높아야 하는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여성 직원 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라며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0년 국내 150개 주요 대기업의 고용 인원 중 여성 비율은 24%로 4명 중 1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내 5대 그룹 최고위급 임원 인사에서 눈에 띄는 사실은, 대표 자리에 오른 여성 인사의 대부분이 외부 인사라는 점이다. 흔히 한국의 기업들은 공채로 채용한 내부 인사를 선호하는 '순혈주의’가 강해 더욱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에 대한 박주근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 여성 임원은 LG 이정애 사장 같은 공채 출신 기술직과 삼성 이영희 사장으로 대표되는 외국계 기업 마케팅 분야 경력직 출신으로 나뉩니다. 두 사람을 대비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는 거죠. 한국 기업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여성 공채를 시작했고, 2010년대 들어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 전문가를 많이 스카우트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경로로 채용된 인사들이 임원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한편 2022년 8월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전체 임원 3만2005명 중 여성은 1668명으로 약 5.2%에 불과하다. 이번 인사로 여성 임원의 수는 조금 늘어나겠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5.6%인 걸 감안하면 여전히 여성 임원을 향한 '유리천장’은 두껍고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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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11번가 CJ LG생활건강 롯데그룹 삼성전자
오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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