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웨어의 클래식’…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김호준 기자 2022. 12. 2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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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폴멘 22F/W 컬렉션
배우 한석규가 등장하는 1993년 빈폴 TV 광고 장면. 유튜브 캡처
그린빈폴 22F/W 컬렉션.
지난 8월 빈폴이 MZ세대를 겨냥해 시작한 ‘제대로 입다’ 캠페인을 홍보하고 있는 배우 전여빈. 빈폴 제공
지난 8월 빈폴이 MZ세대를 겨냥해 시작한 ‘제대로 입다’ 캠페인을 홍보하고 있는 배우 김민규. 빈폴 제공

■ Premium Life - 편안한 멋… ‘서른셋’ 토종패션 빈폴

1993년 한석규 출연 CF 히트

2001년 랄프로렌 매출 제치며

국내 패션 역사에 한획 긋기도

피케셔츠 · 케이블니트 · 재킷 등

스타일리시 스탠더드룩 대명사

에센셜 아이템, MZ에도 큰인기

상반기 매출 전년보다 70% 늘어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지난 1993년 노란색 셔츠를 입은 배우 한석규가 긴 생머리의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독백하는 한 TV 광고 장면. 광고계 전설로 꼽히는 박웅현 TBWA코리아 조직문화연구소장이 만든 이 빈폴의 카피 문구는 이후에도 숱한 패러디로 재탄생하며 지금도 40∼50대 중장년층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1989년 탄생한 토종 패션 브랜드 빈폴은 지난 2001년 영국의 패션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의 매출을 처음으로 제치며 국내 패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빈폴이라는 브랜드명은 세계적인 광고회사 덴츠가 제안한 것으로, 콩을 뜻하는 ‘bean’과 장대를 뜻하는 ‘pole’을 합친 ‘콩 줄기’(bean pole)라는 의미를 담았다. 콩이 많이 나는 미국 보스턴 지역의 고풍스럽고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착안했다. 영국 신사의 라이프스타일에서 힌트를 얻어 ‘신사와 자전거’를 접목한 특유의 자전거 로고도 이때 탄생했다.

빈폴은 1990년대에는 10∼20대에게 선망의 브랜드로, 30∼40대에게는 신사의 품격을 드러내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정통 캐주얼 패션 브랜드를 표방했다. 빈폴의 상징과도 같은 자전거를 탄 신사의 모습은 남성들에게 품위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빈폴은 오랜 기간 할인이 없는 정가 판매를 고집하며 특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200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 패션기업들이 잇따라 국내에 진출하면서 한때 입지가 좁아지기도 했지만, 키즈와 여성, 액세서리 등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패밀리 브랜드’로서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빈폴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어울릴 수 있는 캐주얼한 패션 아이템을 조합한 ‘타임리스 캐주얼 웨어(Timeless Casual Wear)’를 추구한다. 옥스퍼드·피케 셔츠, 케이블 니트, 재킷 등을 토대로 편안하고 스타일리시한 ‘스탠더드룩’의 진수가 빈폴의 트레이드 마크다. 빈폴은 이런 패션 아이템을 ‘에센셜 상품’이라고 부른다. 유행과 상관없이 늘 사랑받고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라는 의미다. 지금도 20∼30대 젊은 고객들은 빈폴 본연의 가치가 담긴 에센셜 상품에 흥미를 느끼면서 꾸준히 계절마다 새 컬렉션을 구매한다. 빈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에센셜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가량 신장했다.

빈폴은 패션 업계를 이끄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의 소통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최근 ‘그래서 우리는 빈폴을 입지’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캠페인 영상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배우 김민규·전여빈, 작가 김이나, 포토그래퍼 하시시박,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크리에이터 침착맨 등 엠배서더들과 브이로그 형식으로 이들의 일상을 세련되게 보여준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멋 부리긴 싫어도 멋있어 보이고 싶은 MZ세대의 마음을 담아 에센셜 상품을 다채롭게 믹스한 모습을 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빈폴은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에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지속 가능한 패션’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그간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던 ‘그린빈폴(GREEN BEANPOLE)’ 상품들을 올해 가을·겨울(F/W) 시즌부터 100% 친환경 상품으로 구성해 새롭게 내놓은 것. 그린빈폴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패션’을 콘셉트로 버려진 페트병과 의류를 재활용한 재생 소재와 유기농 소재, 동물 복지 시스템을 준수한 RDS(Responsible Down Standard) 인증 다운 충전재, 비료와 살충제 사용을 최소화한 BCI(Better Cotton Initiative) 인증 면, 물 절약 워싱 등 친환경적인 소재와 방식으로 제작한 상품들로 구성됐다. 상품 가격도 그린빈폴의 주요 소비층인 20∼30대를 고려해 기존 상품의 80% 수준으로 책정했다. 올해 F/W 시즌에서 그린빈폴은 맨투맨과 셔츠, 케이블 니트, 데님 팬츠, 다운점퍼, 더플코트 등 클래식하면서 젊은 디자인의 남녀 캐주얼 의류를 선보였다.

빈폴은 새로운 재미와 신선함을 전달하기 위해 외부와의 협업 상품 역시 지속해서 출시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스누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피너츠(Peanuts)’와 손잡고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표현한 컬렉션을 출시했다. 또 7월에는 미술 전문가들의 콘텐츠를 소개하는 플랫폼 기업 ‘프린트 베이커리(Print Bakery)’와도 협업했다. 요이한, 그레타 프리든, 서유라, 박상혁 등 작가 네 명의 ‘판타지 트래블러’를 주제로 한 작품을 옷과 액세서리에 담았다. 지난 8월에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잘 드러내는 기본 스타일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제대로 입다(Wear the Right thing)’ 캠페인을 시작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패션 브랜드로 한층 거듭나고 있다. 원은경 빈폴 사업부장은 “빈폴은 트렌드를 추종하기보다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캐주얼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면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왔다”며 “앞으로도 빈폴이 추구하는 ‘제대로 입는’ 가치를 젊은 고객들까지 공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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