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회장 후보 인터뷰] 서명석 “할 말은 하겠다”…공격적 리더십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2. 12. 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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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
금융투자업계의 리더를 선출하는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23일)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김해전 전 교보증권 대표와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가 최종 회장 후보로 선정된 가운데 아직까지 유력 후보가 없는 치열한 선거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3년 전 5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현 나재철 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던 것과 180도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선거로 선출되는 만큼 투표권을 갖고 있는 회원사들과의 소통이 상당히 중요하다. 현재 금융투자협회 정회원사는 385곳. 증권사, 자산운용사, 신탁업사, 선물사 등 업종이 다양한 만큼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다. 금융투자와 규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정부와의 소통 또한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업계는 과감한 규제 개선을 원하고 있지만 정부는 투자자들의 안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보니 금융투자협회 회장 자리는 “잘 하면 본전이고 조금만 못해도 불만이 터져나오는 자리”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어렵고 힘든 자리임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세 후보자들은 출사표를 던지고 선거활동을 하고 있다. 세 후보 모두 회원사, 정부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규제 완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추진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세 후보를 만나 그들의 철학과 포부를 들어봤다.

“협상은 상대방이 받고 싶은 제안을 하면서 시작한다. 금융투자협회 회장의 임기는 3년이 보장된다. 하고 싶은 얘기, 꼭 해야 하는 얘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61)는 달변가다. 오랜 애널리스트 경험이 말해주듯 특정한 주제를 물으면 거침 없는 답이 들려온다. 동양증권 재직 시절에는 강성노조를 구성해 사측과 ‘투쟁’해 본 경험도 갖고 있다.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하고 이튿날 많은 사람들이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상황에서도 “주가는 상승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 됐다. 동양사태로 동양그룹이 해체될 때 동양증권을 유안타증권으로 인수·합병(M&A) 시켜 살려낸 일화도 유명하다. 유안타증권은 동양증권 인수 후에도 서 전 대표에게 사장직을 맡을 정도로 그를 신뢰했다. 서 전 대표를 이야기할 때 뚝심, 결단력과 같은 키워드가 등장하는 이유는 이같은 일화들 때문이다. 3년 전부터는 일주일에 두 차례씩 헬스장에서 PT를 받으며 근육(?)을 키워왔다.

서 전 대표는 가장 오래 전부터 금융투자협회 회장직 출마를 준비해 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3년 전 출마를 고민하던 중 대만의 유안타증권 본사에서 사장직을 조금 더 맡아달라는 요청이 왔다. 거절 할 수 없어 수락을 했는데 두어 달 뒤에 사임 통보를 받았다.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는 이미 끝난 뒤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서 전 대표는 3년 전부터 금융투자협회 회장 출마를 준비해왔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는 “과거 금융투자협회에서 자율규제위원회, 자율규제자문위원회 등의 활동을 하며 협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오랜기간 금융투자협회의 역할과 활동 등에 대해 고민해왔던 만큼 솔직하고 가감없는 활동으로 누군가의 기억에 남을만한 일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3년 동안 서 전 대표는 그동안 금융투자업계에서 일하며 경험하던 내용들을 글로 남겨놨다. 동양증권의 M&A를 비롯해 어려움을 겪었던 일, 이를 해결했던 일 등을 적어 놓으며 과거를 되돌아봤다. 또한 한국항공대에서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강의 요청이 와 대학생들과 일주일에 몇 차례씩 만나며 생각을 공유했다. 그는 “대학생들은 내 이력을 보고는 투자, 가상화폐, 물적분할과 같이 최근 투자 시장에서 이슈가 됐었던 다양한 질문을 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젊은 사람들의 생각과 함께 금융투자에 대한 일반인의 시선과 업계, 정부의 시각이 갖고 있는 차이 등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금융투자협회 회장에 당선된다면 “할 말은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선거에서는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나재철 회장이 적임자라 생각했다. 하지만 3년 사이 금융투자협회의 리더십은 보다 견고하고 강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서 전 대표는 “최근 중소형 증권사의 부실 위험, 자금 유동성 악화를 비롯해 업계에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서 규제 당국은 부정적으로 업계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물론 잘못한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융투자가 갖고 있는 본질까지 침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투자가들은 초과 수익을 원한다. 하지만 정부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여러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서 전 대표는 “금융은 위험할 수록 상품 구조가 복잡해지는 것인데 규제로 인해 운용사는 상품을 만들 수가 없다고 이야기한다”며 “투자라는 말 자체에는 ‘위험’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위험하다고 규제하면 창의력이 발현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금융 선진국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며 “법적으로 잘못만 저지르지 않으면금융투자협회 회장은 3년 임기가 보장되는 만큼 업계 의견을 모아 정부에 할 이야기는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 전 대표는 금융투자협회 회장에 출마하면서 글로벌 기준에 맞게 자본시장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4대전략, 16대 핵심과제를 선정했다. 특히 증권업계와 관련해서는 IB 부문의 주 52시간 적용 배제를 비롯해 유동성 공급체계 개선, 은행지주 산하 증권사 리스크 비율 중복규제 완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증권사 랩 추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 전 대표는 “협상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과정인 만큼 상대방이 받고 싶은 제안을 먼저 제시한다는 철학으로 소통에 임해나가겠다”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규제개선과 관련해 걱정하는 부분을 해결하면서 규제개선이 자본시장에 도움이 됨을 적극적으로 알려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선이 된다면 10년 단위로 시총이 높은 기업이 바뀌는 시대에서 기억에 남는 협회장으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충암고등학교(1980년 졸업) ▲서강대학교 경영학과(1987년 졸업) ▲고려대학교 경영학 석사(2008년 졸업) ▲동양증권 입사(1986년) ▲동양증권 리서치센터장(2006~2011년) ▲동양증권 경영기획부문장(2011~2013년) ▲동양증권 대표이사 사장(2013~2014년) ▲유안타증권 대표이사 사장(2014~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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