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회장 후보 인터뷰] 서유석 “진정성 있게 다가가겠다”…온화한 리더십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금융투자업계의 리더를 선출하는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23일)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김해전 전 교보증권 대표와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가 최종 회장 후보로 선정된 가운데 아직까지 유력 후보가 없는 치열한 선거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3년 전 5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현 나재철 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던 것과 180도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선거로 선출되는 만큼 투표권을 갖고 있는 회원사들과의 소통이 상당히 중요하다. 현재 금융투자협회 정회원사는 385곳. 증권사, 자산운용사, 신탁업사, 선물사 등 업종이 다양한 만큼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다. 금융투자와 규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정부와의 소통 또한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업계는 과감한 규제 개선을 원하고 있지만 정부는 투자자들의 안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보니 금융투자협회 회장 자리는 “잘 하면 본전이고 조금만 못해도 불만이 터져나오는 자리”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어렵고 힘든 자리임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세 후보자들은 출사표를 던지고 선거활동을 하고 있다. 세 후보 모두 회원사, 정부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규제 완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추진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세 후보를 만나 그들의 철학과 포부를 들어봤다.

“아빠와 아들은 소통이 되지 않는다. 할아버지와 손주는 소통이 된다. 이유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가가기 때문이다. 낮은 소통으로 업계의 의견, 아이디어를 진정성 있게 듣고 실현해 나가겠다.”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60)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경험을 모두 갖고 있다.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거쳐 2016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로 5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금융투자협회 회원사 385곳 중 자산운용사가 308개사, 증권사가 60개사다. 아직 자산운용사 출신 후보가 회장에 당선된 적은 없다. 서 전 대표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를 모두 경험한 만큼 ‘진정성’을 강조한다. 그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모두 같은 업계지만 서로 원하는 것도 바라보는 곳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양쪽 모두 경험한 만큼 진정성 있게 의견을 듣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직에서 물러난 서 전 대표는 가족들과 가끔 국내 여행을 다니며 잠시 휴식기를 보냈다. 그 사이 몇 몇 기업에서 ‘재취업(?)’을 권했지만 거절했다. 서 전 대표는 “여행을 다니면서 과거를 되돌아보니 그동안 회사를 위해 헌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 노하우를 많은 사람들을 위해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랜기간 했고 금융투자협회 회장에 출마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많은 회원사, 그리고 규제당국과의 접점을 찾기는 상당히 힘들다. 그는 ‘할아버지의 리더십’을 이야기했다. 서 전 대표는 “아빠와 아들은 항상 싸우는데, 이유는 아빠가 아들을 대할 때 자신을 낮추지 않기 때문”이라며 “반면 할아버지와 손주는 대화가 통하는데 이유는 할아버지가 손주의 모든 것을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비유했다. 이처럼 내려놓는 소통이 기반이 되어야 할아버지는 손주에게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손주도 할아버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다. 서 전 대표는 “다른 사람보다 조금 높은 직책을 갖고 있다면 먼저 생각과 비전을 공유하고 난 뒤 직장 동료들의 말을 경청해야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소통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협회 활동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하면서 자산운용사의 글로벌화를 기반으로 ‘역대급 성과’을 냈다. 업계 1위는 삼성자산운용과의 격차도 빠르게 좁혀 나가면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부드러운 리더십을 강조했지만 경영 스타일은 공격적이었다. 서 전 대표는 이같은 성과가 직원들과의 소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전 대표는 금융투자산업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큰 만큼 불평등한 규제를 개선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환경 조성에 무엇보다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합리적으로 규제 당국과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당국은 국가에 대한 사명감이 상당히 높은 만큼 무작정 업계의 의견을 들고 가서는 소통이 될 수 없다”며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자료와 사례를 기반으로 정부 설득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또한 금융투자업계는 국회와의 관계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합리적으로 탄탄하게 준비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만큼 진정성 있게 소통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서 전 대표는 증권사 자금경색 문제 조기 해결을 위한 모니터링과 유관기관과의 공조체계 구축, 금융투자소득세 가운데 적격펀드의 분배금 과세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성장 고객층을 선점해 ‘MZ세대’의 청장년층 머니무브도 유도하겠다는 공약 등을 내세웠다.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리츠 등 증권사 신규 사업 확대와 증권업계가 디지털자산시장의 핵심 주체가 되기 위한 제도적 기반도 갖춰나가겠다고 밝혔다.

서 전 대표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국선도를 즐겨했다. 최근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30분~1시간 가량 달리며 생각을 정리한다. 시간이 없을 때는 가까운 거리는 일부러 걸어다니며 잠시나마 땀을 흘리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한다. 서 전 대표는 기회가 된다면 금융과 관련된 과목을 초등학생부터 배울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는 남들이 하는 것을 보면서 따라하는, 단기간의 투자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며 “투자자가 있어야 금융투자업계도 존재하는 만큼 많은 국민들이 어렸을 때부터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배재고등학교(1981년 졸업) ▲고려대학교 경제학과(1988년 졸업) ▲고려대학교 재무관리 석사(1993년 졸업) ▲대한투자신탁 입사(1983년) ▲미래에셋증권 마케팅본부장(2005~2006년) ▲미래에셋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2006~2009년)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추진부문 대표(2009~2010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2010~2012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마케팅·ETF 총괄사장(2012~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2016~202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