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주역들의 줄사퇴…Q&A로 풀어본 '항우연 내분' 논란
누리호 3호기는 1, 2, 3단 조립 완료…내년 상반기 내 발사 전망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와 달 탐사선 '다누리'라는 성과를 거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22년이 끝나가는 지금, 조직개편을 둘러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2일에는 고정환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16일 옥호남 나로우주센터장이 조직 개편에 반발해 보직을 내려놓았다.
항우연은 달라진 여건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과학계에서는 항우연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발사체개발사업본부라는 특성도 이번 갈등의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어떤 조직인지, 쟁점은 무엇인지 질문과 답(Q&A)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Q. 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어떤 조직?A.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 분야는 크게 △발사체 △위성 △항공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조광래 전임 원장은 발사체, 임철호 전임 원장은 항공, 이상률 현임 원장은 위성 분야의 전문가다.
위성, 항공 부문은 '연구소' 체제로 운영되지만, 발사체 부문은 '사업본부'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이러한 구조가 된 것은 과거 '나로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이은 나로호 일정 연기·발사 실패 후 여론까지 나빠지면서 사업 관리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이전에는 항우연 내부에 있던 발사체 조직이 2011년 '한국형발사체사업 운영관리지침'을 근거로 개방형 사업단 형태로 분리됐다. 이 과정에서 사업단장은 과기부 장관이 선임하는 것이 돼, 항우연이면서도 항우연이 아닌 기묘한 상황이 시작됐다.
운영관리지침이 개정되며 독립사업단 체제에서 항우연 내부 조직으로 개편됐지만, 발사체 본부는 사업 관련 전권은 유지되어 항우연 내 일종의 독립 조직처럼 운영됐다. 실제 임철호 원장 시절 '뉴 스페이스' 대응을 위한 발사체 부문의 업무조정 시도가 있었지만, 발사체 본부의 반발이 거셌다.
발사체는 항우연의 업무영역이지만, 사실상 항우연 원장보다는 주무부처인 과기부가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가 10여년간 이어진 것이다. 항우연 내부의 '독립 조직'으로 운영되며, 과기부와의 소통을 통한 효율적인 사업 추진, 독립성과 함께 부여된 책임성과 같은 장점도 있다. 반대급부로 갈등이 발생할 때 발사체 본부는 '사조직화', '상왕' 등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Q. 조직개편 쟁점은?A.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당초 목적인 '누리호'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그 이후의 연구·개발 체제에 대한 논의도 수면에 부상했다. 이와 맞물려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라는 전세계적인 환경적 변화도 거센 상황이다. 과거 국가 주도의 우주 개발이 아닌 민·관 협력형 우주 개발이 국제적 흐름으로 자리 잡은 것.
이런 상황에서 발사체 부문의 조직을 어떤 형태로 운영해야 하는지가 이번 조직 개편의 쟁점이다.
고정환 본부장은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사퇴서를 통해 한국형발사체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조직을 사실상 해체해 수족이 잘린 꼴이 되어 차후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입장은 '나로호', '누리호' 같은 단일 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상황에서 '누리호 고도화', '차세대 발사체', '소형 발사체' 등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만큼 '조직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으로 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없어질 예정이지만, 인력을 이어 받은 '발사체 연구소'가 운영된다.
Q. 기재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때문에 항우연이 무리한 조직 개편?A.이번 조직 개편을 두고 윤석열 정부 기획재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르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항우연은 이와는 관련 없이 자체적으로 지난해부터 논의를 이어왔다는 입장이다.
이전에도 관련 논의는 있었다. 임철호 전임 원장부터 이상률 현임 원장에 이르기까지 항우연 조직 개편에 대한 언급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임철호 원장의 경우, 발사체개발사업본부와 갈등 과정에서 논란이 생겼는데 이 역시 조직 개편 관련 갈등으로 알려졌다.
Q.누리호 3차 발사 차질은 없나?A.3차 발사를 위한 누리호 준비 작업은 이번 논란과 관계 없이 순항 중이다.
현재 누리호는 1, 2, 3단간 조립이 끝나는 등 제작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으며,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3년 5~6월께 3차 발사가 시도될 전망이다.
이번에 사퇴 의사를 밝힌 고정환 본부장과 옥호남 센터장도 보직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혔을 뿐, 항우연 소속을 유지하고 있다.
항우연 내부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서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고정환 본부장의 의견에 동의하는 한편, 꼭 사업본부라는 독립 조직의 형태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Q. 세금이 들어간 누리호 기술, 한화에 왜?A.누리호는 공공과 민간의 합작품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설계를 비롯한 사업 총괄을 맡아서 진행했다. 민간에서는 300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이 누리호를 한땀한땀 만들었다. 총조립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대는 현대중공업이 참여했다.
이같은 공공기술의 이전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공공연구소가 개발한 기술은 필요한 기업이 일정 금액의 기술료를 받아 산업화에 나서는 구조다. 이번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일정 금액의 기술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우주 분야는 국가의 영역에서 이뤄지며 이같은 민간 기술이전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최근들어 민간 우주 산업이 본격화되면서 각 국에서 추진되고 있다. 스페이스X와 미쓰비시 등은 공공에서 개발한 기술을 이전받았다.
또 기술 이전, 정책 지원 등을 통한 '민간 우주 산업 육성'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추진되어 이번 정부가 이어 받은 소위 '정권을 가리지 않는' 정책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나로우주센터에서 "출연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단계적으로 민간에 이전하고, 우주산업 클러스터 구축과 우주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7월 "우주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위성기술과 누리호 성공으로 입증된 발사체 기술을 기업으로 이전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과 6G 통신위성을 통해 자율차·드론·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새로운 서비스산업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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