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첫 언급…한은 금리인상 속도조절?

류난영 기자 2022. 12. 2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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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금리 결정시 경기·부동산도 고려
최종금리 놓고 채권시장 엇갈린 해석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시작에 앞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마지막 금통위를 열고 6회 연속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2022.11.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하면서도,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부작용, 경기 침체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내년 초까지 5% 내외의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하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내년 통화정책 방향을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은이 경기침체 우려로 당초 예상했던 3.5% 수준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전망과 미 통화당국의 긴축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3.5%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전날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가 가팔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제유가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최근 배럴당 70 달러대로 낮아지면서 지난달 전망 당시의 전제치를 상당폭 밑돌고 있고, 국내외 경기 둔화폭 확대,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라 수요측 하방 압력도 더 확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대신,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작용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조정과 이에 따른 금융안정 저하 가능성, 우리 경제 각 부문에 미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에 대해 각별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또 내년 경기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는데, 경기침체로 가느냐, 아니냐 하는 경계선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가격 조정, 금융 안정 저하 등 금리인상에 대한 부작용을 살펴보겠다고 언급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총재는 또 "기준금리 3.5% 전망은 전제가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며 "기준금리 3.5%를 예상한 것은 11월 금통위 당시 금통위원들의 의견으로 소통의 차원이지 약속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그렇게(기준금리 3.5%) 간다든지, 정책에 대한 약속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며 "11월 경제 데이터만 볼 때는 다수 금통위원들이 3.5%면 과소나 과잉 대응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경제 상황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물가설명회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2.12.20. photo@newsis.com

이는 물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가 경기나 부동산 시장, 금융안정 상황 등에 따라 일부 수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3.25%로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대다수가 내년 최종 기준금리를 3.5%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문제는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입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주 열린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 인해 한국과의 금리(3.25%) 격차가 1.25%포인트로 확대되는 등 2000년 10월 5일(1.25%포인트) 이후 22년 2개월래 최대폭을 기록했다. 미 연준은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5.1%로 높이겠다고 밝혀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는 이 총재가 언급한 경기 침체 발언만 고려하면 최종금리가 3.5%나 그 이하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내년에도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미 연준도 내년 연말까지 최종금리를 5.1%까지 높일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기준금리 3.5% 이상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기존 발언 대비 덜 매파적이었다"며 "예전에 물가에 주로 신경을 썼다면 이번에는 경기 침체 가능성나 부동산 시장, 금융안정에 좀 더 신경을 쓴 것으로 보여 진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가 5%내외의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한 만큼 기준금리를 3.5%까지는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만큼 기준금리가 3.75% 이상을 넘어갈 가능성은 낮아 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물가 안정 대응을 중점을 두겠다고 발언했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여 금리를 3.75%까지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며 "긴축 부작용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3.5%나 그 이하 등 양쪽으로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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