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 내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10년 전에 내지 않은 세금이 있으니 당장 내라는 국세청의 연락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주 오래전에 내지 않은 세금이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 내기가 어렵겠지만, 그런 사실이 있더라도 제대로 냈는지를 증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증빙이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도 정해져 있다. 국세 부과제척기간이라고 한다.
부과제척기간은 일정 기간 안에만 세금을 부과할 수 있고, 그 이후에는 부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법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납세자의 재산권 침해 예방이 목적이다.
만약 부과제척기간이 없다면 납세자와 징수권자는 대단히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납세자는 평생을 세금납부에 떨어야 하고, 과세관청도 장기간의 납세관리에 행정력을 낭비해야 한다.
기본 5년, 탈세는 10년 안에 부과 가능
하지만 무턱대고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각각 세금의 종류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기간을 적용한다.
형사법에서 중대한 범죄일수록 공소시효가 긴 것처럼 세법에서도 중대한 세금문제일수록 부과제척기간이 길어진다.
기본적인 국세는 부과제척기간이 5년이지만, 납세자가 법정 신고기한까지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과제척기간이 7년으로 늘어난다.
또 사기나 기타 부정행위, 그리고 조세포탈 등의 이유가 있는 납세자에게는 10년 이내에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거래가 섞여 있다면 부과세척기간은 좀 더 길어진다. 기본 국세는 5년에서 7년으로, 미신고는 7년에서 10년으로, 부정행위 등은 10년에서 15년까지로 바뀐다.
상속·증여세는 평생 따라다닐 수도
상속세나 증여세는 별도의 부과제척기간으로 운영된다.
상속세나 증여세는 기본 부과제척기간이 10년이고, 사기 기타 부정행위나 조세포탈 등의 사유가 있다면 15년까지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난다.
특히 50억원을 초과하는 고액의 상속증여 재산을 부정행위로 조세포탈한 경우, 명의신탁 또는 해외 거주자의 상속증여재산인 경우에는 국세청이 '상속이나 증여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부과할 수 있다.
국세청이 당장은 몰랐지만, 언젠가 알게만 되면, 그 상속이나 증여시점과 무관하게,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상 평생이 부과제척기간인 셈이다.
10년 안에는 징수권도 사라진다는데
하지만 세금은 부과한다고 걷히는 것은 아니다. 부과제척기간 내에 확인을 하고, 고지서를 보내도 납세자가 세금을 납부해야 국고에 수납이 된다
실제로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해도 내지 않는 사람은 있다. 고액상습체납자들이 매년 수천명씩 추가로 명단공개 대상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한편으로는 세금을 고지했지만, 재산 등이 없어서 세금을 내지 못해 체납자로 남는 경우도 있다.
이 때 국세청은 독촉하거나 재산을 압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하는데, 만약 이런 독촉행위를 일정기간 하지 않거나 못한 경우에는 국세청의 징수권한도 소멸된다. 국세 징수권의 소멸이다.
징수권이 소멸되는 기간을 소멸시효라고 하는데, 국세징수권 소멸시효는 5년으로 정해져 있다. 다만 5억원이 넘는 국세는 징수권 소멸시효가 10년으로 길다.
소멸시효 내에 징수하지 않으면 징수권이 사라지는데, 중간에 국세청이 독촉, 납부최고, 교부청구 등의 징수를 위한 행정조치를 하게 되면 징수권이 아니라 소멸시효가 사라진다.
6억원의 체납세금이 있는데, 9년 11개월 째에 독촉장이 왔다면 그동안 쌓인 소멸시효는 사라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효를 계산한다. 국세 징수권이 살아나는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의 체납세금징수를 위해 독촉장과 고지서, 압류 등의 징수행위를 통해 징수소멸시효를 지속적으로 연장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면서 부과제척기간이나 징수소멸시효를 넘기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의 국세청 전산이나 조사기법 등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오히려 이 경우 장기간 세금체납에 따라 가산세 등이 누적되어서 본래 내야할 세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성실납세가 절세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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