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골 사후 폐허가 된 나라"…신간 '프랑스의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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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병자(病者)다."
제무르는 최근 번역 출간된 이 책에서 샤를 드골(1890~1970) 이후 프랑스 정치는 실종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통령을 지낸 드골의 죽음을 아버지의 죽음으로, 민족의 죽음으로, 프랑스의 죽음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드골 사후 독일에 경제적으로 추월당하고, 영국과 미국의 정치인에 휘둘리는 프랑스의 상황을 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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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프랑스는 병자(病者)다."
올해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시선을 끈 에리크 제무르의 주저(主著) '프랑스의 자살'(틈새책방)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는 마리 르펜 국민연합(RN) 전 대표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극우성향의 정치가로 알려졌다.
제무르는 최근 번역 출간된 이 책에서 샤를 드골(1890~1970) 이후 프랑스 정치는 실종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통령을 지낸 드골의 죽음을 아버지의 죽음으로, 민족의 죽음으로, 프랑스의 죽음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드골 사후 독일에 경제적으로 추월당하고, 영국과 미국의 정치인에 휘둘리는 프랑스의 상황을 개탄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프랑스인들은 "유럽이 거대한 프랑스가 될 것"이라고 확고히 믿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도 이를 믿지 않는다. 오히려 "유럽이 거대한 독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을 따름이다.
저자는 프랑스가 약해진 원인으로 68혁명을 주도한 68세대를 꼽는다.
이들이 사회를 이끌면서 국가공동체보다는 개인주의를, 프랑스 자국 중심주의보다는 세계화를, 민족의 역사보단 보편적 휴머니즘을 추구했다는 점에서다.
인류의 진보를 담은 이상적 가치관이지만, 모두 프랑스의 실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공동체주의는 개인주의의 득세 속에 무너졌고, 신자유주의는 양극화를 초래했으며 보편적 휴머니즘은 이민 허용을 부추겼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68세대가 만든 3부작인 조롱, 해체, 파괴는 가족, 민족, 노동, 국가, 학교와 같은 모든 전통적 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렸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특히 저자가 우려하는 건 프랑스의 이슬람화다. 그는 이슬람 문화가 프랑스 문화에 전혀 동화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세를 확장하고 있다고 본다.
가톨릭과 그리스·로마문화에 기반한 프랑스 문화와 아랍의 이슬람 문화는 전적으로 달라 이 둘의 만남은 사회 갈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설명한다.
저자는 "드골은 결국 실패했다"며 "그가 죽고 40년이 지난 후 그의 걸작(프랑스)은 폐허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선우 옮김. 78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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