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 세대교체…정크푸드 지고 프리미엄 뜨고
맥도날드·버거킹·KFC는 매물로 쌓여
국내 버거 시장이 세대교체되고 있다. 맥도날드·버거킹·KFC 등 중저가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매물로 쌓이고 있다. 반면 해외 버거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 상륙하며 프리미엄 버거 시장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버거 격전지 강남
미국 서부지역 수제버거인 슈퍼두퍼가 지난 11월 강남에 간판을 내걸었다. 슈퍼두퍼는 쉐이크쉑과 불과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오픈 2주 만에 햄버거 2만개가 팔렸다. 슈퍼두퍼를 들여온 bhc그룹은 창고43, 아웃백 등에 이어 프리미엄 버거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올 초에는 패션잡화기업 진경산업이 송파구 잠실에 '고든 램지 버거'를 오픈했다. 가장 비싼 1966버거는 단품 가격이 14만원에 달하는 초호화 버거지만 예약을 하지 않고는 맛보기 어려울 만큼 사람이 몰렸다.
SPC그룹이 2016년 들여온 '원조 프리미엄 버거' 쉐이크쉑은 올해 매장을 24호점까지 확대했다.
내년에도 '프리미엄 버거' 열풍은 이어진다. 갤러리아가 파이브가이즈를 들여 온다. 파이브가이즈는 쉐이크쉑, 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불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갤러리아 신사업전략 실장이 주도하는 만큼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버거 끝판왕' 인앤아웃도 꾸준히 한국 진출설이 돌고 있다.
토종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도 경쟁 대열에 뛰어들었다. '노티드'의 GFFG가 만든 '다운타우너'는 국내 대표 수제버거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테니스장 컨셉트의 매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폴트버거, 캠핑장에 온 듯한 느낌을 살린 버거보이 등도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모든 프리미엄 버거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강남에 오픈한 '오바마 버거' 굿스터프이터리는 오픈 반 년 만에 문을 닫았다.
매물로 쌓인 맥도날드·버거킹
국내 버거 시장을 이끌어 왔던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상황이 다르다. 맥도날드, 맘스터치, KFC, 버거킹 등은 코로나19 중 배달 서비스 강화 등으로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브랜드들이 올해 줄줄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6월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나섰다. 지난 2016년 매각에 실패한 지 6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지만 시장은 반응은 미지근하다. 한국맥도날드는 2019년 440억원, 2020년 484억원, 2021년 278억원 등 3년간 총 1202억원의 적자를 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버거킹은 올해 초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정하고 매각 작업을 시작했지만 최근 '보류'를 선언했다. 1조원대의 버거킹 몸값을 치를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bhc그룹은 슈퍼두퍼를 론칭하며 발을 뺐다. 버거킹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 다시 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맘스터치와 KFC도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맘스터치는 주관사를 BoA메릴린치에서 도이치증권으로 변경하고 내년 초까지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KG그룹이 보유한 KFC는 지난 3월 매각 결정 후 오케스트라PE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몸값이 600억원선으로 높지 않아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리미엄'이 살 길
국내 버거 시장의 세대교체 중심엔 품질에 걸맞는 가격이 있다.
프랜차이즈 버거의 성장 원동력은 '가성비 점심식사'였다. 하지만 잇단 가격 인상으로 일부 버거 세트 가격이 1만원대 가까이 치솟으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프리미엄 버거 시장은 1인분에 2만원 중반대의 고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품질을 강화하며 '싸고 간단히 한끼를 때우자'는 기존 버거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프랜차이즈 버거는 편의점 HMR과도 경쟁할 처지다. 편의점업계는 최근 들어 '프리미엄 버거'를 잇따라 내놓으며 프랜차이즈 시장을 넘보고 있다. GS25는 100% 호주산 소고기 패티를 사용한 '찐오리지널비프버거'를 4000원에 내놨고 CU도 4800원짜리 '리얼비프치즈버거'를 선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버거가 등장하면서 햄버거는 패스트푸드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고급 식사'라는 이미지가 생겼다"며 "햄버거 시장을 움직이는 2030의 트렌드와 부합해 당분간 '프리미엄 버거'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