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열풍의 이면…'쩐의 전쟁' 심화 속 해체도 줄이어

유영규 기자 2022. 12. 2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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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K팝 걸그룹이 큰 인기를 누렸지만,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 소속 걸그룹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팝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중소 기획사 출신 그룹이 인기를 얻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대형 상장사 소속 팀들로 인기가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21일) 가요계에 따르면 걸그룹 버가부는 이달 8일 팬 카페를 통해 활동을 종료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데뷔 이후 1년 2개월 만에 해체한 것입니다.

'청하 동생 그룹'으로 2019년 데뷔한 5인조 걸그룹 밴디트도 지난달 11일 전속계약 해지 사실을 알렸습니다.

올해 4월에는 7인조 걸그룹 핫이슈도 1년 만에 해체됐습니다.

아이돌 그룹이 소속사와 맺는 일반적인 전속계약 기간은 7년인데, 그 절반도 활동하지 못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1∼2년 만에 사라지는 팀이 잇따르는 것입니다.

걸그룹 버가부


중소 기획사 걸그룹의 잇따른 해체 배경으로는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로의 인기 쏠림 현상이 꼽힙니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의 '2021년도 국내종합 연도차트'에서 '톱 50'에 이름을 올린 걸그룹 노래는 총 7곡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이른바 '4대 기획사'로 꼽히는 하이브, SM, YG, JYP가 아닌 회사에 소속된 아티스트의 곡은 5곡이었습니다.

브레이브걸스와 오마이걸이 흥행에 성공한 덕분입니다.

그러나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멜론에서의 국내 음원 차트 성적을 종합한 데이터에 따르면 '톱 50' 안에 든 걸그룹 노래는 13곡으로 작년보다 배 가까이 늘었지만 그중 4대 기획사 소속이 아닌 아티스트의 곡은 6곡으로 1곡 더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6곡 중에서도 카카오 산하 스타쉽 소속 아이브와 MBC TV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로 배출된 프로젝트 걸그룹 WSG워너비의 곡들을 빼면 (여자)아이들의 '톰보이'(TOMBOY) 한 곡만 남습니다.

걸그룹 히트곡은 늘어났지만, 중소 기획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더욱 좁아진 셈입니다.

올해 성공한 대형 기획사 소속 신인 걸그룹들은 콘텐츠에 제작비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에서 올해 7월 데뷔한 뉴진스는 데뷔 음반에 수록된 4곡 모두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물량 공세를 펼쳤습니다.

곡의 안무 영상인 퍼포먼스 비디오, 멤버 개인별 뮤직비디오를 포함하면 총 10여 개가 넘는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걸그룹 르세라핌


걸그룹 르세라핌도 회사의 지원을 성공적인 데뷔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하이브가 올해 8월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는 계열회사인 쏘스뮤직에 '걸그룹 론칭'을 목적으로 75억 원을 대여해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기간 쏘스뮤직에서 데뷔한 걸그룹이 르세라핌 밖에 없던 것을 고려하면 이 그룹을 위해 수십억 원을 쏟아부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때문에 올해 신인 걸그룹 가운데 아이브, 뉴진스, 르세라핌, 엔믹스, 케플러 등 존재감을 드러낸 팀들은 모두 4대 기획사 소속이거나, CJ ENM·카카오 같은 대기업 산하에 속해 있었습니다.

걸그룹 마마무와 퍼플키스 등이 소속된 RBW의 김진우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K팝 기획사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대표는 "예전 내수 시장만 겨냥했을 때는 어느 정도 비용의 '한계선'이 있었다"며 "그러나 요즘처럼 할리우드와 경쟁하려면 콘텐츠의 퀄리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제작 단가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 역시 "K팝 시장이 커지면서 단가가 다 높아져 그룹 활동에 드는 비용이 이전보다 1.5배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결국엔 소속사 간의 '머니 게임'이 돼 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K팝 팬과 전문가 사이에서는 특정 기획사 출신 걸그룹들이 시장을 독차지하면서 가요계에서 다양성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걸그룹이 많이 등장했는데, 그룹 간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며 "이 현상은 결국 문화적, 음악적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김 평론가는 "자본과 마케팅력에 따라서 움직이는 K팝이 과연 미래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제이지스타·에이팀엔터테인먼트 제공, 쏘스뮤직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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