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재벌집 막내아들'속 금융이야기

이경남 2022. 12. 2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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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대기업 '핵심'된 금융회사
삼성생명과 비슷한 '순양금융지주' 회사
'순양금융지주' 무산시킨 금산분리, 김주현은 '푼다'

요즘 화제의 드라마 다들 보고 계신가요? 바로 '재벌집 막내아들' 이야기입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요즘말로 '2회차 인생'을 사는 내용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근현대사 경제에 미쳤던 수많은 위기를 다시 상기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재벌집 막내아들'의 배경 회사인 '순양그룹'과 회장 진양철이 후계구도 완성을 위해 준비했던 '순양금융지주'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순양금융지주' 설립은 최근 우리나라 금융권 최고 화두인 '금산분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순양그룹은...삼성?

'재벌집 막내아들'의 핵심은 순양그룹의 후계구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매회마다 흘러가는 내용이 그렇게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데요, 바로 순양그룹에서 삼성그룹이 연상되기 때문입니다.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은 1980년대부터 '반도체'가 그룹의 미래라며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사업을 꿈꾸기를 강력히 희망합니다. 아울러 외환위기 당시 '아진자동차'가 매물로 나오자 이를 인수하려고도 했습니다.

이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를 행보와 비슷합니다. 이병철 회장의 경우도 반도체 사업이 미래 핵심먹거리가 될 것이라 생각해 이를 적극 추진했고 이 바통은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이어받아 삼성전자의 위상을 끌어올렸죠.

'아진자동차'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 기아자동차가 떠오릅니다. 다만 '아진자동차'는 순양그룹이 인수했지만 현실에서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됐습니다.

진양철 회장의 경쟁자로 나오는 '대영그룹'을 이끄는 주영일 회장이 실향민으로 이북사투리를 쓴다는 점에서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순양금융지주' 설립, 지금은 불가능

극중에서 외환위기를 넘긴 2000년으로 시대가 지나자 진양철 회장은 이런 대사를 합니다. "굴뚝장사 끝났데이, 이제는 돈 놀이로 먹고살아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제조업에 기댄 사업포트폴리오를 금융회사로 넓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진양철 회장은 '순양금융지주'의 설립을 공식화하죠.

이후 진양철 회장의 자손들은 모두 순양금융지주의 대표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주목합니다. 진양철 회장의 차남인 진동기 순양그룹 부회장은 "순양금융지주가 순양물산의 지분 5%만 더 획득하게 된다면 모든 제조업 계열사들이 순양금융지주 밑으로 들어오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말해 순양금융지주를 이끄는 대표가 순양그룹의 후계자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극중에서 순양그룹이 순양물산을 중심으로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양금융지주가 설립된 이후 순양물산의 지분을 획득하면 순양금융지주를 필두로 지배구조가 개편된다는 의미일겁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현재로선 불가능합니다.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금융회사는 완전 자회사로 둘 수 있지만 제조업, 즉 비금융회사는 지분 5%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법에서 규정해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순양금융지주가 설립된 이후 순양물산의 지분 5%를 더 획득한다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합니다. 순양금융지주가 순양그룹의 꼭대기에는 올라갈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재벌'기업에서 파생된 금융지주 회사들 역시 모두 계열분리를 통해 금융회사만 지배하고 있습니다.

다만 해당 조항이 금융지주회사법에 신설된 것은 2009년이므로 극중 당시인 2002년 당시에는 금융지주회사를 필두로 하는 순양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능했을 수는 있겠네요.

순양금융지주, 비슷한 삼성생명

하지만 순양금융지주가 지향했던 바와 아주 비슷한 사례는 있습니다. 앞에서 순양그룹이 왜 삼성을 모티브를 했는가를 이야기한 이유입니다. 삼성생명이 순양금융지주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우리나라에 주식회사 삼성이라는 회사는 없습니다. 삼성물산을 필두로 삼성계열사들의 지분을 일정부분 소유하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을뿐 입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 오너 일가는 삼성물산의 지분 31.31%를 보유하고 있지요. 그리고 나머지 계열사는 삼성물산을 통해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삼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는 어디인가요? 아마 삼성전자일 겁니다. 그런데 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하는데 있어서 삼성생명이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지분 19.34%, 삼성전자의 지분 5.0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8.5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시 말해 삼성생명의 지분을 손에 쥐면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인 삼성전자에 강력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삼성생명이 순양금융지주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최창제가 강조한 금산분리 김주현이 푼다

극중 진양철 회장의 사위이자 서울시장인 최창제는 대선에 나서면서 순양그룹의 금융지주설립을 반대합니다. '금산분리'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금산분리란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의미합니다.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에 뛰어들 경우 일반 소비자들의 자산이 금융회사를 소유한 비금융회사의 자금줄로 쓰이는 '사금고'화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부터 시작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강력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러한 금산분리 이슈는 극중 최창제가 대선에 출마한 시점인 2002년을 지나 2022년에도 현재 진행중입니다. 

일단은 순양금융지주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생명도 이러한 금산분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현재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자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보험사 총자산의 3% 넘게 소유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314조9987억원으로니까 9조4499억원이 넘는 지분을 보유할 수 없는겁니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에서 시작됩니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보통주 8.51%(5억815만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야당에서는 보험사가 보유할수 있는 계열사의 지분률을 산정할때 '시가'로 계산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종전에는 취득원가로 이를 계산한 바 있습니다.

취득원가로 계산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취득 당시 5444억원을 들였기 때문에 문제가 안됩니다. 다만 시가로 환산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상당량 처분해야합니다. 20일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가 5만3000원으로 마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6조9319억원 가량인데요, 다시말해 17조원 이상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된다는 겁니다. 

이러한 논의의 배경이 된 것이 바로 금산분리입니다. 금융과 산업을 완전히 분리해야 하는데 금산분리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의 지분을 이렇게 많이 쥐고 있어도 되냐는 게 이 논의의 배경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최창제와 달리 금산분리를 완화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이를 위한 논의는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줄곧 진행되고 있습니다. 

금융위의 핵심논리는 금융자본이 비금융산업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금융자본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비금융사업자가 금융산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규제가 동시에 완화될 가능성도 큽니다. 금융자본의 비금융사업 진출만 허락하기에는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금산분리규제가 완화되면 우리나라의 경제 지도 역시 빠르게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어느덧 종영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종영을 앞두고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짧은 배경을 알고가면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앞으로 순양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현재 상황과는 어떻게 다른지 짚어보면 더욱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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