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필요해] ②"너무 좁아요" 교실에 다닥다닥 붙은 아이들

전주화정초, 4년 만에 학급수 42→63개 폭발적 증가로 몸살
교실 절대 부족에 강당 교실로 활용, 운동장엔 모듈러 건물

[※ 편집자 주 = 저출산 시대에 학령인구 감소가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가 확연한 구도심은 학교가 텅텅 비는 반면 젊은 부부들이 거주하는 신도심은 오히려 학교가 부족해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입니다. 기형적인 학생 수 불균형은 학교 통폐합 논의로 이어지며 지역 사회의 갈등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통합하려는 쪽과 막으려는 쪽으로 나뉘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서는 사이 그 피해는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신도시의 학교 부족 실태와 불편을 겪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상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등을 3차례에 걸쳐 송고하고자 합니다.]

빽빽한 과밀 교실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지난 19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화정초등학교의 한 리모델링 교실에 학생들이 빽빽이 앉아 수업받고 있다. 이 학교는 신도심 아파트단지로 학생 수가 크게 늘자 복도에 벽을 설치해 교실을 확보했다. 2022.12.19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전자칠판 바로 앞부터 양쪽 벽을 따라 빽빽하게 들어찬 책상.

지난 19일 취재진이 돌아본 전북 전주화정초등학교 4학년 1반 학생들은 비좁은 교실에 앉아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쫑긋 기울이고 있었다.

책상 사이사이는 학생 1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았고, 학생들 몇 명만 자리에서 일어나면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였다.

전주 신도심 주거단지인 에코시티에 위치한 화정초는 전주시내 대표적인 과밀·과대 학교 중 하나다.

2018년 42학급을 기준으로 개교했지만, 입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4년 만에 63학급(재학생 1천683명)으로 늘었다.

교실을 충당하기 위해 학교는 음악실 등 특별교실을 일반교실로 전환하거나 빈 공간인 복도를 쪼개 교실을 확보했다.

4학년 1반은 이렇게 복도에 벽을 설치해 만들어진 리모델링 교실 중 하나다.

학생들이 오가던 통로는 수업을 받는 곳이 됐지만 교실 안은 책상 스무 개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다. 교실 앞뒤 공간이 부족해 사물함도 다른 반과 달리 복도에 두고 쓰고 있었다.

또 다른 리모델링 교실인 2학년 1반은 복도에 있던 소화전이 그대로 교실 뒤쪽에 남아있기도 했다.

교실에 있는 소화전 설비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지난 16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화정초등학교의 한 교실에 소화전 설비가 설치돼있다. 학생 수가 크게 늘자 복도에 벽을 설치해 교실 수를 늘리면서 복도에 있던 소화전이 교실에 있게 됐다. 2022.12.16

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좁아진 건 교실뿐만이 아니다. 강당도 임시 가림막을 설치해 두 개 학급이 나눠 쓰고 급식실도 두 개 학년씩 시간을 분배해 이용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운동장이다.

교실을 확보하기 위해 운동장에 조립식 건물인 모듈러 교실을 설치하면서 자연스레 뛰놀 공간도 줄었기 때문이다.

정글짐이나 철봉 같은 놀이기구는 모듈러 건물 뒤로 가려져 버렸고 마주 보고 있던 축구 골대를 나란히 옮겨야 하는 문제도 생겼다.

게다가 모듈러 교실은 컨테이너를 개조한 '컨테이너 교실'보다는 안전하지만, 임시로 지은 건물이다 보니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다.

화정초의 한 교사는 "모듈러 교실이 철골과 금속패널로 제작돼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더 춥다"며 "진동이나 방음에도 취약해 옆 반 교실의 소리가 그대로 전달된다"고 말했다.

화정초에 설치된 모듈러 교실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화정초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모듈러 교실. 교실이 설치되면서 정글짐과 철봉은 건물에 가려졌다.

모듈러 교실은 임시로 쓰이는 건물인 탓에 장애인 편의시설도 없다. 이 때문에 6학년에 재학 중인 장애인 학생은 본관 건물에 위치한 교실로 배정을 받아야 했다.

김화자 화정초 교장은 "에너지를 분출시킬 공간이 충분해야 하는데 교실도, 운동장도 좁다 보니 학생들이 많이 답답해한다"며 "밀집도가 높아 안전사고 우려도 커 교직원들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초포초 오가는 노란색 통학버스 차량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지난 16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초포초등학교 통학 차량에 학생들이 오르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에코시티 단지 내 학교들의 과밀로 추가 배정이 어려워지자 인근 초포초를 공동통학구로 지정하고 통학버스를 지원하고 있다. 2022.12.16

옆 학교인 자연초나 에코시티 외각 초포초의 모습도 비슷하다.

두 학교 모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입학생이 크게 늘면서 운동장 한쪽에 모듈러 건물을 세웠다.

초포초에는 에코시티에서 등하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에코시티 내 화정초나 자연초의 초과밀로 학생 추가 배정이 어려워지자 인근 초포초를 공동통학구로 지정하고 통학버스 4대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통학버스 회차로를 마련하고 통학 안전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인데 쉽지는 않다"며 "학령인구 감소나 교원수급 등을 고려해 학급당 적정한 학생이 배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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