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미래를 위한 투자, 융합교육
우리는 VUCA, 즉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띠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요인들이 뒤얽혀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융합'에 대한 요구이다. 융합이란 서로 분리돼 있는 여러 학문 분야들의 연계와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것을 말한다. 융합이 가져오는 이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사회 곳곳에서 그 가치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의 흐름 아래 융합적 사고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해외 각국에서는 융합적 사고를 갖춘 인재 육성을 위해 다양한 융합교육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핀란드는 2016년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국어나 수학, 과학 등 교과가 아닌 주제를 중심으로 학생이 주도하는 융합형 프로젝트 학습을 매년 1회 이상 진행하도록 하였다. 또한, 미국은 과학(Science)과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etics)을 결합한 STEM 교육 정책을 바탕으로 단순한 교과 간 결합이 아닌 과학적이면서 공학적인 활동을 바탕으로 한 교과 내용의 유의미한 연계와 융합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융합형 인재 및 소질 함양을 강조하고 있으며, 융합교육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1년부터 시작된 STEAM 교육은 미국의 STEM에 예술(Art)을 접목한 정책으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융합적 소양과 문제해결력을 함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최근에는 '융합교육 종합계획(2020~2024)'을 수립하여 융합교육의 현장 착근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융합교육 실천에 대한 여러 장애요인들이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 STEAM 교육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2021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융합교육을 특정 교과에 한정된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중·고등학교의 경우 교과 간의 경계가 명확하여 융합교육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또한 일부 교사들은 융합교육을 위한 다수의 지원제도와 콘텐츠가 있음에도 이를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그 생각을 몇 가지 공유해보려 한다.
우선 융합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 전환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융합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견고하게 쌓여있는 학문 간의 벽을 허무는 일이다. 이제 인식을 바꿔 다시 융합의 관점에서 학문 사이의 관계를 바라볼 때다. 그리고 융합교육은 과학과 수학 등 일부 교과가 아닌 모든 분야에서 가능한 것이고, 또 필요한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예를 들어 외국어, 역사, 사회·문화 등의 교과 융합을 통해 글로벌 시대에 요구되는 언어 소양 및 다문화 역량을 함양할 수 있으며, 문학과 예술의 융합으로는 더욱 풍부한 감성 지능을 함양할 수 있다.
또한 정부와 교육청 차원에서는 융합교육을 위한 지원책과 관련 콘텐츠에 대한 교사들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약 8만 7000개 이상의 융합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여 공개하고 있으며, 각 시·도 교육청 역시 융합교육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와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를 활용한 실제 융합교육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현장 교사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오랜 세월 떨어진 작은 물방울이 결국 단단한 바위를 뚫는 것처럼 융합교육의 활성화와 실천을 위한 작은 노력들이 모여 결국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적 사고를 가진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이제는 서로 연계와 협력의 화학작용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진정한 융합교육이 이루어지는 그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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