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숲

유병숙 충남건축사회 부회장 2022. 12. 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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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중부 지방 해안에는 눈이 내리고 쌓이기를 반복하고 있다.

덕분에 하루종일 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들녘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도심은 건물 반 나무 반 정도로 녹지율이 높고,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보호구역으로 가면 굉장히 잘 관리되고 있는 습지와 숲, 호수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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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숙 갑진건축사사무소 건축사(충남건축사회 부회장)

며칠째 중부 지방 해안에는 눈이 내리고 쌓이기를 반복하고 있다. 덕분에 하루종일 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들녘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아침이면 눈이 내려앉은 들판에 부지런히 철새들이 나갈 준비를 하고, 저녁이면 또 한차례 군무를 이루며 주변 하늘을 가득 메워 철새들이 춤을 춘다. 가을이 깊어 겨울이 올 즈음이면 6년째(이사 온 지 6년) 어김없이 철새들의 울음소리를 통해 계절을 실감한다.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기 전에 생에 있어 딱 10년을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그때는 몰랐던 일이다. 그나마 살던 아파트가 산 아래 있어 뻐꾸기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집과 사무소를 오가다 보면 계절을 실감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더구나 도심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필자는 11월 우연히 싱가포르 건축 답사에 합류해 '더 인터레이스'(The Interlace), 마리나베이샌즈호텔(Marina Bay Sands Hotel), Garden's by the Bay, Botanic Garden 등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싱가포르의 첫 인상은 도심을 채우고 있는 '숲'이었다. 공항에서 나와 숙소로 가는 내내 그리고 돌아보는 곳곳에 숲이 있었다. 실제로 싱가포르 도심은 건물 반 나무 반 정도로 녹지율이 높고,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보호구역으로 가면 굉장히 잘 관리되고 있는 습지와 숲, 호수를 만날 수 있다. 잔디밭은 여기저기 흔하며 나대지 비율이 국토 크기에 비해 높은 나라인데 그 나대지가 다 숲 내진 잔디밭(우리가 알고 있는 잔디는 아니다)이다. 땅이 적은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Garden's by the Bay의 유명한 나무모양 구조물인 포레스트돔이 있는 구역 역시 바다를 메운 지역에 조성한 숲과 구조물이다. Garden's by the Bay를 산책하다 보면 마치 원시림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싱가포르는 말레이반도 남쪽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면적은 서울의 1.2배 정도다. 1959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신생국가로 초대 총리인 리콴유 총리가 1963년 전국적으로 나무 심기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바이오필릭 시티(삶의 질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여기는 도시계획 방법론)의 특징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덕분에 인구 밀도가 높아 대부분이 고층 빌딩에 거주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녹지가 많고 곳곳에 자연이 있다. 우리의 도시와 가장 다른 것은 상업 시설의 1층이 절반이상 비워져 있고, 그곳에 정원이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여행 후 바이오필리아 이론에 기반한 바이오필릭 시티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최근 서울의 경우는 고층 빌딩 사이사이 많은 녹지공간이 생기고 그 구성 기법도 단순한 화단을 넘어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며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 우리가 갈 길은 멀다. 아직도 조경은 법적 여건을 맞추기 위한 수단인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의 마을 그리고 우리의 도시도 걷고 싶어져야 할 것이다. 본성적으로 자연환경 안에서 편안하고 건강하며 정서적으로도 편안하다면 우리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전원주택에 살다 보니 출퇴근길에 심심치 않게 걷는 시민들을 보게 된다. 걷기도 어디에서 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다고 한다. 우리의 도시가 바이오 필릭시티라면 어디에서 걸어도 마치 숲에서 걷는 듯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우리는 전환을 해야 할 것 같다. 작은 변화가 아닌 기후위기 시대 획기적인 대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건축에 있어서 전환의 하나로 바이오필릭 시티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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