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리얼한 학폭→드라마틱한 복수, 사랑만 덜어내면[TV보고서]

이민지 2022. 12.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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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혼을 짓밟고 인생을 망친 이들을 향한 처절한 복수가 시작된다.

12월 3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파트1 8부작 중 6부작이 언론에 사전 공개됐다. 여기에는 어린 문동은이 심한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이야기부터 그가 복수를 다짐하고 이를 준비하는 과정, 조력자들과의 만남, 박연진을 비롯한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시작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겼다. 매우 현실적인 학교 폭력의 모습에 드라마틱한 복수의 모습의 조화는 일부 비현실적이지만 다음회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드라마는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가해자들의 리더 박연진(임지연 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내레이션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이 내레이션에서 나오는 김은숙 작가 특유의 대사는 일상적이기 보다 다소 작위적이고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 전개 형식은 문동은의 사적 복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문동은의 몸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그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만큼 영혼이 짓밟혔음을 그의 처절한 과거에서 엿볼 수 있다. 동급생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부모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외면 당해 홀로 남겨져야했던 소녀가 복수하겠다는 일념을 에너지로 성장하는 이야기는 그의 복수를 응원하게 만든다.

반면 박연진을 비롯한 가해자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사연 같은 건 전혀 주지 않아 가해에 미화를 방지했다. 박연진, 전재준, 이사라, 최혜정, 손명오는 죄의식 없이 문동은에게 폭력을 가한다. 이유는 없다. 문동은 전에도 이들의 먹잇감이 있었고, 문동은 후에도 미련없이 다른 먹잇감을 찾았다. 여기에 가해자 집단 안에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서열은 이들의 비열한 민낯을 보여주는 동시에 또다른 균열을 예고하는 장치가 된다.

촘촘하게 쌓아올린 과거 서사 위에서 시작된 문동은의 복수 준비 과정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 과정에서 가정 폭력 피해자 강현남(염혜란 분)과 문동은의 연대와 끈끈함은 다소 뜬금없는 시작과 결과지만 피해자라는 유대라는 점에서는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문동은이 바둑을 매개로 접근한 박연진의 남편 하도영(정성일 분)은 '태풍을 일으키는 비단 날갯짓'이라는 비유대로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 가장 궁금증을 자아낸 캐릭터이다. 젠틀해 보이지만 차갑고 타인을 밑으로 보는 이기적인 하도영이 문동은이 건넬 판도라의 상자를 마주하고 어떤 선택을 할지 긴장감을 유발한다.

아쉬운 점은 문동은과 주여정(이도현 분)의 서사다. 김은숙 작가가 로맨스의 대가인만큼 첫 장르물에서도 멜로는 빼놓을 수 없었던 것일까. 문동은과 주여정은 김은숙 작가의 표현대로 '연대 혹은 연애 중간쯤 어디'에 있는 인물들이다. 다만 이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주여정이 문동은에게 다가가 마음을 고백하기까지의 서사는 갑작스럽다. 주여정이 문동은을 위해 칼춤을 추겠다 다짐하기까지의 멜로 서사는 이야기의 중심 축인 문동은의 복수극과 따로 노는 모양새이다.

김은숙 작가는 "초고를 내놓으니까 감독님이 '우리 극이 장르가 아니었냐. 로코 멜로냐'라고 하셨다. 정신차리고 다시 썼다. 그게 어려웠다. 두 분을 붙여놓으니 너무 예뻤다. 많이 갔다가 적당한 거리로 계속 돌아오는 작업을 했다. 감독님께서 큰 역할을 해주셨다"라고 밝혔다. 7회 이후, 파트2까지의 이야기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라 판단이 섣부르지만 두 사람의 멜로 서사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 '더 글로리'는 30일 8회분의 파트1이 전세계 공개된 후 내년 3월 파트2가 공개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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