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추천 책] 술보다 더 재미있는 ‘술 마시는 여자들’ 이야기

임지영 기자 2022. 12. 2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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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쯤 미깡 작가와 인터뷰를 한 뒤 당시 살던 동네의 참치회 식당을 찾아갔다.

작가의 웹툰 〈술꾼 도시 처녀들〉에 나오는 술집 중 한 군데였다.

다소 낯선 부위, 약간 비릿한 식감의 참치를 먹으며 술꾼들은 미식가인가 보다 생각했다.

우리 사회가 술에 관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술꾼 도시 처녀들〉의 목적은 '음주 장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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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추천하는 책] 〈시사IN〉 기자들이 꼽은 인생 책. 최근 읽은 책 가운데 한 권을 소개합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소개됩니다.
〈술꾼 도시 처녀들〉
미깡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8년 전쯤 미깡 작가와 인터뷰를 한 뒤 당시 살던 동네의 참치회 식당을 찾아갔다. 작가의 웹툰 〈술꾼 도시 처녀들〉에 나오는 술집 중 한 군데였다. 직접 추천을 받은 곳이다. 어쩌다 한번 무한리필 냉동 참치를 조미김에 싸서 먹는 데 익숙했던 나로서는 좀 다른 경험이었다. 다소 낯선 부위, 약간 비릿한 식감의 참치를 먹으며 술꾼들은 미식가인가 보다 생각했다. 또 이런 말도 떠올랐다. “양적으로 많이 마시는 건 중요하지 않다. 술을 늘 염두에 두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술을 한 모금 넘기며 어떤 비장함에 대해 생각했던 것도 같다.

2013년 여름, 작가는 생각했다. ‘왜 술 마시는 여자들 이야기는 없지?’ ‘주체적으로, 맛있게, 많이 마시는 여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단한 하루를 한잔 술로 털어내고 다시 씩씩하게 힘을 내는 여성 술꾼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본격 음주 일상툰’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이다. 주인공 꾸미, 리우, 뚱이가 독자와 만난 지 10년 되었다. 그사이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가 엄청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미깡 작가는 그림을 전부 새로 그리고 낡은 내용을 손봐서 완전판을 냈다.

다시 보니, 술도 술이지만 30대 여성 주인공들의 일상이 더 와닿는다. 사회생활이 능숙해 보여도 여전히 서툰 순간은 찾아오고 연애도 마찬가지다. 7년 영업한 단골 술집이 문을 닫는 날, 가게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뚱이는 생각한다. 어쩐지 한 시절이 함께 끝나버린 느낌이라고. ‘시시껄렁한 일로 웃고 떠들고 싸우며 긴 밤을 보냈던’, 나의 한 시절이 그립고 아득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뚱이가 말한 대로 아쉽고 소란한 마음도 잦아들고 또 다른 단골집을 만들게 되겠지만 말이다. 우리 사회가 술에 관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술꾼 도시 처녀들〉의 목적은 ‘음주 장려’가 아니다. 혼자, 또 함께 살아가는 어른의 성장기를 담은 만화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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