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물의 길 - 바닷속 ‘판도라’ 전편 넘는 속편[시네프리뷰]

2022. 12. 21.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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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구조에 있어서 <아바타: 물의 길>은 확실히 복합적이고 깊어졌다. 현실과 가상현실이 이질감 없이 녹아든 3시간의 신세계는 관객들에게 이전까지 봐왔던 그 어떤 영화적 체험과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제목 아바타: 물의 길(Avatar: The Way of Water)
제작연도 2022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92분
장르 SF, 액션, 모험
감독 제임스 캐머런
출연 조 샐다나, 샘 워싱턴, 시거니 위버, 스티븐 랭
개봉 2022년 12월 14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전편만 한 속편이 없다’는 말이 있다. 제임스 캐머런은 이런 오랜 속설을 뒤집는 작품들로 재능을 입증하며 이력을 쌓은 감독이다. 첫 장편영화 <피라냐 2>(1981)는 제목 그대로 <피라냐>(1978)의 속편이다. 하지만 캐머런은 감독으로 이름만 빌려준 수준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작품에 제대로 참여하지도 못했다고 전해진다. 1편 자체가 <죠스>의 성공에 고무돼 무수히 쏟아져 나온 아류작 중 하나로 상어의 자리에 식인물고기 피라냐 떼를 대신 집어넣은 공포영화였다(그럼에도 <이너스페이스>, <그렘린>을 연출한 조 단테의 초기 연출작이란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사실상 첫 장편 데뷔작이라 할 <터미네이터>(1984)는 이후 그의 작업환경에 든든한 발판을 만들었다. 뒤이어 각본에 참여한 <람보 2>와 연출작 <에이리언 2>(Aliens·1986)는 그를 흥행감독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국내에선 <에이리언 2>의 대성공에 힘입어 당시까지 미개봉이었던 1편(Alien·1979)이 뒤늦게 <에이리언즈 원>이라는 정직한(?) 제목으로 개봉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후 심해 판타지 <어비스>(1989)를 거쳐 <터미네이터 2>(1991)를 성공시킴으로써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형 감독으로 자리를 굳히게 됐다.

캐머런이 자신 작품의 속편을 만든 것은 이번 <아바타: 물의 길>이 <터미네이터> 이후 두 번째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만큼 특별한 애정과 자신감을 가졌으리라고 짐작해볼 만하다.

13년 만에 더 크게 돌아왔다

판도라 행성 숲의 부족인 오마티카야 족과 인간들의 전투가 끝난 뒤, 주술을 통해 완전한 부족민으로 거듭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는 어느덧 네 자녀를 둔 단란한 가정의 부모로 살아간다. 생전 채취해둔 유전자를 통해 강화된 육신으로 부활한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 분)과 부하들이 판도라 행성으로 돌아와 공격하자 부부는 부족의 안위를 위해 숲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아이들과 함께 물의 부족 멧케이나 족 무리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새로운 환경에 서서히 적응해가지만, 여전히 뒤를 쫓는 쿼리치 일당의 추격으로 평온은 오래가지 않는다.

2009년 개봉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극장에서 29억2291만달러(약 3조8500여억원)의 수입을 올려 현재까지 글로벌 흥행순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영화답게 <아바타>를 인생영화로 언급하는 젊은 관객들이 꽤 있다. 화려한 기술적 성취와 대비되는 상투적이고 단편적인 이야기 구조를 이유로 낮게 평가하는 시선들도 존재한다.

이야기 구조에 있어서 <아바타: 물의 길>은 확실히 복합적이고 깊어졌다. 전편이 생물학적으로 인공 발육된 아바타 설정과 판도라 행성의 환경을 설명하는 데 급급했다면 이번 작품은 창조해낸 세계와 인물들을 풀어놓고 제대로 한판 크게 벌이는 듯한 느낌이다.

진일보한 3D 입체영화 기술

미니어처 제작과 특수효과 담당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이력답게 제임스 캐머런의 영화는 늘 진보한 영화기술의 실현이라는 화제를 동반했다. 이는 매번 새롭게 경신해가는 대규모 제작비와도 무관하지 않을 테지만, 전 세계 흥행성적의 결과 역시 함께 경신하고 있으니 제작사나 관객의 입장에서는 조용히 지켜보는 일이 최선의 도리일 수밖에 없다.

3억5000만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한 <아바타: 물의 길>도 여러 부분에서 이전과는 다른 볼거리임은 분명하다. 현실과 가상현실이 이질감 없이 녹아든 3시간 동안의 신세계는 관객들에게 이전까지 봐왔던 그 어떤 영화적 체험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외적으로는 3D 입체상영 기술의 진일보 또한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3D 안경을 착용하고 수시로 스크린의 초점을 새로 맞춰야 했던 과거와 달리 훨씬 편안하게 영상에 집중할 수 있게 개선됐다. 눈의 피로감도 그만큼 덜하다.

영화에 집중하고 있다가 난데없이 혼란스러워졌다. 문득 지구인들을 학살하며 포효하는 외계인들의 편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나 자신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극중 인물들을 괴롭히는 정체성의 혼란이 화면 밖 관객들에게까지 확장된 것일까? 이것 또한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낯선 영화적 경험이다.

‘바다에 진심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

㈜영화사 오원


특수효과의 진일보를 가져온 선구적 작품으로 언급되는 <터미네이터 2>에서 액체형 사이보그 T-1000의 등장은 관객을 경탄케 했다. 사실 여기에 쓰인 컴퓨터그래픽은 전작 <어비스>를 통해 실험된 기술이다.

<어비스>는 캐머런의 연출작품 중 유일하게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후 우주와 바다에 집중하는 그의 작품세계를 분명히 선언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골수팬들에게 추앙받고 있다. 심해를 배경으로 외계인과 탐험가 부부의 조우를 그린 이 작품으로 캐머런은 바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10대 시절 그는 영화보다 해양탐사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2억달러를 투입해 당시로는 영화 역사상 최고제작비로 기록된 <타이타닉>(1997)의 경우도 애초 영화제작을 핑계로 침몰한 실재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탐사하려는 그의 사심 가득한 기획이었다는 후문이 있다.

차기작 <아바타>가 나오기까지 12년의 공백기 동안에도 캐머런은 심해사랑을 꾸준히 실천했다. 그가 연출해 공개한 <비스마르크호의 비밀>(2002), <심해의 영혼들>(2003), <에이리언 오브 더 딥>(2005) 같은 소소한 해양 다큐멘터리는 이즈음 그의 행보에서 자연스럽게 생산된 결과물들이다. 인류의 마지막 미개척지로 알려진 마리아나 해구의 탐사를 그린 다큐멘터리 <딥씨 챌린지>(2014)는 연출을 맡지는 않았지만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일련의 행보로 볼 때 이번 <아바타: 물의 길> 배경이 가상 행성 판도라의 바다로 옮겨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평소 속편에서 보여준 강한 기획력에 더해 가장 애정하는 바다까지 무대로 선택했으니 과연 어떤 시너지가 발생할지 그를 아는 관객들로선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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