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外[신간]

2022. 12. 2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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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끄고, 걷는 도시로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전현우 지음·민음사·1만7000원



동탄역에서 서쪽에 있는 동탄여울공원까지 가려면 경부고속도로를 건너야 한다. 빙 돌아가야 해 직선거리로는 약 800m지만 걸어서 3.1㎞, 50분을 가야 한다. 중간에 횡단보도 6곳을 지난다. 보행육교를 지어달라는 민원도 있지만 구현되지 않았다. 비슷한 상황을 도시에서 살면, 종종 겪게 된다. 그때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차를 끌고 다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걷는 사람이 바보 취급당하는 건 자동차가 도시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다니면,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의 공간은 생략된다. 걸으면서 만날 수 있는 접촉의 기회를 잃고, 도시의 활력이 줄어든다. 자동차에 밀려 사람들은 이면도로에 주차된 차들 사이로 몸을 피해야 한다. 도심 간선도로와 주택가 이면도로를 다니는 차량의 속도를 제한해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안전속도 5030 정책’도 자동차 이용자들의 볼멘소리에 슬그머니 후퇴하고 있다. 자동차 중심으로 짠 교통망은 접촉이 주는 삶의 가능성을 위축시킨다. 자동차는 탄소 배출의 주범이기도 하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면서 최근 산업, 건물 부문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지만, 교통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OECD 회원국에서 단 2%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오히려 172% 늘었다. “우리의 도시가 승용차에 의해 녹아내리”기 전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 철도망을 심도 있게 연구해온 저자는 광역권을 이루는 수십 개의 도시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15분 내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15분 도시’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도시 사이는 자동차가 아닌 철도망으로 연결하자고 주장한다. 자동차가 납치한 도시의 공간을 보행자에게 돌려주고, 출발지와 도착지 사이를 걸어서 움직일 수 있는 ‘확장된 걷기 공간’으로 도시를 재편하자고 말한다.

▲신냉전에 반대한다
데보라 베네치알레 외 지음·심태은 외 옮김 두번째테제·1만3000원



러시아 전쟁과 대만해협 문제 등 여러 위기를 미국이 기획한 신냉전의 결과라고 파악한다. 인류를 절멸의 위험에 빠트릴 핵전쟁의 가능성도 경고한다. 다극화된 세상을 거부하고,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대안적인 시각을 전한다.

▲5·18 다시 쓰기
김명희 외 지음·오월의봄·1만9000원



5·18은 국가가 자행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자, 이에 저항한 시민들의 직접행동임을 명시한다. 인권의 관점에서 5·18의 집단트라우마를 분석한다. 피해자와 유가족뿐만 아니라 일선에서 활동했던 의사와 간호사, 목격자 등도 피해자 범주로 포함해 연구했다.

▲문재인의 약속
이필재 외 지음·율리시즈·2만2000원



문재인 정부 5년간의 공과를 검증하고, 그 이유를 짚어본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발표한 100대 과제를 기준으로, 재임기간 그 약속을 얼마나 이뤘는지 점검한다. 전·현직 언론계 종사자와 노동전문가가 10개 분야로 나눠 집필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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