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식 中100년사 완결편 ‘원청’…“작품이 견해 바꾼다면 사회도 변할 것”

김미경 2022. 12. 2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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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신작 ‘원청’ 들고 한국 찾아
'원청' 끝으로 중국 현대사 100년 완성
보통 사람의 삶, 인간의 선 그려내
“내 ‘원청’ 은 위대한 작품 쓰는 일”
노벨문학상은 굉장히 큰 광고 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소설가 김훈, 김영하, 정지아, 이민진, 김호연 등의 잘 팔리는 글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툼한 ‘벽돌책’이더라도 단숨에 읽힌다는 점이다. 시대불문, 작가의 필력은 출판계 바뀌지 않는 베스트셀러 공식의 불문율이 됐다.

중국 대표 작가 위화(余華·62)의 글도 술술 잘 읽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작가의 순도 높은 긍정의 에너지와 작가 특유의 해학과 유머, 그리고 서사적 유연함은 읽는데 가속도를 붙게 한다. 1992년 출간한 그의 대표작 ‘인생’은 올해 중국에서만 80만 부, 30년 동안 총 2000만 부 팔려 나갔다고 한다. e북과 해적판 5000만 부까지 합치면 독자는 1억명으로 추산된다.

위화가 8년 만의 신작 ‘원청’(푸른숲)을 들고 돌아왔다. 40년째 100년 격동의 중국 현대사를 쓰고 있는 20세기 궤적의 완결편이자, 그의 첫 전기 소설이다. 이번 소설 역시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보통 사람이 주인공이다. 위화다운, 위화식 역사 쓰기라 할 만하다.

장편 소설 ‘원청’의 한국판 출간을 맞아 최근 한국을 찾은 위화는 기자들과 만나 “20세기 중국을 모두 소설로 다뤄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며 “이번 책이 중국의 지난 한 세기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대표 작가 위화가 8년의 공백을 깨고 최근 펴낸 신작 ‘원청’의 책 표지(사진=푸른숲 출판사 제공).
1900년 중국을 묘사하는 것은 위화 작가의 특기다. 1950년대 대약진운동으로 시작되는 ‘인생’, 1960년대 문화대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허삼관 매혈기’, 문화대혁명 이후 자본주의 중국 사회를 담은 ‘형제’와 ‘제7일’에 이어 1900년대 초반 신해혁명기를 다룬 ‘원청’을 끝으로 100년의 중국을 완성했다. 그는 중국 출판사가 ‘인생’과 ‘형제’, ‘제7일’, ‘원청’ 등 네 작품을 묶어 “위화의 소설을 읽으면 중국을 알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며 웃었다. 위화는 “20세기 중국 역사는 중국 작가에게 있어서 반드시 써야 하는 이야기”라며 “많은 고난이 있던 시기를 중국인들은 ‘살아온’ 것이 아니라 힘들게 ‘겪어 왔다’는 걸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무정부 상태에서 토비가 날뛰던 시기의 역사는 오늘의 중국에 굉장히 귀한 역사인 만큼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청’의 등장인물들은 특수한 시기를 산 인물들, 스스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인물들이죠.”

소설의 배경인 1900년대는 초 청나라가 저물던 시기로, 중국 대변혁기다. 그는 ‘원청’이 통과하는 신해혁명과 그 이후의 시기를 “현재의 중국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시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린샹푸(원청)·푸구이(인생)·허삼관(허삼관 매혈기)·이광두(형제) 등 소시민의 삶을 딛고 이어진 20세기 격동기가 지금의 중국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 ‘인생’으로 유명한 중국 작가 위화가 최근 한국을 찾아 중국의 1900년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위화는 ‘원청’을 1998년부터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간 살펴본 자료를 요약한 메모만 노트 7권 분량. 소설은 23년간 쓰고 고친 결과물이다. 제목 ‘원청’은 특별한 뜻이 없는, 무작위로 만들어낸 지명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소설 속에서도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자 삶의 마지막 희망으로서 존재하는 가상 도시다. 딸을 낳고 자취를 감춘 아내를 찾으려 분투하는 주인공 ‘린샹푸’가 목적지로 삼은 도시다.

그는 “원청이 의미하는 건 희망,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린 모두 ‘원청’을 품고 살죠. 그것은 ‘아름다운 것’을 향한 욕망이고, 하나를 찾으면 더 아름다운 것을 바라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끝내 찾지 못하겠지만, 그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아름다움을 계속 만날 수 있죠.”

내년 데뷔 40년을 맞는 그에게 ‘원청’은 곧 ‘문학’이다. “작가 인생 40년을 돌아보니 나의 작가 인생도 원청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제게는 위대한 작품을 쓰는 일인 거죠. 아직까지 그런 작품을 못 쓴 것 같고, 아마 죽을 때까지 결국 도달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쓰고 싶습니다.”

그에게 중국을 바꾸는 작가, 중국을 묘사하고 기록하는 작가 중 어떤 작가로 남고 싶은지 묻자 “작가로서 한 사회를 바꾸는 건 어렵다. 다만 일부 독자가 사회에 대해 갖는 견해를 바꿀 수는 있고, 그렇게 된다면 사회는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화 작가는 백지 혁명, 대학 봉쇄, 코로나19 속 혼란 등 중국의 실제 생활상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의 황당한 현실을 소설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며 씁쓸해 하면서도 “나라는 황당해도 사람들은 유머를 잃지 않고 산다”고 웃었다.

모옌(莫言), 옌롄커(閻連科)와 함께 중국 대표 작가로 꼽히는 그에게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물어보자, 특유의 유머를 섞어 이렇게 말했다. “노벨문학상은 굉장히 큰 광고일 뿐입니다. (웃음) 상을 받으면 전 세계 사람이 작가의 이름과 작품을 알게 되는 것처럼요. 그런데 저는 한국에서도 상을 받은 적이 없어요. 허허.”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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