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분양받았는데… 할인 '날벼락'

신유진 기자 2022. 12. 21. 06: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청약불패 신화를 써가던 수도권 아파트·오피스텔들이 미분양 떨이를 시작했다.

최근 지방에서 500가구 규모 아파트 분양을 진행한 시행사 대표 박모씨는 "분양가 규제 완화 이전 수준으로 공급가격을 책정했지만 초기 분양률이 20%를 넘기지 못했다"면서 "현재 착공이 진행돼 공사 단계별로 지급해야 하는 공사비 연체이자가 매달 수십억원씩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분양은 미분양 급증에 따라 분양대행사 직원 등을 동원해 분양대금 일부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S리포트 - 미분양 공포 이어 내년 '공급폭탄'] ③ 먼저 계약한 사람 '호구'?

[편집자주]청약불패 신화를 써가던 수도권 아파트·오피스텔들이 미분양 떨이를 시작했다. 수천대 1의 경쟁률에도 알아서 찾아오던 계약자들은 이젠 없다. 모델하우스 앞 길가에서 호객 행위로 나눠주는 화장품과 물티슈 등 각종 사은품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유상 옵션은 무료 제공으로 바뀌고 할인분양은 흔한 수법이 됐다. 계약자에게 현금을 지급하거나 고가 명품, 차량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등 말 그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 것. 일부 시행사는 분양에 실패해 시공사에 공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면서 미수금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전국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분양업체들이 '미분양 떨이'를 시작했다. 할인분양은 기본, 유상 옵션을 무료 제공하는 등 계약자들 모시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분양 한파에 미분양 '6만가구' 넘었다
(2) 2~3년 후 대규모 공사비 연체 사태 올 수도
(3) 6개월 전 분양받았는데… 할인 '날벼락'

#.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가 시공하는 인천의 한 아파트를 6개월 전 분양받은 김 모씨. 그는 자신이 계약한 아파트가 할인분양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더 비싼 값을 내고 동과 호수를 랜덤 지정받은 것이 억울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예비 입주자 단톡방에서 건설업체를 상대로 단체 항의를 하자는 글이 올라왔다"고 토로했다.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바람이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이 올 들어 가팔라지면서 거래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내년엔 역대급 공급 폭탄이 예고됐다. 청약 기근이 예상되면서 건설업체들의 한숨도 깊다. 이미 착공했거나 공사 예정인 아파트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분양해야 하는 시행사와 시공업체들은 애가 탄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할인분양은 물론 상당액의 옵션을 제공하면서 계약자 모시기에 열중하지만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적정수요 대비 연간 3만가구 초과공급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서울 2만2485가구 ▲인천 4만1940가구 ▲경기 9만2038가구 등 총 15만6463가구로 올해(15만4486가구)에 이어 2년 연속 15만가구 이상이 쏟아질 예정이다. 부동산업계는 수도권 전세 적정수요를 12만9924가구로 보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적정수요를 훌쩍 넘는 규모의 공급 폭탄이 불가피한 셈이다.

최근 지방에서 500가구 규모 아파트 분양을 진행한 시행사 대표 박모씨는 "분양가 규제 완화 이전 수준으로 공급가격을 책정했지만 초기 분양률이 20%를 넘기지 못했다"면서 "현재 착공이 진행돼 공사 단계별로 지급해야 하는 공사비 연체이자가 매달 수십억원씩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주 전까지만 분양이 완료되면 큰 손실은 없겠지만 당장 이자 비용을 줄이는 편이 낫기 때문에 조직분양을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조직분양은 미분양 급증에 따라 분양대행사 직원 등을 동원해 분양대금 일부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1채당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단위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한다. 분양 홍보 직원들은 자신이 받을 성과급을 계약자에 돌려주는 방식도 동원한다.


"고분양가에 스스로 발목 잡혔다"


건설업계 내부에선 미분양 급증을 두고 부동산 경기 영향도 있지만 분양가를 지나치게 많이 올린 탓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한 경우가 많다"며 "최근 완판되는 현장은 대부분 분양가를 낮춘 할인분양 사업장들"이라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조기 완판이 사업성 측면에서 그리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조기 분양이 완료된 것은 그만큼 분양가가 낮기 때문이어서다. 즉 시행사 입장에선 이윤을 더 낼 수 있는 사업자의 분양가를 너무 낮췄다는 의미가 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분양 초기에 절반 이상만 계약을 완료하면 문제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준공·입주 전까지 분양을 완료해도 문제될 게 없고 1년 내 70% 정도 분양해도 성공"이라고 덧붙였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