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 다 놓친 일회용컵 보증금제 [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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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올해 8월 '플라스틱 제로섬'을 선언한 만큼 애초에 이 제도에 대한 반발이 적을 것으로 보였고, 세종에는 정부청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모여있는 점을 고려하면 환경부가 얼마나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에 조심스러운지 짐작이 간다.
정부청사 인근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는 "같은 건물에 비프랜차이즈 카페가 여럿인데 우리만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하면 어떻게 경쟁하라는 말이냐"라며 "계도기간 동안은 보증금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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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일 '공무원의 도시' 세종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작됐다. 카페나 빵집 등 일정규모 이상 프랜차이즈에서 일회용컵 음료 구매 시 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반납 시 돌려주는 이 제도는 2020년 6월 도입을 결정한 이후 2년반 만에 시행됐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당초 올해 6월10일 시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회복 기간을 줘야한다는 이유로 반 년 동안 제도 시행을 미뤘다. 세계 최초로 전국에서 동시 시행하려던 계획도 세종과 제주로 대폭 축소했다. 제주는 올해 8월 '플라스틱 제로섬'을 선언한 만큼 애초에 이 제도에 대한 반발이 적을 것으로 보였고, 세종에는 정부청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모여있는 점을 고려하면 환경부가 얼마나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에 조심스러운지 짐작이 간다.
쉽게 말해 '나랏말 잘 듣는' 공무원들을 상대로 제도를 안착시킨 후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복안이다. 올해 겨울철 실내 온도를 17도(℃)로 제한한 것처럼 공무원들은 종종 이런 정책 실험의 모르모트가 되곤한다. 아무래도 정책을 만들어 추진하는 입장이다보니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불편함과 환경부의 고충을 십분 이해해주리란 기대도 깔려있다. 대신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매장 100곳이상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하고 시행초기엔 교차반납을 우선 막아뒀다. 저항감이 덜한 소비자를 타깃삼고, 공급자의 부담 경감으로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전략이 읽힌다.
환경부의 기대와 달리 현장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정부청사 인근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는 "같은 건물에 비프랜차이즈 카페가 여럿인데 우리만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하면 어떻게 경쟁하라는 말이냐"라며 "계도기간 동안은 보증금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직접 일회용컵에 붙여야하는 보증금 스티커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본사에서 붙여주거나 아예 컵에 인쇄해주면 안되나요?"라고.
소비자들은 막상 컵을 반납하려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부터 설치해야 한다. 앱을 켜면 제도 소개 배너를 거쳐 본인확인과 각종 서비스 이용약관 동의 등을 거쳐야한다. 가입을 하고 보증금을 송금받을 계좌를 등록하면 그제서야 준비가 끝난다. 그 뒤엔 일회용컵을 버리지 않고 보관했다가 씻어서 반납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말 잘 듣는 공무원들에게서조차 "그럴 바에는 반납 안할게요"라는 말이 나온다.
지금의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소비자의 '저항감' 줄이기와 소상공인의 '부담' 줄이기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결국 이도저도 아닌 형태로 시작됐다. 소비자와 공급자 양쪽이 불편을 감수하는 제도임에도 2년 반 준비기간 동안 양측을 설득하기보단 물러서기에 급급한 결과다. 1년쯤 시범 운영 결과를 지켜보고 적용범위를 확대한다는 환경부의 계획도 불안해보인다.
환경부가 2년 전 첫 구상대로 제도를 시행하려면 반납의 편의성으로 제도의 운영의 중심을 확실하게 옮겨야한다. 소비자의 불투명한 선의에 기대서는 정책의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정책적으로 줄일 수 있는 불편함은 줄인 뒤 부담이 늘어나는 소상공인들에게 인센티브로 보상하는 등의 보완책을 고민할 시점이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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