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전시하지 않으려"…'오매라' 이호재 감독의 고집[SS인터뷰]

정하은 2022. 12. 2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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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이호재 감독의 고집이 통했다.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이하 오매라)는 시한부를 소재로 하지만 흔히 말하는 ‘신파물’과는 거리가 멀다. 음식 레시피를 소재로 풀어놓는 이야기는 소소하고 담백하다. 이는 이번 작품을 연출한 이호재 감독의 ‘고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매라’는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 다정(김서형 분)을 위해 서투르지만 정성 가득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남편 창욱(한석규 분)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영화 ‘작전’, ‘로봇, 소리’ 등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연출로 사랑받은 이 감독은 아픈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지만 고통을 전시하는 장면은 배제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 감독의 신념은 아픈 사람들의 일상에도 슬프고 고통스러운 날 말고도 따뜻한 순간들이 있을 것 같다는 위로를 주기도 한다.

이 감독은 “많은 분들이 실제로 암과 싸우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지 않나. 그게 얼마나 잔인하고 고통스러운지 간접적으로 알고 있지만 과연 그 모습을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보여드리는 게 잘하는 일일까 싶었다”며 “이번 작품의 톤앤매너를 잡을 때 ‘슬픈 시트콤’으로 잡았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너무 가볍게 다루는 거 아니냐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지만 이도 받아들여야 할 소중한 의견이라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오매라’는 강창래 작가의 동명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다. 작업 계기에 대해 그는 “제작사에선 처음에 영화로 만들려고 했다가 드라마로 선회하면서 내게 왔다”며 “시한부 소재이기 때문에 2시간 러닝타임의 영화로 담으려면 흔히 이야기하는 신파의 이야기로 갈 수밖에 없더라. 드라마로 만들 땐 각 에피소드마다 음식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간접적이긴 하지만 세심하게 풀어볼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인물을 쫓아가기보단 음식을 대표하는 정서를 중심으로 각본을 풀어갔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원작을 충실하게 담아내는 거였다. 글을 이미지로 담아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내 말투나 문체를 가져오기보단 원작의 문체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우리 드라마가 목청이 큰 드라마는 아니다. 작은 목소리가 사람을 더 집중하게 만들 때도 있지 않나.”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공식 초청돼 믿고 보는 배우 조합과 따뜻한 연출로 일찌감치 호평받은 바 있다. 이날 원작을 쓴 강창래 작가와 만났다는 이 감독은 “다행히 만족하셨다.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굳이 조미료를 쳐서 누군가를 영웅시하거나 가련하게 만들진 않아서인 것 같다”고 안도했다. 그러면서 “특히 작품을 보면서 김서형에게서 실제 부인의 모습이 보인다고 하셨는데 놀랍기도 감사하기도 했다”고 일화를 전했다.

한석규는 지난 2020년 SBS ‘낭만닥터 김사부2’ 이후 2년만의 컴백작으로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선택했다. 한석규 캐스팅에 대해 ‘천운’이라고 표현한 이 감독은 “대본을 좋게 봐주셨다. 본인이 지금 인생의 단계에서 고민하는 부부, 부모 자식간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선택하셨다”고 짐작했다.

시한부를 연기한 김서형의 섬세한 연기도 심금을 울린다. 김서형에 대해 이 감독은 “사실 드라마를 진득하게 보는 인내심이 부족한 편이라 ‘스카이 캐슬’도 못봐서 오히려 김서형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다.”며 “함께 촬영하면서 캐치가 빠른, 영민하고 똑똑한 배우란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작품마다 전하는 메시지나 정서는 다르지만 영화 ‘리틀 포레스트’, ‘카모메 식당’ 등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이유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한때의 유행처럼 느꼈는데 꾸준히 음식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나오는 걸 보면 분명 사람들한테 소구하는 감정이 있구나 느낀다. 소울푸드, 미각에서 오는 만족감과 행복이 사람들한테 보편적인 감동을 일으키기 때문인 거 같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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