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곳곳 퍼진 '제2 빌라왕'…공인중개사·건축주 낀 조직 범죄

김희정 기자, 유엄식 기자 2022. 12. 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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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의심거래 106건 수사의뢰… 휴대폰 뒷번호 '2400' 주의보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28일 오후 인천시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 촉구를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피해자는 눈물로 피해를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2022.11.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에 빌라를 신축한 건축주 E는 브로커 F와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계약 시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공모 무자력자 G가 신축빌라 건물을 통째로 사게 했다. 이후 F는 건축주가 신축빌라 판촉을 위해 이자지원금을 지급한다며 임차인을 유인해 높은 보증금에 전세계약을 체결하게 했고, 임대차 계약 종료 후 G가 보증금을 반환하기 곤란하게 해 임차인에게 피해를 줬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거래 106건에 대해 1차로 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이 가운데 최근 주택 1000여 채를 보유한 채 사망해 다수 임차인에게 피해를 끼친 일명 '빌라왕' 김 모씨와 관련된 사례가 16건에 포함됐다. 빌라왕 김씨는 사망했지만 공모조직 등 전체 범행에 대해 경찰청이 수사를 지속하고 있다. 이번에 1차 수사의뢰한 사건은 모두 빌라왕 사례와 유사한 '무자본 갭투자' 사례로 확인됐다.
중개사·건축주·브로커까지 가담… 피해자 절반이 30대
이번 수사의뢰 사건과 연루된 법인은 10개이고 혐의자는 42명으로 조사됐다. 임대인이 25명으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공인중개사(6명), 임대인 겸 공인중개사(4명), 모집책(4명), 건축주(3명) 등이었다.

혐의자의 연령별로는 40대가 42.9%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50대(23.8%), 30대(19.0%) 순으로 많았다. 거래지역 별로 서울이 52.8%로 가장 많았고 인천(34.9%), 경기(11.3%)가 그 뒤를 이었다. 피해액은 171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는 30대(50.9%)와 20대(17.9%)가 주를 이뤘고 40대(11.3%), 50대(6.6%)가 그 뒤를 이었다.

임대업자가 자기 자본 없이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 방식(깡통전세)으로 서울소재 빌라를 다수 매입한 뒤 보증금 반환이 어렵게 되자 모든 빌라를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법인에 매도한 후 잠적한 사례가 많았다.

현재까지 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총 106곳의 법인을 대신해 599억원의 보증금을 돌려줬다. 전세 사기 관련 미반환 금액이 급증하자 HUG도 보완책을 마련했다. HUG 관계자는 "보증 사고를 일으킨 임대인과 보증금 대위변제액을 상환하지 않는 채무자가 소유한 주택은 신규 전세보증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로커를 통해 이자 지원금 등 미끼를 제공하고 시세보다 비싸게 신축 빌라의 전세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수법도 동원됐다. 공인중개사 간 각자 소유한 빌라를 교환거래, 임차인에게 시세를 속이고 부풀려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편취한 사례도 있다. 임대인을 대리해 다수의 모집책을 고용하고 이들이 임대차계약을 성사하면 그 보증금으로 수수료를 지급하고 조직적으로 보증금을 편취한 사례도 적발됐다.
수도권 전역 퍼진 깡통전세 사기... 휴대폰 뒷번호 '2400' 주의보
이처럼 최근 급증한 전세 사기는 전문적인 조직범죄의 형태를 보여 임차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구속된 전세사기 피의자들 상당수가 휴대폰 뒷번호 '2400'가 적힌 대포폰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해당 번호 문자와 관련된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건 소송 수임 건수가 수백 건에 달했다.

박소예 법무법인 제하 담당 변호사는 "휴대폰 뒷번호 2400 조직과 관련된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심각하다"며 "서울, 인천, 평택, 부천 등 수도권 전역에서 관련 피해가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보험 가입자라도 계약 기간이 1년 이상 남았다면 소송 후 보험 청구를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앞서 국토부는 9월 28일부터 지난 달까지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상담 사례 687건 중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공모가 의심되는 건을 1차로 선별해 전세 사기 여부를 집중 조사해왔다. 1차 수사의뢰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피해 사례도 추가 수사의뢰할 계획이다. 내년 1월 24일까지 진행되는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 결과에 대해선 2월 중 경찰청과 공동 발표한다. 이후에도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되는 피해사례를 조사해 2개월마다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한편, 국토부는 오는 27일 부동산소비자 보호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으로 개편한다. 그간 부동산 계약 단계에 초점을 맞춰 투기, 탈세 등 불법 의심 거래를 조사·적발했으나 앞으로는 부동산거래 전 단계에 대해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소비자 피해가 큰 기획부동산과 불법 전매도 조사한다.

남영우 토지정책관은"현재 진행 중인 전세사기 단속 뿐만 아니라 주택 매매 및 임대차 거래정보 분석과 상시모니터링을 통해 앞으로 발생가능한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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