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 문화 ‘하파와’..8000㎞ 거리 韓-사우디 많이 닮았다 [사우디 여행]
진정성 있는 환대와 다과 어디서든 만나
‘푸른하늘 은하수’ 율동 단 번에 척척
얼굴 모르다 혼인전 전격공개, 콩닥콩닥
자개농, 자치기도 같아..1천년 무역친구
[헤럴드경제 제다=함영훈 기자]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무려 8000㎞나 떨어져 있지만, 이런 저런 풍습이 닮았다.
아라비아, 페르시아 상인이 신라때 부터 왕래해서 그런 것일까. 두 나라 사이에 닮은 점이 많은 것을 보면, 육상 실크로드와 해양실크로드를 통한 생활문화 교류가 적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사우디아라비아 어른과 아이들은 ‘푸른하늘 은하수’ 등 왈츠 세박자 노래에 맞춰 ‘쎈쎈쎈’ 손뼉 마주치기를 한다. 당연히 우리의 ‘쎄쎄쎄’와 비슷하다. 사우디관광청 한국사무소 이재숙 소장(51)과 현지인 지야드 알말키(25) 두 사람은 ‘푸른하늘 은하수’ 노래에 맞춰 손을 맞장구치기도하면서 박자를 맞추는데, 율동마저 거의 같다. 무엇보다, 시작할 때 ‘쎈쎈쎈’이라고 세 번 합창한 뒤 한다는 것이다. 누가 원조인지 묻거나 따질 겨를도 없이 1000년 이상 됐을 법한 두 나라의 우정을 생각하며 놀란다.
제다의 세계문화유산 알발라드의 지체높은 가문의 고택 구조는 손님 응대 공간이 전체의 2/3를 차지한다. 그만큼 손님을 위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있다.
과거 신랑 신부가 얼굴도 모르고 결혼했던 풍습도 비슷하다. 친정 부모한테서 신랑이 어떤 사람인지 귀띔 받고, 첫날밤 사랑하는 법까지 배운 예비신부는 결혼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잘 생겼을까”, “엄마 말을 들어보니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떻게 첫날밤을 보내지?”라며 기대감이 커진다.
결혼을 코앞에 둔 어느날, 또 손님들이 왔다는 어머니의 부름에, ‘하파와’의 풍습대로 반갑게 인사를 건넨뒤, 사우디커피와 대추야자 등 다과를 들고 손님이 있는 응접실로 간다. 그런데, 갑자기 한 어르신이 옆에 앉은 아들에게 “너의 색시 될 여인이야”라고 한마디 하는게 아닌가.
다과 쟁반을 든 손은 떨리고, 얼굴은 붉어지며, 찻잔과 쟁반이 부딪는 달그락 소리가 요란할 정도로 부들부들 떠는 예비신부의 모습은 흔한 풍경이라고 가이드는 전한다. 앉아있던 예비신랑도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다고 한다.
집에 손님이 들면 큰 소리로 “하야쿠말라, 하야쿠말라!”라고 말하면서 환영인사를 건네고, 다과와 사우디 전통커피를 내어오는 이 나라 풍습 역시 손님을 맞는 우리나라의 기본 예절과 비슷하다. 이 풍습은 ‘하파와(Hafawa)’인데, 한국어로 직역하면 ‘정(情), 정감(情感) 깃든 환영’을 뜻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가정집 샤다(45) 씨네 집에서도, 옛도심 디리야 성(城) 안 민속마을에서도, 제다의 무형유산 공연장에서도 “하야쿠말라” 환대의 목소리는 시끌벅적하다.
샤다 씨는 동양,서양 문화의 특성을 모두 품은 사우디아라비아 전통과 생활문화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최근 SNS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가정주부이다. 그녀의 조리용 나무 주걱 뒷면에는 ‘2022 샤다 틱톡스타’라고 적혀있었다.
그녀는 밥, 당근, 고춧가루, 강황, 육수 등을 활용한 매콤 잡탕밥, 사우디 전통 요리 ‘캅사’를 한국인 손님들에게 내어주었고, 한국인들은 “와아우 마샬라(대단해요). 캅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며 라임에 맞춘 명랑한 답례를 한다. 사우디 전통음식의 입맛은 한국인들에게 잘 맞았고, 아라비아커피콩 로스트에 향신료 사프란(saffron), 생강, 정향(cloves), 머리를 맑게하는 카더멈(Cardamom) 등을 넣은 사우디커피는 구수했다. 샤다는 평소 떡볶이도 만들고, 김치 담그기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엄마가 경제권을 쥐고 있는 점, 안주인을 부를때 그 집 아이이름에 붙여 ‘~어머니’라고 부르는 점도 같다.
세시풍속과 놀이 역시 닮은 점이 너무도 많다. 굴렁쇠, 외발뛰기 내기, 공기놀이, 자치기, 팽이치기, 바람개비 놀이, 쎄쎄쎄, 베틀짜기, 대광주리 공예가 그렇다. 사우디 역사문화 도슨트는 “장롱 자개장은 사우디, 한국, 페르시아 등지에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아라비아 상인과의 1200년 우정 어린 교류 속에 풍속도 닮아진 듯하다. 루트는 해양 실크로드 였다. 앞으로 한국-사우디 같의 문화관광 교류가 깊어지면서 해양실크로드에 대한 연구도 확대될 전망이다. 〈계속〉
■한국 여행기자 첫 사우디탐방 글 순서 ▶2022년 12월21일자 [칼럼] 사우디의 재발견, 클릭 ‘새로고침’ ①사우디에 이런 면이? 진짜 우정, 여행교류는 ‘제3 중동붐’ ②정(情) 문화 ‘하파와’..8000㎞ 거리 韓-사우디 많이 닮았다 ③리야드, 제대로 즐기기, 블루바드·킹덤센터·옛도성 3색 매력 ▶12월27일 ④신비의 사우디 알울라..“어서와, 우리집은 처음이지?” ⑤사우디의 세계유산들..제다 알발라드, 최대 암각화군 ⑥함께 가는 韓-사우디, 왕세자·공주·원희·루디의 꿈 ▶2023년 1월3일 ⑦사우디 산호초 구경, 난파선 다이빙..홍해레저의 메카는? ⑧사우디 여성들 한국인 밝히자 “꺄르르, 와~” 우정 표현 ▶1월4일 ⑨사우디 최고 여행지, 제다 알발라드 정밀 탐방기 ⑩석유붐에 쇠락한 알발라드, 非무슬림 묘지의 애상 ⑪제다 고택 내부 3㎞ 쇼생크탈출로, 당황한 예비신부 ▶1월10일 ⑫빗장 푼 성지 메디나, 힐링 여행지 같은 활기 ⑬메디나 성지 면세, 건강 성수..근엄해도 명랑했다 ⑭‘홍해의 공주’ 제다, 볼거리·놀거리 팔방 미인 ⑮사우디 캅사·램, 침샘 자극, 치킨은 한국과 경쟁? ▶지면기사 인터넷판 〈2022년 12월27일자〉 ▷대자연이 감싼 알울라...오아시스 품은 문명을 만나다 ▷사막 도시에 꽃 피울 K-문화관광...확장·진화하는 한-사우디 교류 〈2023년 1월10일자〉 ▷빗장 열린 성지, 부활하는 히자즈 문명 ▷물위의 모스크-312m 분수-일품요리들...제다 가이어(제다는 다르다) ▶포토뉴스 사우디= 수시
abc@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이유만 모델하란 법 있나” 400대1 경쟁률 만들어낸 우리은행
- “7만→12만원, 말이 돼?” 아이폰 배터리 교체 단숨에 5만원 오른다
- “이 학생, 그렇게 무서웠나?” 전세계 1등 된 ‘고딩좀비’ 게임 등장 ‘임박’
- ‘가짜 뇌전증’ 권유해 1억원 수수…병역 브로커 추가 구속
- 1조 장착 카카오…버티던 ‘제왕’ 이수만에 거액 베팅, SM 결국 인수하나
- “여자 셋, 술잔만 들면 대박” 넷플릭스 천하 또 흔들었다
- [르포] 입맛대로 만들어 먹는다…메타버스 밖으로 나온 ‘신라면 분식점’
- “적금 깨서 빚부터 갚았어요”…영털된 영끌, 치솟는 금리에 빚테크[머니뭐니]
- 이재명 檢출석에 2000여명 찬반 맞불집회…경찰 “불법 엄단”
- “1만원 햄버거 시키는데 배달비 6천원” 배달앱 삭제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