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블] 위기의 스타트업, 다시 생각하는 현금흐름의 의미

방향 2022. 12.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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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이 마른 스타트업계의 이모저모

요즘 투자 업계 돈줄이 마르면서 간판급 스타트업들까지도 투자금 조달실패와 적자 폭증으로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스타 유튜버 수백명이 소속된 국내 최대 MCN(multi- channel network) 샌드박스 네트워크가 적자 누적으로 감원, 사업부 매각 축소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나 하면, 배달 대행 서비스 업계 매출 1위 회사인 메시코리아(부릉)은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국내 OTT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인 왓챠도 상반기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매각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고요. 업계에선 당연히 당분간 스타트업들의 폐업과 헐값 매각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전 세계 벤처 업계의 자금이 마르면서 글로벌 스타트업들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미국 포드와 독일 폴크스바겐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기업가치가 9조원에 이르렀던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가 지난달에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한껏 치솟았던 스타급 스타트업들의 몸값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건 불 보듯 뻔하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 /연합뉴스

◇현금이 왕이 된 가장 극단적인 케이스

이런 일련의 뉴스를 보면서 최근 금융 환경 변화로 ‘현금’의 중요성이 커진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바로 스타트업 업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급속한 성장 잠재력의 또다른 이름인 ‘스타트업’을 보면서 이런 식의 질문을 했습니다.

‘컬리’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과연 컬리의 매출액은 얼마까지 증가할 수 있을까? 혹은 ‘컬리는 언제 이익을 낼 수 있을까?’ 같은 식이었죠. 스타트업은 아닙니다만 ‘쿠팡’이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영업이익을 내면서 큰 폭의 주가 상승을 보여준 사례도 있죠. 고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주로 ‘외형성장의 속도’와 ‘손익분기점’에 집중되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유동성 파티가 끝나자 너무나 빠르게 모든 관심사는 ‘현금’으로 귀결됩니다. 특히 스타트업은 매일매일 현금을 태워야 유지가 되다 보니 이런 환경 변화가 곧 기업의 존폐로 이어지는 거죠. 이렇게 주기적으로 우리는 외형보다는 이익, 이익보다는 현금흐름을 잘 읽지 못하면 투자에 실패하는 시기를 만나게 됩니다.

일러스트=정다운

◇간단히 짚어보는 스타트업의 재무제표별 특성

이 말은 역으로 성장이 이익을 담보하지 않고, 이익이 꼭 현금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상식과 일맥상통합니다. 이른바 ‘흑자도산’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이 되죠. 이번 기회에 일반 기업에 비해 다소 특징이 다른 스타트업 기업의 재무제표의 의미를 점검해 봅니다. 물론 다른 기업들도 실제 현금흐름(혹은 현금 보유상태)은 대표적인 재무제표인 손익계산서나 재무상태표와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우선 손익계산서는 우리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재무제표죠. 한 회계기간 동안 기업의 모든 수익과 비용을 정리하여 기업의 경영 성과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경영자나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매우 중요한 투자유치, 자금 조달과 같은 중요한 재무적 이벤트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부족한 정보를 담고 있는 재무제표입니다. 또 스타트업의 특성상 사업 초기를 지나면서 현금 유출이 없는 회계적 비용도 점차 추가되는 경우가 많은데 손익계산서는 이러한 현실도 반영하기에 모자란 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재무상태표는 어떨까요? 재무상태표는 특정 시점 현재 해당 스타트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부채 및 자본의 가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유동자산이나 유동부채를 통해 현금 보유상황과 재무 유동성을 파악하고 부채와 자본의 구성을 통해 자본구조나 재무구조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재무상태표는 특정 시점의 정보만 전달하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합니다.

일러스트=정다운

이러한 손익계산서의 발생주의(실제 현금의 유출입과 상관없이 거래가 발생한 기간에 재무적 효과를 기록하는 것을 의미) 회계처리의 한계와 재무상태표의 특정 시점 정보 전달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것이 현금흐름표입니다. 현금의 유출입을 기준으로 거래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크게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 현금흐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한 회계기간 동안 해당 스타트업이 본업을 통해 만들어낸 현금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은 마이너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나타내겠죠. 이걸 보면 회사가 얼마나 버틸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즉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통해 통상적인 기업 운영에 필요한 현금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 볼 수 있고, 현재 보유한 현금과 이를 비교하면 현금 소진 기간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시설 장치에 투자하거나 여유 현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등의, 말 그대로 투자 활동과 관련된 현금의 유출입을 보여줍니다. 시설 투자가 선행되어야 매출이 발생하는 형태의 스타트업이라면 투자활동 현금흐름도 상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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