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와 고독사]①복지 사각지대 몰린 5060 위험하다

박상휘 기자 박혜연 기자 이정후 기자 2022. 12.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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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절반 넘게 50~60세…남성, 여성보다 5.3배 많아
실직·이혼 속 건강관리 가사노동 미숙…중장년층 직격탄

[편집자주] 통계청 조사 결과 예상과는 다르게 1인 가구의 진짜 민낯은 우리 사회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었습니다. 연 소득은 채 2700만 원이 되지 않았고, 자가 비중은 낮았습니다. 또 대부분의 1인 가구 연령층은 50~60대에 몰려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고독사에 대한 첫 실태조사를 발표했는데, 쓸쓸하게 혼자 세상을 살아가다 뒤늦게 발견된 이들의 절반 이상도 50~60대였습니다. 뉴스1은 1인 가구와 고독사라는 상관관계, 그리고 복지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50~60대 현실을 담은 기획물 3편을 만들었습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상휘 박혜연 이정후 기자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문을 열자마자 악취가 몰려왔다. 누가 맡아도 심하게 썩은 냄새였다. 시신이 부패하면 나는 냄새, 시취(屍臭)였다.

지난 11월 1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한 다가구주택에서 60대 남성 A씨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적어도 3일 전에 사망한 상태였다.

1인 가구에 왕래 없던 가족, 전형적인 고독사였다. 인생 경로를 세세히 알 순 없었지만 이웃과 주민센터의 말을 들어보니 A씨는 20여 년간 가족과 떨어져 고독한 삶의 여정을 밟아왔다.

3년 전 장위동에 세간을 푼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지병도 있어 종종 병원을 다녔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수술도 여러 번 받았지만 생활고에 험한 일용직 노동도 간간이 해왔던 것으로 안다고 이웃은 전했다.

반찬 지원 대상자였던 A씨는 담당 공무원들에 의해 발견됐다. 주민센터에서 A씨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질 않아 안위 확인차 들른 것이었다.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었고 집에선 TV 소리만 하염없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경찰에 신고했고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이미 사망한 뒤였다. A씨가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본 건 텔레비전 속 누군가였던 것이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실직과 이혼, 그리고 고립…1인 가구와 고독사로 이어져

쓸쓸하게 죽음을 맞는 고독사는 나이가 많은 노인에서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50~60대인 중장년층, 특히 남성에게서 다수 발생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3378명이 홀로 외롭게 세상을 떠났는데 5년 전인 2017년 보다 약 1000명이 증가했다. 특히 고독사 가운데 절반 이상을 50~60대가 차지했다.

고독사가 늘고 있는 것은 1인 가구 증가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3.4%였다. 이 가운데 50대와 60대는 1인 가구 전체의 31.8%에 달했다.

복지부는 “혼인과 부양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면서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가족 결속력이 떨어지고 단절이 가속화되면서 고독사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가족 해체와 단절의 직격탄은 그대로 중장년층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고독사 성별을 보면 남성이 2817명으로, 여성(529명)의 5.3배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50대(29.6%)와 60대(29%)가 합쳐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50~60 중장년층은 건강 관리나 가사 노동에 익숙하지 않고, 실직과 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연령대라는 점에서 고독사로 다수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평균 이혼 연령을 보면 남성은 50세였다. 남성의 이혼율은 45~49세에서 가장 높았는데, 이혼 후 일정 기간 생활하다 50대에 접어들며 고독감을 급격하게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업률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20년 기준 실업률은 살펴보면 40대에 2.5%였던 실업률은 50대에서 2.9%로 증가했고 60대로 접어들면 3.7%로 급증했다.

연령별 구직급여 신청자 수를 살펴봐도 50~60대가 얼마나 위기에 몰려있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연령별 구직급여 신청자 비중을 살펴보면 50대가 23.1%, 60대가 22.6%로 1, 2위를 차지했다. 특히 50대는 2017년부터 구직급여 신청에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의 경우 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사회적 유대관계가 유지되는 편이지만, 남성은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이 상실되면 인간관계가 급격하게 단절된다"며 "결국 5060 중에서 직장을 잃거나 사회적으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 단절과 고립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스트레스·우울감 높은 1인 가구…건강 상태도 나빴다

1인 가구가 고독사로 이어지는 데는 건강 상태도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녀와 상관없이 1인 가구는 다인 가구보다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더 많이 느꼈다.

지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중년 1인 가구와 다인 가구의 건강행태 및 질병 이환 비교'(이하나·조영태) 논문에 따르면 1인 가구가 다인 가구보다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더 많이 보였다.

2016년 기준 '분석 대상의 주관적 건강 상태 및 정신건강 특성'을 살펴보면, 우울감을 느낀다고 답한 다인 가구는 5.2%에 불과했지만 1인 가구는 2배에 가까운 10%에 달했다. 스트레스가 많다고 답한 비율도 다인 가구는 25.6%였지만 1인 가구는 27.5%로 더 높았다.

이 같은 인식은 실제 질병으로 이어지는 결과도 나타났다. 1인 가구와 다인 가구 중년의 고혈압 진단을 받은 비율은 2008년 각각 17.8%, 14.7%였고, 2012년에는 각각 19.6%, 16.7%였으며, 2016년에는 각각 20.5%, 17.4%로 나타났다. 그 외 당뇨, 고지혈증, 관절염을 진단받은 비율은 중년 1인 가구에서 각 연도별로 모두 높게 나타났고, 다인 가구 중년과의 차이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5060 세대에서 혼자 사는 분들은 실직이나 이혼을 통해 가족과 분리되는 사례가 많고 그렇다 보니 개인적 질환이나 질병을 잘 관리하지 못하게 된다"며 "이런 분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인권을 지향하는 사회라고 본다면 중앙정부가 적극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낮에도 영하권 추위가 이어진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 고드름이 얼어 있다. 2022.12.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1인 가구에 대한 체계적 관리 필요…"현실은 더 심각"

전문가들은 5060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5060세대는 전통적으로 복지 서비스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복지 시스템은 주로 65세 이상의 노년층과 아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는 청년층에 대한 복지와 지원 등이 정치적으로 화두로 떠오르면서 중장년층을 상대로 한 복지 서비스는 더욱더 줄어드는 형국이다.

이는 복지부가 올해 5월 발간한 복지 서비스를 통해서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단순 세대별 지원 사업만 살펴보더라도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복지 사업은 총 64개, 청년층은 58개, 노령층은 50개에 달하지만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복지 사업은 36개에 불과하다.

현실은 더욱 냉혹하다. 서울시립돈의동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돈의동으로 한정해도 1인 가구는 전체 490세대, 그중 50대는 142세대, 60대는 195세대에 이른다. 두 세대가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1인 가구 중에서도 특히나 빈곤층으로 내몰린 계층으로 절반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이자 건강에 취약한 계층이다.

서울시립돈의동쪽방상담소의 최선관 실장은 "이들 대부분이 건강이 취약해서 어디 가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수급이 끊기면 당장 생활을 유지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같은 쪽방상담소는 이들의 마지막 보루다. 돈의동쪽방상담소는 의료부터 생활까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곧 고독사를 막는 데 톡톡한 역할도 한다.

최 실장은 "우리 상담소에서는 하루에 식권 1장을 배부하고 있는데 결국 이 같은 서비스가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며 "물품 나눔과 이사 도움 등을 통해서 고독사 방지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이분들의 건강 상태도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혜연·이정후 기자)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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