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고객 잡아라”… 국내 진출 앞다투는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들
거래소 사업 외에 기업·기관 등과 블록체인 관련 사업 협업
올해 반년 넘게 이어진 가상자산 불경기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에도 바이낸스 등 국내 진출에 나서는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이 그동안 축적한 정보통신(IT) 기술과 인력 인프라 등을 활용해 가상자산 분석 및 대체불가토큰(NFT) 사업 등 진출 분야를 다각화하고 있다.
2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규모 1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한국 안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이전에도 거래소 내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며 한국 고객 모집을 시사했으나, 해외 거래소는 한국어 지원을 하기 위해선 금융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법령(특금법) 때문에 지난해 8월 그만둔 바 있다.
바이낸스는 올해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을 직접 진행하는 것 외에도 관련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9월 부산광역시와 디지털자산 거래소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당시 자오창펑 대표이사는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부산 내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설립하는 것에 대한 자문 및 지원을 약속. 박 시장 역시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을 위해 돕겠다고 했다.
바이낸스가 이러한 우회로를 택한 이유는 거래소 사업을 국내에서 진행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고객인증제도(KYC) 외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인가를 금융 당국으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해외 사업자가 이를 따기엔 어렵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가상자산 시장 상황도 좋지 않은데 금융 당국이 바이낸스와 같은 거래소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을 달갑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바이낸스는 국내 기업 등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에 진출에 나서고 있다. 바이낸스의 투자자 보호 기관인 바이낸스 아카데미는 지난 10월 국내 가상자산 전문 분석 업체 쟁글과 웹3 교육 콘텐츠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두 회사는 웹3, 블록체인, 크립토 생태계 전반의 데이터 및 연구 등 다양한 콘텐츠와 자료를 활용해 핵심 인재 및 전문가 양성에 나설 예정이다.
이외에도 바이낸스 국내 유명 기획사 YG와 SM도 바이낸스와 블록체인 분야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올해 체결하기도 했다. 바이낸스는 이들 기업에 소속된 유명 가수나 배우 관련 대체불가토큰 등의 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SM의 경우, 사용자들이 전자상거래와 메타버스(가상세계) 플랫폼 내에서 지식 재산권을 활용해 직접 게임, 음악, 굿즈 등을 만들 수 있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아울러 바이낸스는 국내 대학과의 협업도 늘리고 있다. 지난 10월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는 부산에서 열린 블록체인 행사(BWB 2022)에 참여해 부산대 등 부산 지역 내 대학들과 협업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웹3.0 시대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이다”라며 “바이낸스는 부산 내 대학들과 협업해 세미나, 교육 또는 인턴쉽을 제공할 생각”이라고 했다. 현재 바이낸스는 부산대, 동의대 등의 대학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레온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APAC) 대표는 “거래소 사업은 바이낸스가 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라며 “나중에 한국에서 거래소 사업을 진행할 것을 대비해 미리 교육 분야에 뛰어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낸스 외에 글로벌 주요 블록체인 프로젝트 폴리곤(MATIC)도 국내 진출을 올해 확대해 나가고 있다.
폴리곤은 한국을 ‘웹3.0 시대의 중심지’라고 점 찍고 대체불가토큰(NFT)와 게임 산업 진출을 위해 국내 기업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중이다. 폴리곤은 올해 한국을 방문해 네오위즈를 포함한 여러 게임사와 블록체인 관련 게임 플랫폼 등에 대한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폴리곤은 올해 한국 사업을 활발히 할 목적으로 국내에 팀을 꾸렸다. 국내 가상자산 전문투자업체(VC) 해시드 또한 폴리곤의 국내 생태계 성장을 돕기 위해 인도 자회사인 해시드 이머전트와 협업하여 폴리곤과 함께 국내 개발자들을 위한 캠프를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로 한국이 가진 특수성을 꼽았다. 게임 산업이 발전한 몇 안 되는 국가에 정보기술(IT)에 정통한 인력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 가상자산 산업이 바라는 목표와 꼭 들어맞는다는 설명이다.
한 가상자산 전문 투자 업체(VC)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들과 여러 파트너쉽을 맺어 왔지만 이들 모두 한국의 역동성과 그 발전 가능성에 매료됐다고 했다”라며 “한국은 인터넷 강국으로서 관련 인재들도 충분하고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활발해 블록체인 기술과 접점도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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