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결산⑥] 이것 하나 달라졌을 뿐인데… KBO 트렌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태우 기자 2022. 12. 21.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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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스트라이크존은 KBO의 공언대로 2021년보다는 살짝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 LG 트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2년 시즌을 앞두고 KBO와 KBO 심판위원회는 리그의 모든 구성원들의 귀를 집중시킬 만한 중대한 발표를 한다. 스트라이크존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심판위원회는 ‘확대’가 아닌, ‘정상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결과적으로는 존이 조금 더 넓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판정 하나에 선수, 팬, 팀이 모두 울고 웃는 스트라이크존은 사실 야구 규칙에 어느 정도 명문화가 되어 있다. 홈 플레이트라는 물체가 있어 직관적으로 알기 쉬운 좌우는 물론, 존의 상한선은 타자의 어깨선과 허리 선의 중간 지점, 그리고 하한선은 타자의 무릎 아랫부분을 한다.

다만 그간 KBO리그, 특히 최근에는 이것보다는 스트라이크존이 좁게 본다는 게 전체적인 의견이었다. 이는 지나친 타고투저를 양산하고, 국제 표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전반적으로 높낮이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사실 스트라이크존에 손을 대려는 시도는 지난 10년 사이에도 몇 차례나 있었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높이려는 노력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흐지부지됐다. 그런 존을 KBO가 다시 한 번 조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리그의 미칠 영향이 큰 주목을 받은 가운데, 1년을 해보니 존이 미세하게나마 넓어졌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였다.

스트라이크존을 넓히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타자들은 ‘너무 넓어졌다’고 하소연했고, 투수들은 ‘별 차이가 없다’고 하소연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전반적으로 “상단에 조금 더 후해졌고, 지난해에 비하면 존이 다소 넓어진 건 사실”이라는 데 상당수 투수들도 의견을 같이 한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투수의 능력이지만, 존 자체는 분명히 2021년과 달라졌다. 트래킹 데이터를 전문으로 하는 한 관계자는 “1년치를 모두 뽑아봐야 알겠지만 중간까지 점검했을 때는 존이 아주 조금이라도 넓어지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투수들이 조금 더 힘을 냈을까. 리그 평균자책점을 보면 약간의 효과는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타고투저가 극단적이었던 2018년 리그 평균자책점은 4.52였다. 2019년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으로 4.35로 떨어졌지만 2020년에는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여파를 더 크게 받으면서 4.42로 올랐다. 2021년은 4.25였는데 올해는 4.06으로 떨어졌다.

볼넷의 감소는 더 극단적이었다. 2021년 리그 전체 볼넷 개수는 5892개였지만, 올해는 4930개였다. 체감할 정도로 줄었다. 투수 출신 한 감독은 “시행 첫 해라 그런지 약간 오락가락하고, 심판마다 차이가 있었다는 느낌은 분명히 있었다”고 전제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높은 쪽은 공 한 개 정도가 넓어진 느낌이었다. 이것을 잘 활용한 투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한 야수는 “일단 존이 넓어졌다는 것을 체감한 이상 타자들은 위험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비슷한 코스에 방망이가 나가거나 이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KBO의 스트라이크존 정상화는 특별한 기조 변화 없이 2023년에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1년간 심판들도 새 존에 적응을 하려고 노력한 만큼 점차적으로 정착하지 않겠느냐”는 낙관론도 있고, “선수의 신체 구조에 일일이 대응하지 못해 떨어지는 일관성이 한 번에 만회되겠느냐”는 비관론도 있다. KBO도 1년의 과정을 살펴보며 보완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21년의 존으로 돌아가자는 분위기는 없는 만큼 리그 트렌드가 투‧타 모두 조금 더 공격적인 승부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그런 존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 투수들의 선발, 그리고 퓨처스리그부터 시작된 새로운 스트라이크존에 대비한 무기 연마 등 뚜렷한 변화도 읽힌다. 판정이든 KBO의 방향이든 고무줄 잣대는 안 된다. 2023년에는 조금 더 세련된 판정과 그에 걸맞은 전략 대결이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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