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 코로나 사망 기록 무너졌다…"표적방역은 허상"

CBS노컷뉴스 김재완 기자 2022. 12. 2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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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2년 세계 최저 사망률 유지했지만
올해 100만명 당 누적사망자는 세계 평균 약 3배
격차 컸던 미국, 유럽 등 국가와도 큰 차이 없어져
전문가 "유행 커지면 피해는 커져"…표적방역 비판
국립중앙의료원 음압병동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유행 초기 2년 동안 세계 최저 수준을 유지했던 사망률이 올 한 해 동안 세계 평균의 세 배를 상회하고 유럽, 미국 등 다른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파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 등장 및 일상 회복 전환 과정임을 고려해도 이번 정부가 내세운 중증‧사망을 최소화한다는 '표적방역'이 사실상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 속 오미크론 변이 유행 전까지 우리나라가 '방역 모범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던 배경에는 이른바 3T(검사·추적·치료) 전략으로 대표되는 유행 규모를 통제하고 중증‧사망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역정책의 역할이 주요했다.

2020년~2021년 100만명 당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 제공

코로나가 국내에 상륙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 동안 국내 누적 사망자는 모두 5563명으로 인구가 서로 다른 국가 간 비교를 위해 사용하는 100만명 당 누적 사망자는 107.36명이었다.

이는 같은 기준 세계 평균 684.97명의 약 6분의 1이며 주로 비교되는 미국(2438.39명), 이탈리아(2324.74명), 프랑스(1822.89명), 독일(1338.64명) 등 서구권 주요국가들의 20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인구와 경제력을 갖춘 국가 중 가장 피해 규모가 적은 국가로서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100만명 당 누적 확진자 1만2174명도 미국 16만787명, 프랑스 14만4305명 등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방역 모범국'의 칭호에 어울리는 유행 통제력을 보여준 셈이다.

2020년~2021년 100만명 당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 제공

하지만 면역 회피력이 기존 변이보다 몇 배로 높아진 오미크론 변이가 주도하는 유행이 올해부터 시작되며 이러한 격차는 급격하게 줄었다.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18일까지 우리나라의 100만명 당 누적 사망자는 499.29명으로 세계 평균인 150.84명의 세 배를 상회했다.

2022년 100만명 당 일주일 하루 평균 코로나19 사망자 수.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 제공

다른 주요국과의 격차도 확연히 줄었다. 같은 기간 100만명 당 사망자는 미국 776.04명, 이탈리아 777.32명, 프랑스 542.85명, 독일 579.13명 등으로 코로나19 유행 2년 동안 이들 국가의 20분의 1에서 10분의 1 정도였던 사망 지표는 올해부터는 2분의 1도 되지 않거나 프랑스, 독일 등과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됐다.

최근 동절기 유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번달 4일까지 1주일 동안 우리나라의 100만명 당 누적 사망자는 6.9명으로 미국 7.1명, 프랑스 5.2명, 이탈리아 7.6명 등과 비슷하고 독일 1.4명, 영국 1.1명(12월 3일, 4일 통계 미포함)보다는 확연히 높다. '세계 최저 사망률'은 옛말이 된 셈이다.

올해 들어 이렇게 피해 규모의 증가는 일정 부분 일상회복으로의 전환에 따른 '동전의 양면'과 같은 측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앞선 유행과 달리 올해부터는 전파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며 모든 감염 경로를 찾아 막는 3T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일상회복 전환도 이뤄지며 피해 규모는 자연스레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을 감안해도 이번 방역당국이 강조한 일상회복 기조를 유지하며 중증·사망 최소화에 주력하겠다는 '표적방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애초 유행 규모를 통제하지 못하면 중증·사망을 줄이는 것 자체가 극히 어려운 데다 감염에 피해가 큰 고령 환자, 요양병원‧시설 종사자에 대한 보호책도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이 커지면 치명률이 낮아도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수가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다는 것은 동시에 중환자가 많이 늘어난다는 의미인데 중환자가 많이 늘어나면 의료진은 적은데 진료와 관련된 부담이 커지며 적은 수의 환자를 볼 때보다 정교한 진료가 어려워진다"며 "결국 유행이 커지면 의료의 질을 유지하는 게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표적방역은 이상적인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8월 치명률이 0.04%까지 내려갔다가 현재는 0.09~0.1%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며 "즉 확진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위중증 환자,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 하겠다', '표적방역을 하겠다' 말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 백신 추가접종률도 오르지 않았고 고위험군 모니터링 등 보호책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일 기준 개량 백신 추가 접종률은 감염취약시설 대상자 대비 45.8%, 60세 이상은 27.4%로 여름 재유행 초입이던 7월 초(19일 기준) 60세 이상 4차 접종률 33.2%, 요양병원·시설 입소자는 60.1%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피해 규모 최소화를 위한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실내 마스크 의무 조정 등 방역 완화 일변도 논의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엄중식 교수는 지난 15일 코로나19 대응 방항 공개 토론회에서 "지금 제일 중요한 요소인 중환자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줄이냐 할 것인데 현재 상황보면 3~4주 전부터 응급실이 괴로울 정도로 어려운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여기서 또다른 코로나 유행을 증폭시킬 수 있는 계기를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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