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싸웠던 '과학'…미래의 '질병 X' 맞설 연구 기초 체력 키운다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나온 '코로나19 유전자 지도'…"기초 과학 투자 성과"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미래에 다가올 미지의 '질병 X'에 대비하기 위한 기초 체력 다지기에 나선다.
질병 X(Disease X)는 국제 보건 기구(WHO) 등에서는 라는 용어를 2018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질병 X는 미지의 병원체의 갑작스러운 공격이다.
과학계에서는 기후변화로 동물 서식지 이동이 빈번해지고 이에 따라 종간 접촉이 늘어나 앞으로 감염병 확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동안 정권마다 감염병이 찾아왔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사스(SARS), 이명박 정부 신종인플루엔자, 박근혜 정부 메르스,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현재까지는 코로나19와 싸웠다.
코로나19 진단에서 백신 개발 과정에서 알 수 있듯, 과학기술은 방역 정책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쌓아놓은 기초 과학에서 '인류 최초의 코로나19 유전자 지도' 나왔다
전 세계 과학계의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한국의 기초과학은 초기에 큰 활약을 했다. 바로 코로나19의 정체를 밝히는 유전자 지도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 전 세계 과학계에 제공한 것.
기초과학연구원(IBS)의 RNA연구단이 그 주인공이다. RNA연구단은 바이러스 연구를 주로 하는 곳은 아니지만, 연구단 소속 안광석 서울대 교수는 바이러스 연구를 오래 해온 경험이 있고, 장혜식 서울대 교수는 수년 전부터 RNA 염기 서열을 분석하는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RNA연구단은 코로나19 국내 확산 초기인 2020년 2월 말 샘플을 질병관리본부 등으로부터 제공받아 연구에 착수, 3월 중순에 논문 제출, 4월에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됐다.
IBS 관계자는 "연구자들이 그간 기초과학의 저변을 아우르는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꾸준히 연구해왔다. 그랬기에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적절한 기술을 신속히 동원하여 분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8년 가까이 장기적으로 IBS 연구단이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공공의 투자가 결실을 이룬 것이다.
◇본격적으로 미래의 '질병 X' 대응 역량 쌓는다
코로나19 초기 한국 기초과학계의 활약은 아쉽게도 백신 개발의 혁신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백신 개발 기초 연구에 투자를 이어오던 영국과 미국에서 mRNA 기반의 새로운 백신이 탄생한 것.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질병 X와 같은 미래에 다가올 수 있는 미지의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기초 체력 기르기'에 나섰다.
감염병 기초·원천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우기 위해 2021년 7월 IBS 내부 조직으로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가 설립됐다. 연구소는 바이러스 연구센터와 면역 연구 센터로 구성되어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이다. 연구소는 공공의 지원으로 올해 11월까지 SCI 논문 18편을 게재하는 등 활발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안전성평가연구소, 오송·대구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 등 '바이러스 연구협력협의체'는 국내외 연구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진단·예측·예방·치료 등 4개 분야의 플랫폼 기술개발을 지원 중"이라며 "특히 2025년까지 mRNA 백신 핵심 요소기술 국산화를 목표로 R&D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가 만들어져, 미래의 감염병 치료제·백신 개발 시 빠른 상용화를 위한 지원 준비도 이뤄진다. 전임상은 인체에 적용하는 임상 시험 전에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기초 유효성(세포단위) 평가, 소·중 동물 실험, 영장류 실험, 독성 평가 등으로 구성됐다.
아울러 고위험 병원체 실험을 위한 생물 안전 3등급 연구 시설도 확충된다. 3등급 연구 시설은 비용 및 안전성 문제로 민간의 구축이 어려워 공공의 지원이 필요한 영역으로 꼽혀왔다. 이 연구 시설은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스크립스코리아 항체연구소 등에 생물안전3등급연구시설을 총 11실 구축 중이며, 2023년 하반기 운영 개시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아시아와 태평양은 기후와 인구 밀집의 특성 때문에 감염병의 위험이 높다고 여겨진다.
과기정통부는 "한국을 의장국으로 하는 연구협력 허브를 구축하겠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연구자금 지원기관 간 연계를 통해 평상시 감염병 공동 대응 연구를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병원체 등 감염병 연구 자원 및 연구성과 공유 등을 통한 감염병 위기 대응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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