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외면받는 정책금융…까다로운 문턱에 신청 저조

김형섭 기자 2022. 12.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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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신보 '저금리 대환보증', 캠코 '새출발기금' 등 잇딴 흥행 부진
신청 요건 까다롭고 지원 범위도 제한적…자영업자 등 불만↑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위기'에 코로나19 재확산까지 더해지며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조사' 결과 자영업자의 70.6%는 매출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전망에는 33.0%가 폐업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걸린 매장양도 안내문. 2022.08.01.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정부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과 서민들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내놓은 정책금융 상품들의 흥행이 저조하다.

지원 자격요건이 까다롭고 다른 상품이나 정책 프로그램과 기능적으로 중복되는 부분이 생기다보니 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금리 인상기에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지난 9월30일 접수를 시작한 '저금리 대환보증' 프로그램의 신청 건수와 금액은 지난 15일 기준 1만5839건, 5327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보증기금의 저금리 대환보증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7% 이상 고금리 사업자 대출에 대해 개인사업자는 최대 5000만원, 법인은 최대 1억원까지 연 6.5% 이하(금리 최대 5.5%, 보증료 1% 고정)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 피해로 부득이하게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던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서 내년 말까지 8조5000억원의 대환보증을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목표 금액 대비 신청률은 6.3%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도 실제 대출이 실행된 금액은 목표액의 2.6% 수준인 2202억원에 불과하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채무조정과 원금 감면을 위해 지난 10월4일 정식 출범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출발기금' 역시 성적이 신통치 않다.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보유한 금융권 채무를 기금이 매입하거나 금융사의 동의를 얻는 등의 방식을 거쳐 상환기간은 늘려주고 금리부담은 낮추되 채무상환이 불가능한 차주에 대해서는 원금 감면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금융당국과 캠코는 대출 채권 매입 목표를 올해 6조원 등 최대 3년 간 총 30조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지난달 말 기준 채무조정 신청 규모는 1조7489억원에 그쳤다. 올해 채권 매입 목표치의 29.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신청자가 저조한 탓에 추가 재원 마련 필요성이 줄어든 캠코는 새출발기금 재원 조달 계획에 따라 연말까지 발행키로 했던 3조원 규모의 캠코채 발행을 미루기도 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정책금융의 흥행 부진 이유를 놓고 신청 요건이 까다롭고 지원 범위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용보증기금 대환보증의 경우 휴·폐업, 세금 체납, 대출금 연체 등이 없이 정상적인 사업 활동을 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받은 사업자 대출에 대해서만 대환 신청이 가능하다. 사업목적 대출의 금융 부담 경감이라는 취지에 따라 가계대출과 통장대출, 리스 등은 제외된다.

이들 대출은 사업자 대출로 보기 어렵기는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 속에서 어떻게든 사업을 계속 꾸려가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나 신용대출 등으로 돈을 끌어모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현실은 고려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새출발기금의 경우도 원금 조정은 '부실차주'에 대해서만 가능한데 1개 이상 대출에서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해야 한다. 이 경우도 채무가 재산보다 많아야 한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코로나 19 거리두기 해제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은 매출이 오히려 작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68.6%는 올해 매출이 작년에 비해 감소했다고 답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2.12.12. xconfind@newsis.com

그러나 자영업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현실적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3개월 이상 대출을 연체하면서까지 폐업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원금 조정 규모가 60~80%라고 하지만 이는 부실차주에 한해 신용채무가 재산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적용이 된다. 담보나 보증 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에 대해서만 순부채의 60~80% 원금 감면이 이뤄진다는 것인데 채무조정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란 불만을 사고 있다.

게다가 새출발기금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연장이 추가로 이뤄지면서 채무조정에 따른 신용카드 발급 제한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용해야 할 유인이 더 적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우려로 신청 조건이나 지원 범위를 일정 부분 엄격히 가져갈 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지만 정책 프로그램 수요자 입장에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나름 타당하다"고 말했다.

최저 연 3.7% 고정금리로 주담대를 갈아탈 수 있는 서민 주거안정용 정책금융상품인 '안심전환대출'도 오는 30일 접수 마감을 앞두고 있지만 큰 호응은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누적 신청건수는 총 6만8273건, 누적 신청액은 8조5386억원이다.

안심전환대출은 금리 상승기에 주담대로 인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변동·혼합금리 주담대를 연 3.8~4.0%(저소득 청년층은 연 3.7~3.9%)의 고정금리 주담대로 대환해주는 정책 상품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9월15일~10월31일까지 진행한 1차 신청에 이어 지난달 7일부터 신청요건을 완화하고 대출한도를 높여 2단계 접수에 들어간 바 있다. 2단계 신청 요건은 주택가격을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부부합산 소득은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했고 대출한도는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늘렸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신청금액은 당초 공급목표인 25조원의 34.1% 수준에 불과하다. 주택가격 기준 문턱을 6억원 이하로 한 차례 낮춘 바 있지만 여전히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각각 10억5667만원, 6억2750만원이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을 비롯한 3가지 정책 모기지 상품을 통합해 '특례보금자리론'이란 이름으로 1년간 한시 운영하면서 주택 가격 기준을 9억원 이하로 크게 완화키로 했지만 금리는 현 안심전환대출보다 높아지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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