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은 삼성·현대家 이야기?…실제 대기업 일가의 삶은
故 이병철 일대기 '호암자전', 9년 만에 판매 역주행
극 중 경영승계 경쟁?…대기업들도 형제싸움 거쳐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선 극 중 ‘순양그룹’과 창업주 진양철(이성민 분)에 얽힌 주요 에피소드들이 삼성, 현대 등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드라마에서 묘사된 총수 일가 형제들의 경영 승계 싸움, 기업 인수 등 장면들을 보며 실제 재벌 대기업들도 이와 비슷할지 궁금해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삼성·현대 섞은 순양그룹…이병철 책 역주행까지
전문가들은 ‘재벌집 막내아들’이 실제 주요 대기업들이 거친 역사를 70% 이상 구현할 정도로 고증이 잘 된 작품이라고 평한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극중 순양그룹은 삼성과 현대의 특징을 골고루 섞어놨다. 먼저 순양그룹 총수 진양철이 정미소로 첫 사업을 시작해 오늘날의 순양을 일궜다는 스토리는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마산협동정미소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실화와 맞아떨어진다. 진양철이 초밥에 든 밥알의 개수를 주방장에게 묻는 에피소드는 이병철 회장이 신라호텔 주방장에게 건넨 어록으로 유명하다. 진양철이 모두의 반대에도 반도체에 애착을 보여 투자하는 장면도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던 이병철 회장의 결단을 잘 고증해낸 장면이란 분석이다.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이병철 창업회장의 일대기를 담은 책 ‘호암자전’은 9년 만에 판매 역주행 현상을 겪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방송 직후 ‘호암자전’의 판매량은 이전 달(10월22일~11월17일)의 판매량보다 6.9배 증가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진양철 회장이 대영과 아진자동차 인수전 당시 자동차에 애착을 갖는 모습은 실제 자동차 마니아였던 이건희 삼성 회장을 모티브로 한 듯하다”며 “다만 순양그룹이 한도제철을 인수한 대목은 ‘현대제철’을 인수의 방식으로 갖게 된 현대그룹의 이야기를 가져다 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 인물, 특정 기업만 녹였다면 논란이 있었겠지만 삼성, 현대 등 여러 기업 오너가 연상되는 일화들을 적절히 배합해 민감성을 피한 영리함이 돋보인다”고 덧붙였다.
대기업과 연관된 뜻밖의 에피소드도 있다. 진도준(송중기 분)이 미국에서 ‘도넛’이란 우연으로 만난 조력자 오세현(박혁권 분)을 위해 뉴욕의 도넛 브랜드를 수입해 프랜차이즈를 전개하는 장면이 그 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유학 시절 즐겨 먹던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수입해 대박을 터뜨린 일화와 오버랩된다.
실제도 치열한 형제싸움…일부 과장은 주의
드라마에서는 진양철의 건강 악화 및 사망을 계기로 형제들의 경영권 승계 다툼이 본격화됐다. 이는 실제 주요 기업들이 거쳤던 2세들 간 갈등을 연상케 한다. 20여년 간 국내 대기업들을 연구하며 재벌 개혁을 주장해온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고려대 경영학 교수)은 “삼성, 현대 모두 형제싸움을 거쳐 지금의 체제를 갖췄다”며 “현대가의 경우 2남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과 5남 정몽헌이 2000년 현대그룹 공동회장직을 놓고 갈등한 ‘왕자의 난’이 있었고, 삼성에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2012년 호암(이병철 창업회장)의 상속재산을 두고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일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과 거리가 멀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설정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했다. 김우찬 소장은 “순양백화점을 운영한 진양철의 딸 진화영(김신록 분)이 공금으로 주식에 올인했다가 회사 지분을 모두 잃는 모습은 실제에서 전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라며 “극중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개최할 때 임원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수기로 투표하는 모습도 국내 최대 규모의 상장 기업에선 상상할 수 없는 코미디 같은 풍경”이라고 부연했다.
극 중 순양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금산분리완화법 부결로 무산되는 장면에 대해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회사를 설립할 수 없는 대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체제로 개편을 시도했던 적은 있다”고도 설명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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