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학생만 시험? 교육감의 책임 방기”
“이 세상에 공부 좋아하는 학생이 어딨습니까? (원하는 학생만 시험 치라고 하면) 나머지는 방치하는 거 아입니까? 그건 교육감이 책임을 방기하는 겁니다.”
하윤수 부산교육감은 6개월 전 취임한 17명 시도 교육감들 중 유일하게 올해 ‘맞춤형 학업 성취도 평가’를 모든 초6·중3·고2 학생들에게 치도록 했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원하는 학교만 응시하도록 한 시험을 모든 학교에 치라고 한 건 직권남용이라며 그를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꿈쩍하지 않고 전수평가를 밀어붙였다. 지난달엔 학생 평가 결과를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로·진학 서비스까지 해주는 ‘부산학력개발원’을 전국 최초로 설립했다.
새해엔 기초학력뿐 아니라 다른 기본 교육도 강화한다. ‘수업 전 체육 활동’으로 기초 체력·사회성을 키우고, 전자책 지원으로 독서 교육을 한다는 계획이다.
-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모두 치르게 했나.
“취임해 보니 (전임 김석준 교육감이 재임한) 8년간 아이들에 대한 데이터가 하나도 없더라. 환자가 의사한테 진단을 받아야 약물치료를 할지, 수술을 할지 결정한다. 학생도 자기 수준을 알아야 대책을 마련할 텐데, 데이터가 없다. 코로나 시기 가정 환경에 따라 학력 격차는 더 커졌다. 중학생인데 사칙 연산이 안 되는 학생도 있다. 전수 평가는 꼭 필요하다.”
-전교조, 야당 의원들이 반대했는데.
“맞춤형 평가가 어떻게 일제 고사냐. 학교별로 원하는 날짜에 컴퓨터로 치고, 시험도 4개 유형이 있다. 결과도 잘함·보통 등으로 나온다. 전국 일등부터 꼴찌까지 등수 매기는 수능이야말로 일제 고사지. 후속 세대 교육이 (전교조 등) 특정 세력 입김에 흔들리는 건 국가적 손실이다.”
-내년부터 ‘수업 전 체육 활동’을 시범 도입한다.
“코로나로 아이들 사회성, 체력이 너무 떨어졌다. 수업 전 30분 정도 운동으로 땀 흘리면 체력, 인성이 좋아지고 ‘학폭’도 준다. 운동장 뛰기, 줄넘기도 좋다. 원하는 활동을 하는 학교에 지원금을 주겠다. 내년에 52개 초·중·고교에 시범 운영하고, 성과를 봐서 임기 중 모든 학교에 확대하는 게 목표다.”
-왜 아침에 체육 활동을 시키나.
“신체 활동을 하면 머리가 맑아져 공부가 더 잘된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뇌가 활성화되어 잠자는 교실이 깨어난다. 그래서 영국 등 명문 고교들은 아침에 운동을 시킨다.”
-교사들이 그만큼 일찍 출근해야 하나.
“교사에게 부담 주지 않는 게 원칙이다. 원래 교사들은 수업 시작 30분 전엔 출근하니 이것 때문에 더 일찍 나올 필요는 없지만, 별도 관리 인력이 필요하다면 강사비도 지원하겠다.”
-교육부가 2025년 디지털 교과서·AI 튜터를 도입하는 등 교육 현장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디지털 기초 소양부터 길러주려 한다. 아이들이 휴대폰을 잘 다루지만 ‘컴퓨터가 무엇인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등 기초 소양은 부족하다. 내년부터 초1~4학년생에겐 그런 기본 소양을 가르치고, 초5~중학생에겐 컴퓨팅 사고, 즉 ‘코딩’을 가르치겠다.”
-학교마다 전자책 구입비를 지원한다는데.
“요즘 학생들은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편하다. 원래 학교들은 운영비의 3% 이상을 의무적으로 책을 구입해야 하는데, 내년엔 그와 별개로 전자책 구입비를 전체 627개 학교에 500만원씩 총 31억원을 지원한다. 부산은 내년 2월이면 초4부터 고3까지 모든 학생들이 태블릿PC를 한 대씩 갖기 때문에 원할 때 마음껏 전자책을 볼 수 있다. 독서만큼 사고력 확장에 도움 되는 게 없다.”
-새 교육 정책에 학부모들 반응은 어떨까.
“기본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니 학부모들도 공감할 것으로 본다. 설사 학부모가 좋아하지 않더라도 할 것이다. 그게 공교육이 해야 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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