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들이 ‘나라에 법이 있는지’ 묻게 한 지하철 민폐 시위 1년
지난 1년여 동안 서울 지하철에서 출근길 탑승 시위를 벌여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0일 장애인 예산이 국회에서 처리될 때까지 ‘지하철 선전전’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장연은 이날 아침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출근길 탑승 시위를 벌였고, 21일 시위도 예고했다.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소셜미디어에 ‘휴전을 제안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국회 예산안 처리 시점까지 시위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자 전장연이 수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사실상 불법 시위를 벌인 이들에게 ‘휴전’이란 표현을 쓰고, 이들이 마치 선심 쓰듯 수용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다.
전장연은 자신들의 행위가 ‘열차 운행 방해’가 아닌 ‘탑승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말장난일 뿐이다. 20일 시위로 10분가량 열차 지연이 발생했다. 19일엔 용산역에서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승객이 전원 하차하는 일도 생겨 열차가 40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출근길 1분 1초가 아까운 시민들에겐 심각한 문제다. 오죽하면 지난 15일엔 다른 장애인 단체들이 “지하철 운행 방해는 전체 장애인에 대한 혐오감만 키운다”며 시위를 막고 나섰겠나.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는 작년 12월 3일부터 시작됐다.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이들이 벌인 시위는 1년 동안 50번이 넘는다.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는 시간에 휠체어를 타고 천천히 승하차하거나 출입문을 막고 버티면서 지하철 운행을 막았다. 자기들 주장을 펼치기 위해 남을 괴롭히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평일 기준 5일에 1번꼴로 시위를 했는데 그때마다 평균 56분 지하철이 지연됐다. 그 안에 타고있던 시민들의 시간 손실을 감안하면 천문학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것이다.
고의적인 철도 운행 방해는 명백한 철도안전법 위반이다. 하지만 정부와 경찰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법 적용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해왔다. 20일 시위 때는 경찰이 “시민들 지나갈 수 있게 공간을 비워달라”고 하자, 전장연 대표가 “오버하지 말라”고 했다. 법과 경찰을 우습게 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한국 사회엔 이런 식으로 방치되는 불법이 한둘이 아니다. 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지난 8월 하이트진로 본사 건물에 들어가 옥상을 점거했고, 민노총 소속 현대제철 조합원들은 특별 격려금을 달라며 몇 달 간 사장실을 점거했다. 막무가내식 불법과 폭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뿐일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은 무엇보다 공권력이 불법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전장연의 1년 시위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확보, 탈(脫)보호시설 지원, 교육시설 예산 증액 등을 요구하며 불법 시위를 해왔다. 관련 예산은 국회 예산안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그런데도 전장연은 시위를 멈추지 않고 그 예산안을 빨리 통과시키라고 또 시위를 했다. 장애인 지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시민의 생업에 지장을 주면서 막무가내식으로 요구한다면 누가 공감하겠나. 전장연이 일단 시위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그간의 행태로 볼 때 예산 반영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언제든 시위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더 이상의 불법을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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