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임대인 짜고 전세계약… 보증금 챙긴후 잠적

신수지 기자 2022. 12. 21.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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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2030, 어떤 방식으로 당했나

40대 임대업자 3명은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며 서울 소재 빌라 9채를 사들였다. 전세 보증금을 매매 가격 이상으로 받았기 때문에, 자기 돈은 한 푼 들이지 않고 빌라를 취득했다. 전세 계약 만료 시점이 되자 이들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법인(페이퍼 컴퍼니)에 빌라를 떠넘긴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다.

국토교통부가 20일 경찰에 수사 의뢰한 전세 사기 의심 거래 106건은 대부분 이 같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진행됐다. 임대인은 돈 한 푼 없이도, 임차인으로부터 매매가보다 많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돌려막기식으로 빌라를 사들인다. 그리고 보증금을 갚을 능력이 없는 페이퍼 컴퍼니나 ‘바지 사장’에게 명의를 떠넘긴 뒤 잠적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의도치 않게 역전세 현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조직적으로 공모한 전세 사기이므로 세입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시세 확인 어려운 빌라가 타깃

국토부가 적발한 전세 사기 의심 사례를 분석해 보면, 거래가 적어 정확한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신축 빌라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에서 19가구 규모 빌라를 건축한 A씨는 브로커와 결탁해 세입자들에게 이사비를 지원한다고 꾀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건물을 통째로 소득과 재산이 전혀 없는 제3자에게 넘겼다. 세입자들은 계약 기간이 끝나고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정부가 적발한‘전세사기 의심거래’특징

피해자들은 대부분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뒤에야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임차인이 낸 보증금은 이미 과거 임대인과 브로커, 건축주 등이 나눠가진 상태인 데다, 서류상의 임대인은 보증금을 갚을 능력이 없다. 빌라를 경매에 넘겨도 보증금이 집값보다 높아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체납 세금이 있는 경우엔 1순위 채권자에서도 밀려나게 된다. 다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보증금 반환 보증 보험 상품에 미리 가입해뒀다면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금을 대신 돌려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 피해를 방지하려면 세입자 스스로 주변 시세를 확인하는 등 발품을 파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인터넷이나 인근 다른 중개사무소를 통해 주변의 전세 시세를 따져보고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거나 임대인의 신원이 불확실하다면 계약을 피하는 것이 좋다”며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해야 한다면 가급적 전세보다는 보증금이 작은 반전세나 월세로 하고 보증 보험에도 꼭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안심전세 앱’ 내놓고 대출도 지원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9월 ‘전세 사기 피해 방지 방안’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것이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안심 전세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집주인이 공인중개사와 짜고 전세 시세를 부풀려 계약을 맺은 후 보증금을 들고 잠적하는 식의 전세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적정 시세와 악성 임대인 정보를 앱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임차인이 계약 전 임대인에게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나 다른 임차인의 선순위 보증금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보는 보증금을 지키는 데 중요한 정보지만, 지금껏 임대인은 이를 제공할 의무가 없었다. 또 전세 사기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에게는 가구당 최대 1억6000만원까지 연 1%대 금리로 빌려준다. 당장 살 곳이 없는 피해자에게는 시세의 30% 이하 수준으로 최대 6개월 거주할 수 있는 임시주택도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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