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민간 비슷하던 집값통계, 文정부땐 최대 4배 격차

정순우 기자 2022. 12. 21.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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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너무 달랐던 文정부의 집값 통계

“현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은 한국감정원 기준 11%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2020년 7월 국회에 출석한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야당 의원들은 물론,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시 서울 주요 아파트들의 매매 가격이 급등하면서 많은 무주택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던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숫자였기 때문이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정부가 부동산 실정(失政)을 덮기 위해 통계에 손을 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통계에 문제가 없고, 부동산 시장이 곧 안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아파트값은 1년 이상 계속 뜀박질을 했다.

최근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집값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고강도 감사에 착수하면서 당시 집값 관련 통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지난 정부에서만 유독 정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의 집값 통계가 민간 통계와 큰 차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애꿎은 무주택자들이 잘못된 통계로 집을 살 적기를 놓쳐 피해를 봤을 수 있다”며 “철저한 감사를 통해 통계 조작 여부를 밝히고, 확실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 아파트값 26% 상승? 민간 통계론 107%

2020년 7월 김현미 전 장관이 언급한 11%는 부동산원의 매매가격지수 통계다. 3만~4만 가구 정도인 표본 주택의 가격 변동을 지수화해 주간·월간 단위로 공개한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2020년 5월까지의 서울의 지수 변동률은 11.14%로 김 전 장관의 말과 같다. 하지만 이는 단독·다세대 주택까지 포함한 것으로, 아파트만 따지면 13.65%다.

더구나 민간 통계에서 나타난 서울 시장 상황은 부동산원의 매매가격지수 통계와 크게 달랐다. KB국민은행이 한국부동산원과 유사한 방식으로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24.9% 올랐다.

문재인 정부 재임 기간 전체로 따지면 집값 통계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2017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부동산원은 25.79%인 반면 KB는 62.19%다. 민간 정보 업체인 부동산R114 집계로는 106.81%에 달한다. 정부에서 인용하는 통계와 민간 통계 사이의 격차가 적게는 2.5배에서 많게는 4배에 달하는 것이다.

◇”과거 정부에선 없던 일”

민간 통계와 정부 통계 간의 괴리에 대해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은 “부동산원은 실거래가 중심인 반면, 민간 통계는 호가(呼價) 중심이어서 시장 상황을 과잉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동산원이나 KB 모두 협력 중개업소 조사와 직원들의 보정 작업을 거쳐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가격’을 도출해 통계로 활용한다. 집계 방식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부동산원보다 15년 앞선 1987년부터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부동산R114는 서울 아파트 약 120만 가구의 시세를 전수 조사한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부동산 관련 통계는 민간 기관들이 훨씬 오래전부터 해오던 것”이라며 “표본 추출 때문에 결과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부동산원 통계와 민간 통계가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처럼 격차가 벌어진 적은 없었다. 부동산원 통계가 제공되기 시작한 2003년 11월부터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 재임 시절(2003년 11월~2008년 2월) 부동산원 통계로 서울 아파트값은 42.99% 올랐고 KB 통계는 39.07% 올랐다. 이명박 정부(2008년 2월~2013년 2월) 시절엔 부동산원 통계가 2.48% 떨어졌고 KB 역시 3.16%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3월) 역시 부동산원 12.35%, KB 10.06%로 상승률에 큰 차이가 없었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지금처럼 특정 공기업이 국가 통계와 관련 정보를 독점하는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정권 입맛에 따라 통계가 조작될 수 있다”며 “감사를 통해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민간 주택 통계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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