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관 없어도 가능… 인공와우 수술, 다양한 환자의 삶의 질 높여줘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2022. 12. 2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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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난청 환자 청각재활법 ‘인공와우’
40년간 누적된 연구로 수술법 발전, 한 쪽만 들리지 않아도 수술 가능
달팽이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전정기관에 전극 삽입하는 방법
잔청 있어도 일상에 불편 겪어 수술 고려하는 사례 늘어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인공와우 기술의 혁신과 관련 자료들의 축적을 설명하고 있다. 최 교수는 “과거엔 치료 대상이 아니었던 난청 환자들도 이제 인공와우 수술이 가능하다”며 “환자들의 삶의 질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인공와우 수술은 보청기로도 충분히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심한 난청 환자들이 안전하고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청각재활방법이다. 인공와우는 달팽이관을 대신해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청신경과 뇌를 자극해 소리를 듣게 해주는 장치다.

인공와우는 1980대부터 세계적으로 시술이 시작됐다. 시술 초기에는 양쪽 귀 모두 전혀 듣지 못해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환자, 그러면서도 달팽이관 기형은 없는 경우가 주요 대상이었다. 하지만 인공와우의 안정성과 효과에 대한 확신이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되면서 갈수록 많은 난청 환자들이 이 수술을 받고 있다.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도움말로 인공와우 수술과 적용 환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인공와우 수술 대상에 포함되는 돌발성 난청 환자

최 교수는 “예전엔 인공와우 수술을 생각할 수 없었던 다양한 환자들이 현재 수술 대상에 포함돼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이명과 소리에 대한 방향감각 저하로 힘들어하는 일측성 돌발성 난청 환자, 청신경이 매우 작거나 달팽이관 기형이 너무 심한 아이, 저주파 잔청(남아 있는 청력)이 많은 고주파 난청 환자 등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갑자기 생기는 ‘돌발성 난청’을 겪는 성인들이 적지 않다. 특히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일측성 난청’이 많다. 일측성 돌발성 난청 환자 중 난청이 회복 되지 않고 통상 6개월 정도의 적응 기간이 지나고 나서도 △의사소통 불편 △소리에 대한 방향감각 저하 △일측성 이명으로 인한 괴로움 등이 심하면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최 교수는 “다만 모든 일측성 난청 환자들이 인공와우 수술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청신경과 듣는 뇌가 퇴화되기 전에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일측성 돌발성 난청으로 일측성 전농(완전 듣지 못함)이 된 지 2년 이내가 수술을 받기 적합하다.

일측성 난청의 재활에는 필연적으로 블루투스 등을 활용한 재활이 도움이 된다. 이러한 장치들의 사용이 어렵지 않은 연령층에게 인공와우 수술 효과가 가장 크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최 교수는 “무엇보다 더 잘 듣고 싶은 의지가 충만하고 절실한 환자들이 수술 후 가장 효과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심한 달팽이관 기형 환자에게도 적용

인공와우는 달팽이관을 통해 전극을 삽입해 청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것이다.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려면 이론적으로 달팽이관이 존재해야 한다. 청신경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청신경이 자기공명영상(MRI)에서도 거의 보이지 않는 청신경(저)무형성증 환아들이나 달팽이관이 존재하지 않는 달팽이관 기형 환아도 최근엔 적극적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있다.

청신경(저)무형성증 환아의 경우는 청신경이 거의 없더라도 전극을 최대한 근접시키는 수술법을 활용한다. 달팽이관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에 전극을 삽입해 전정기관 내에서 가장 많은 신경을 자극할 수 있도록 전극 위치를 정하는 수술법을 쓴다. 최 교수는 “청신경이 없거나 달팽이관 기형이 너무 심하다고 수술을 포기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소리를 듣는 해부학적 구조의 잔여 여부를 확인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청력 남아 있어도 일찍 인공와우 수술하기도

잔청이 상당부분 남아 있는데도 더 잘 듣기 위해서 인공와우 수술을 하는 난청 환자도 늘고 있다. 흔히 청력 검사에서 저주파는 주로 모음 쪽, 고주파는 주로 자음 쪽을 체크한다. 저주파 쪽에 잔청이 많이 남아 있고 고주파 쪽이 심한 난청을 가진 환자가 인공와우 수술을 일찍 받을 경우 효과가 크다. 이런 환자들은 저주파 쪽 모음은 비교적 원활히 듣기에 언뜻 보면 전체 소리를 잘 듣는 것처럼 보인다. 또 실제로 문장의 대부분을 어느 정도는 알아듣기에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자음을 잘 듣지 못하다 보니 단어 변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말뜻을 잘못 알아듣고 오해를 하거나 되묻는 빈도가 매우 높아 의사소통과 직장 생활에서 불편을 겪는다. 하지만 이런 환자들이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평소에 듣지 못한 고주파 쪽의 자음을 들을 수 있어 단어 변별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최 교수는 “인공와우 전극의 굵기도 갈수록 가늘어지는 등 기술적으로 계속 발전하면서 수술 뒤 환자들이 느끼게 되는 효과도 커지고 있다. 수술을 받은 후 저주파의 잔청이 유지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인공와우 수술을 하지 못하고 불편한 상태로 지냈던 환자 중 상당수가 요즘은 수술을 받고 삶의 질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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