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장내 미생물 이용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탄생

홍은심 기자 2022. 12. 2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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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은 최근 가장 뜨겁게 연구되는 분야다.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건강기능식품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만큼 균주 개발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대변 속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치료제가 미국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서 세계 최초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탄생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페링제약의 ‘리바이오타(REBYOTA)’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리바이오타는 살아있는 미생물총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혁신 신약으로 FDA가 승인한 첫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다. 18세 이상 성인 중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을 항생제로 치료한 환자에게서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쓰일 예정이다.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연구 활발

마이크로바이옴은 최근 가장 뜨겁게 연구되는 분야다.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 유전정보 전체나 미생물을 뜻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 기능을 조절하고 각종 대사물질을 생성하는데 암, 자가면역질환, 우울증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건강기능식품에서 치료제 개발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장내에는 인체의 90% 이상의 미생물이 존재하며 평소에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식습관, 비만 등 외부환경 등을 통해 불균형이 야기되면 인체에 치명적인 질환을 발병시킨다.

여기서 착안한 것이 ‘휴먼마이크로바이옴’이다. 실제로 휴먼마이크로바이옴은 여러 연구를 통해 비만, 당뇨병 등 대사질환뿐만 아니라 자폐스펙트럼장애, 알츠하이머병 등과 같은 신경계질환과 관련됐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며 전 세계에서 활발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평균 21.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3년에는 6억4900만 달러, 2024년에는 2018년 대비 167배 증가한 93억875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중요성을 인지해 ‘FMT 기반 만성난치성질환 극복 선도형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치료기술개발’을 국책 과제로 선정했다.

국내 제약사, 치료제 개발 적극 나서

국내에서도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CJ는 지난해 천랩을 인수해 올해 1월 CJ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하며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을 본격화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면역항암제 불응성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CJRB-101’과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CLP105’ 등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임상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분야를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정하고 9월 에이투젠을 인수했다. 두 회사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공동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에이투젠은 지난달 호주에서 질균 세균총 회복을 통한 여성질환 치료제 ‘LABTHERA-001’에 대한 임상 1상 시험 투약을 시작했다. 임상 완료 목표 시점은 2023년 5월이다.

지놈앤컴퍼니는 11월 미국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면역항암 마이크로바이옴 후보물질 ‘GEN-001’을 함께 병용하는 임상 2상 시험 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지난해 10월 위암을 적응증으로 항 PD-L1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와의 GEN-001 병용투여 임상 2상을 승인받아 진행하고 있으며 2023년 상반기 중 해당 임상 중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시스는 10월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LP-P8’ 글로벌 임상 1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5일 리스큐어는 LP-P8이 FDA로부터 원발경화성담관염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마이크로바이옴 건강기능식품 개발·생산

체내 미생물이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등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지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이 쉽지만은 않았다. 무수한 미생물 각각이 특정 질병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건강기능식품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발간한 ‘2021 건강기능식품 시장 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 구매액은 8420억 원 수준이다. 2017년 4657억 원대 규모와 비교했을 때 약 4년 만에 2배가량 시장이 커졌다. 요거트, 김치, 막걸리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유산균을 마주해온 만큼 여타 건강기능식품 대비 초기 접근성이 높고 가격대도 합리적이어서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아직까지 수입 의존성이 높다. 따라서 자체 R&D 경쟁력을 갖추려는 물밑 싸움이 치열하다. CJ웰케어는 ‘CJ 바이오 유산균 면역플러스’를 필두로 CJ 4대 성장 엔진 중 하나인 웰니스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해당 제품은 CJ가 60년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독자 개발한 식물유래 장 유산균 ‘CJLP’와 아연을 한 캡슐에 담은 건강기능식품이다.

hy는 유가공 음료 전문기업으로 시작한 만큼 타 업체들이 주로 수입해서 사용하는 유산균을 직접 개발·생산한다. 프로바이오틱스 플랜트 공장 건립을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2020년부터 균주 판매를 시작했다. B2B 사업은 운영 1년 만에 순수 매출로만 100억 원을 기록, 균주 분말 거래량은 10t에 달한다. 장 건강뿐만 아니라 피부, 비만 등 관리에도 효과적인 균주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B2B 거래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성선 CJ웰케어 대표는 “국내 건기식 시장은 6조3000억 원 규모로 이 중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9000억 원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며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해외에서 수입되는 균주들은 종류도 많고 임상 데이터도 충분하다”며 “반면 국내는 균주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아 균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익균과 유해균이 생성되는 원리와 질병 간의 연관성 등을 분석할 수 있어 식품, 신약개발, 불치병 치료법 연구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분야다. 다만 이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 연구는 대부분 초기 단계여서 제품 개발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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