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드리블, 블랙핑크 킬패스, 우영우 강슛… 원더골 터졌다
올해도 종횡무진, 넘어지고 또 달렸다. 원더골이 터져 나왔다.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올해 각자의 필드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낸 ‘베스트 11′ 명단을 추렸다. 음악·영화·드라마·공연·미술을 넘나드는 이들의 화려한 세리머니 뒤엔 묵묵히 견뎌낸 연습과 부진과 무명의 시간이 있었다. 멈출 때까지 경기는 끝나지 않는다. 내년의 주인공, 당신이 되기를.
<문화부장 어수웅, 신동흔·김성현·유석재·박돈규·이태훈·최보윤·곽아람·정상혁·윤수정·이영관·윤상진 기자>
가요ㅣ블랙핑크
올해 대중음악계에서 블랙핑크는 ‘최초의 아이콘’이었다. 2집 ‘본 핑크’로 앨범 판매량 200만장 돌파, 미국 빌보드200과 영국 오피셜앨범 차트 동시 1위, 노래 ‘핑크 베놈’으로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 송 주간 차트 1위, 미국 타임지 선정 ‘2022 올해의 엔터테이너’…. 올해 블랙핑크가 K팝 걸그룹 최초로 일궈낸 성과의 일부다. 진정한 걸스 온 톱.
광고ㅣ손석구
올해 광고계에서 가장 ‘추앙’된 이름. 마초 냄새 물씬 풍기는 드라마 배역 ‘구씨’로 스타덤에 오르며 ‘구찌보다 구씨’라는 유행어까지 생겨났다. 악당으로 출연한 영화 ‘범죄도시2′마저 히트하며 악역은 광고 못한다는 관행까지 깼다. 패션·화장품·건강 기능 식품까지 TV만 틀면 구씨가 벗다가 입다가 먹다가 웃는 장면이 나오는 한 해였다.
드라마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단연 ‘우영우’였다. 천재 자폐 변호사가 세상의 편견을 뒤집어버린 이 드라마는 시청률 0.9%로 출발해 최종 17.5%로 마무리하며 신생 채널 ENA를 전국구 인지도로 끌어올렸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박은빈은 최근 한국 갤럽조사 ‘올해를 빛낸 탤런트’ 1위에 올랐다. 미국·프랑스 등 6국에서도 리메이크 예정.
문화재ㅣ반가사유상
천수백년 전 두 불상(佛像)이 MZ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국보 미륵보살반가사유상 두 점만을 위해 지난해 말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2층 439㎡ 공간 ‘사유의 방’에는 지금까지 7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다. 처음 함께 상설 전시되는 두 불상 앞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깊은 사유를 통해 깊은 평온을 체험한다. 나는 사유한다, 고로 존재한다.
미술ㅣRM
올해 미국 미술 매체 아트넷뉴스 선정 ‘혁신가 35인’에 선정된 방탄소년단 리더 RM(28)은 이제 완전히 미술계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1억원 전달, 미국 LA카운티뮤지엄 한국근대미술전 오디오 가이드 재능 기부 등을 진행한 결과다. ‘한국 미술 홍보 대사’를 자처한 그는 이달 초 화가 윤형근을 콘셉트로 삼은 첫 솔로 앨범도 냈다. 똘똘한 인생 2모작.
연극ㅣ신구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은 ‘라스트 세션’이었다. 무신론자 프로이트 박사를 연기한 배우 신구는 하반기엔 ‘두 교황’ 초연 무대로 건너가 교황 베네딕토 16세로 180도 변신했다. 격렬하게 논쟁하며 진정한 신앙을 묻는 작품. 신구는 완고해 보이지만 공격과 수비, 반격에 두루 능했다. 가속과 감속도 흥미진진했다. 올해 이해랑연극상 특별상 수상자. 노병은 죽지 않는다.
영화ㅣ박찬욱
프랑스 칸에서 출발해 청룡을 거쳐 내년 오스카까지. 영화감독 박찬욱(59)은 ‘헤어질 결심’으로 지난 5월 프랑스 칸 영화제 감독상의 낭보를 전하며 ‘칸느 박’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지난달 청룡영화상 6관왕, 뉴욕타임스 등 외신발 올해의 걸작 목록에도 포함됐다. 내년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유력 후보작으로 거론되고 있으니 이 영화와 ‘헤어질 결심’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
OTT | 이정재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456번 참가자이자 최후의 승자. 이정재는 올해 K콘텐츠가 낳은 가장 찬란한 별이었다. ‘방송의 오스카’ 미국 에미상 아시아 배우 최초, 비(非)영어 드라마 최초 남우주연상 수상자. 새 역사다. 올해 미국배우조합상, 스피릿어워즈, 크리틱스초이스에서도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처음 감독한 영화 ‘헌트’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도 밟았다.
유튜브ㅣ숏박스
‘개그콘서트’ 출신 무명 개그맨 3인(김원훈·조진세·엄지윤)이 뭉쳐 만든 이 유튜브 채널이 유튜브 선정 ‘올해 최고의 크리에이터’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월 오래된 연인들의 하이퍼 리얼리즘을 표방한 영상 ‘모텔이나 갈까’가 폭발하면서 인생 역전이 시작됐다. 콩트부터 슬랩스틱까지, 10분 이내의 ‘스케치 코미디’로 공중파에서 못다 보인 재능을 꽃피웠다. 1년 만에 구독자 233만명. 두드리면 열리리라.
예능|김신영
“전국~ 노래자랑!” 이제는 개그우먼 김신영(39)이 외친다. KBS ‘전국노래자랑’ 새 진행자로 발탁되며 ‘국민 MC’의 대를 이었다. 능수능란한 사투리와 특유의 친화력에 기반해 20년간 다져온 예능감으로, 가장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전폭적 지지가 약속된 흔치 않은 기회를 붙잡은 것이다. 34년 자리를 지킨 송해와 끊임없이 비교되겠지만, 견뎌야 하리라.
클래식ㅣ임윤찬
열여덟 살 피아니스트가 클래식 역사를 새로 작성한 해였다.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부터 결선 영상 조회 수 900만회까지. 임윤찬이 남긴 기록만큼 경이로웠던 건 그의 담담한 어록. 전 세계 구름 팬을 몰고 다니는 이 샛별의 꿈은 “모든 걸 버리고 산에 들어가 피아노하고만 사는 것”이었고, 음악 기부로 “또 다른 우주를 열어주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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