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에서도 비밀경찰 조직 운영”
정부, 국내 실태 파악에 나서
중국이 반(反)체제 인사를 탄압하기 위한 ‘비밀 경찰서’를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이라는 의혹과 관련해 우리 군·경찰의 방첩 조직과 외교부 등 정부 부처가 국내 실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국내에서도 실체가 확인된다면 주권 침해, 사법 방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한·중 관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달 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53국에서 102개 이상의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외 명칭은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인데 자국민을 위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반체제 인사들의 강제 소환과 정보 수집, 체제 선전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시진핑 주석과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탄압하기 위해 해외에 독자적인 경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확인된 시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은 인권단체 보고서에 ‘난퉁(南通)시 공안국이 한국에서도 1곳을 운영 중’이라는 언급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동포나 유학생을 연락관으로 고용해 현지 공무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위치는 밝히지 않았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모든 외국의 국익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대응하게 돼 있다”며 “의혹이 제기된 만큼 정확한 사실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정보 소식통은 “주재국 정부를 통하지 않는 외국의 활동은 내정 간섭이자 주권 침해”라며 “중국이 한국에도 ‘비밀 경찰서’를 설치했다면 코로나 국면 이전일 것”이라고 했다. 의혹이 제기된 9월 이후 네덜란드는 2곳, 아일랜드 1곳의 중국 비밀 경찰서 폐쇄 명령을 내렸고 캐나다는 3곳, 독일은 1곳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19일 “도쿄 등 2개 도시에서 중국 공안국이 개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밀 경찰서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 “코로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교민을 위해 운전면허증 갱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영사 콜센터”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재국과의 소통 없이 외교 공관이 아닌 곳에서 영사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 위반이다. 국제법상 불법이고 주재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외국 기관의 국내 활동과 관련해 국내 및 국제 규범에 기반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국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한국은 그동안 다른 자유·민주 진영 국가들에 비해 중국의 ‘침투’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국 교육부 직속기관인 공자학원(孔子學院)이 서방에선 ‘체제·이념의 선전 거점’으로 지목돼 줄줄이 퇴출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지난해 기준 아시아 최대 규모인 23개소가 운영 중인 것이 대표적이다. 또 올해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 유권자 중 78.3%(9만9969명)가 중국인이었다. 한국이 3년 이상 거주한 중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상호주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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